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개인화'(Personalization)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여름이 코 앞이다. 준비가 필요하다. 두툼한 옷 속에 숨겨왔던 군살들을 정리하기 위해 근육 운동과 식단 조절을 시작하는 것이다. 여름 내내 자신감없이 사는 것도 싫지만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여름 옷 태반을 못 입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도 있다.

이 때 빠지지 않는 식단이 바로 닭가슴살이다. 열량이 낮고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 근육을 키우고 포만감을 얻기 위해 거의 매일 먹게 된다. 나같은 사람이 많은지 아예 먹기 좋게 1회 분량을 개별 포장해서 판매한다. 그런데 맛이 별로다. 이런 저런 양념을 곁들이면 좋을텐데 다이어트 식단이다보니 양념은 금물이다. 그렇게 퍽퍽한 닭가슴살에 물려 가고 있던 차에, 문자를 하나 받았다. “퍽퍽한 닭가슴살에 질린 분들을 위해 맛있게 만든 닭가슴살 꼬지와 큐브를 37% 할인 가격에 드립니다” 하는 제목과 잘 포장된 제품 사진이 첨부된 문자였다. 신기했다. 어떻게 알고 이런 문자를 보냈을까. 확 당기는 마음에 그 자리에서 바로 주문을 했다. 하루에도 이런저런 앱에서 푸시 알림이 날아오는데 문자라니.. 오히려 신선했다. 좀 더 알아보았다. ‘T-Deal’이라는 통신사의 문자마케팅 서비스 였다.

자료 : 티딜 서비스 ㅣ SK Insight 블로그

T-Deal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품별로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찾아서 맞춤형 상품 안내를 제공하는 문자 마케팅 서비스로, 문자를 받은 고객은 원스톱으로 상품 정보 확인과 구매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 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의 외출과 외식 등이 현격히 줄었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해당 통신사는 소상공인 지원책의 일환으로 ‘T-Deal’과 같은 개인화 마케팅 도구를 일정 기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고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는 개인화된 마케팅이 이제 소상공인들에게도 낯선 용어가 아니며, 또 이에 대한 기대가 제법 커졌음을 보여준 사례로 이해할 수 있다.

개인화란 개개인에게서 나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개인들의 취향과 습관을 파악한 다음 딱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중소 상공인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대기업 상품에 비