한국에서 틱톡(TikTok)의 인기는 그다지 폭발적이지 않다. 틱톡의 전신 격인 뮤지컬리(Musical.ly) 보다는 좀 더 많은 팬을 모은 것 같지만, 한국 10대들에게는 같은 음악과 댄스 무브를 따라 영상을 제작해서 업로드한다는 것이 다소 오글거린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유독 인구가 많고 큰 나라들에서 인기다. 틱톡이 탄생한 중국, 그리고 중국과 국경을 접한 인구대국 인도,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지에서 10대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서는 20초도 안되는 영상을 틱톡에 올리고 슈퍼스타로 떠오른 아이들이 많다. 인도에서는 틱톡 영상을 찍으려다가 사망사고가 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가 틱톡을 금지한 일도 있었다. 음악과 춤이 들어간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있는 인도 콘텐츠 시장을 생각하면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래 표는 틱톡앱 사용자의 기준이므로, 더우인抖音이라는 버전으로 사용되는 중국시장은 등장하지 않았다).

더우인과 틱톡이라는 쌍둥이 서비스로 큰 히트를 친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며 중국의 3대 테크 대기업들(BAT: Baidu, Alibaba, Tencent)를 위협하고 있어, 앞으로 중국의 테크 대기업들은 BBAT라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 이유는 아래 표가 보여준다. 틱톡의 앱 다운로드 수는 몇 해 전 부터 이렇게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정말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이 표에 금방 드러나지 않는다. 최상위 3개 서비스 중에서 중국시장과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모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틱톡 뿐이라는 사실이 그거다. 중국에서는 더우인으로, 중국 외에서는 틱톡으로 세계를 공략하고 있으니 투자자들에게는 유니콘 중의 유니콘일 수 밖에 없다.

콘텐츠 라이브러리

하지만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경쟁 서비스로서는 틱톡의 서비스는 일종의 반칙이다. 중국은 미국에서 탄생한 서비스들의 자국 내 사용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은 들어가지 못하는데, 중국 기업은 해외에 나와서 미국과 인도 같은 시장에서 가입자들을 끌어모으는 특수한 환경은 공정한 경쟁환경이라고 부르기 힘들다.

물론 중국으로서는 자국의 인터넷 산업이 성장할 때까지 해외기업이 중국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가입자를 쓸어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는 한국도 과거 자동차를 비롯해서 많은 산업에서 시행했던 보호무역정책과 흡사하다). 하지만 그런 정책의 결과로 이제 중국은 막강한 테크 기업들을 갖추게 되었고, AI를 비롯한 일부 영역에서는 미국을 추월하는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참고로, 틱톡을 내놓은 바이트댄스는 AI회사이고, 틱톡의 성공 뒤에는 이 기업의 AI가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을 인수하는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드라마는 그동안 디지털 영역에서 쌓여온 양국의 갈등이 틱톡이라는 하나의 인기 서비스를 두고 터져나온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이제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그동안 틱톡이 사용자들의 정보를 무단으로 가져간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지난 해부터 미국 언론에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했고, 아마존 같은 기업이나 미해군 등의 조직에서 틱톡앱을 통해 기밀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서 조직 내에서 사용하는 모바일에 틱톡앱을 설치하는 것을 금하는 조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우려가 계속되는 것과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트럼프는 정치적인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트럼프는 이 모든 것을 중국의 탓으로 몰아가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 “쿵플루(Kungflu: Kungfu+flu)” 같은 인종주의적인 표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틱톡에 대한 불만을 직접 표시하기 시작한 것이 이 시점이다. (십대 틱톡 사용자들이 트럼프의 오클라호마 주 선거유세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트럼프가 틱톡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트럼프 지지자들 역시 틱톡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유세 사건 만으로 트럼프의 결정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백악관 내에서 틱톡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 직전, 중국과 인도의 국경에서 끔찍한 분쟁이 발생했고, 가뜩이나 좋지 않던 인도와 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었다. 급기야 인도정부는 6월 말에 틱톡을 비롯해 인도인들이 사용하고 있던 50여 개의 중국 앱들의 사용을 금지하기에 이른다. 바이트댄스로서는 중국 밖에서는 최대 시장이었던 인도를 하루아침에 잃는 큰 피해를 입는다. 인도가 틱톡을 금지한 이유는 중국기업들이 보안에 문제가 있어 "인도의 국가안보와 주권을 위협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틱톡을 미국 내에서 금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등장

그런데 트럼프가 틱톡의 미국 내 금지를 이야기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을 인수하려 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바이트댄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장이밍(張一鳴)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와 인수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까마귀날자 배떨어진다'는 속담처럼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수상하게 보이는 타이밍이었다. 트럼프가 틱톡이 미국에서 사업을 못하게 막는다면 어차피 장사를 못하게 되니 그냥 사업권을 넘기라는, 마치 마피아 보스같은 협박처럼 보이는 상황이다.

나델라가 트럼프와 말을 맞추고 인수협상을 진행했다는 흔적은 없다. 오히려 트럼프는 지지난 주말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을 인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믿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현재 중국에서의 여론은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의 뉴스만을 따라가보면, 트럼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틱톡 인수대금 수십 억 달러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도 탐탁치 않다며 반대의사를 밝혔고, 그 말이 나오자마자 인수협상은 바로 중단되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나델라가 주말 동안 백악관과 물밑교섭(이라기 보다는 내놓고 설득에 가깝다)을 한 끝에 트럼프로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 인수협상을 계속해도 좋다”는 말을 듣고 협상은 재개되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첫째, 마이크로소프트나 다른 기업이 인수하지 않으면 9월 15일에는 틱톡의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것. 둘째, 그렇게 인수한 대금 중 일부는 미국의 국고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업간 거래의 댓가를 국가가 가져가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조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이렇게 미중간의 대결이라는 위험천만한 지뢰밭에 자진해서 들어가려 했을까? 알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는 20세기 미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벌이면서 기업이 분할될 뻔하는 위기를 겪는다. 운좋게 분할 위기는 피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부문의 확장에 극도로 몸을 사리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인수의 포기였다. PC용 소프트웨어로 대기업이 되었지만, 새롭게 열리는 인터넷 환경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스타트업을 인수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끌고 가게 된 대표적인 서비스가 당시 대표적인 웨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Netscape)에 대항해 자사 OS에 탑재한 익스플로러였다. 그런데 소송을 벗어나자마자 구글 검색엔진을 사들인다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몸을 사리며 지낸 결과 인터넷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데 뒤쳐졌고, 2014년에 CEO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이를 만회하기 위한 “Mobile First, Cloud First”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고, 게임업체인 모장(Mojang), 비즈니스 소셜인 링크드인(LinkedIn),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깃헙(GitHub) 등 유명 서비스를 인수해왔다. 이들은 언뜻 보면 특별히 공통점이 없는 서비스들로 보이지만, 온라인에서 많은 충성 가입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서비스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부문이 바로 온라인 가입자들이고, 이 서비스들은 그 대목을 만회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틱톡은, 인수를 할 수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너무나 완벽한 서비스인 것이다. 아주 젊은 가입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서비스이고, 다른 실리콘밸리 소셜미디어를 단번에 위협할 수 있는 인기절정의 소셜미디어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사용자 데이터다. 워싱턴포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을 원하는 것이 바로 자사의 AI를 먹여 키울 수 있는 사용자 데이터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다. 인기있는 음악과 춤을 분석해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비디오를 빠르게 추천해서 시청하게 하고, 다시 그 시청정보를 받아서 AI에 먹여주는 “AI의 선순환(virtuous circle of AI)”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바이트댄스는 AI기업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AI선순환은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통해 만들어내고 있던 것인데,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것을 가져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제값을 치르고 인수하려는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압력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앞으로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는 사업부문을 미래의 경쟁자에게 팔고 싶은 기업은 없다.

중국인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틱톡은 중국기업이 만들어냈고, 중국의 AI 기술력과 서비스 실력을 보여주는 서비스이고, 무엇보다 중국이라는 보호장벽을 넘어서 전세계 사람들을 상대로 먹힌 자랑스러운 서비스인데, “트럼프 행정부의 깡패짓으로” 기업을 뺏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인들의 분노는 바이트댄스의 CEO 장이민에게도 향해서 그를 “반역자”로 부르기도 한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하려는 건 틱톡의 서비스 전체가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일부 영어권 국가의 서비스이고, 바이트댄스는 여전히 다른 지역에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국의 자랑스런 서비스를 잃게 된 중국인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간 대립의 국면에서 기업을 잃게 된 것을 치욕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불길에 트럼프는 계속해서 기름을 붓고 있다. “판매대금의 일부가 미국의 국고로 들어와야 할 것”이라는 대목이 그렇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크게 비판을 받고 있다. 기업간의 거래에 국가가 개입해서 일부를 국고로 환수한다는 것은 법적 근거도 없고, 자유무역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한 몫을 챙기려는” 이유는 자신이 중국과 중국의 기업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서사를 만들어내기 위한 전형적인 스트롱맨(strongman) 식 접근으로 보인다.

21세기 인터넷 지형도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는 미국이 단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포기하고 ‘보통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한 장면으로 보인다. 미국이 전세계에 자유무역을 전파하고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리더로서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지만, 중국과 똑같은 수준의 일반국가라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중국은 최근까지 외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경우 중국기업과 50:50의 지분으로 합작사를 세워야 했다. 비록 중국기업이 투자를 하는 형태이지만 시장진출을 미끼로 국가가 이를 강제할 수 있다면,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개발도상국에 예외를 허용한 것은 궁극적으로 그들을 자유무역의 진영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미국인들은 자유무역주의에 실망하기 시작했다. 그런 유권자들이 뽑은 대통령이 트럼프이고,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후에 과거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지불해야 했던 모든 비용, 혹은 해야 했던 양보에 반대하기 시작했다. 즉, 일반국가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런 트럼프가 내세운 표어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것은 그래서 아이러니고, 또 다른 표어인 '미국우선(America First)’ 역시 미국의 이익을 먼저 챙기겠다는 뜻이지만, 이는 결국 전세계를 끌고 가는 맏형으로서 해야 할 양보는 이제 그만하겠다는 신호인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보여주는 대상이 중국이 된 것이다. 특히 21세기 정보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크고 강력한 무기가 데이터임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이 두 강대국은 서로에게 자국민에 관한 데이터를 내어줄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의 틱톡 금지와 관련해서 민주당과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에게서 특별한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바이든은 자신의 선거운동본부 직원들에게 폰에서 틱톡앱을 지우도록 했다). 즉, 자유무역은 몰라도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민주당 역시 중국을 분명히 경계하고 있다.

결국 틱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드라마는 단순히 잘나가는 기업의 인수문제가 아니라, 21세기의 국제정치는 물론, 데이터의 수집과 AI 경쟁,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인터넷의 지형이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를 암시해주는 하나의 전초전으로 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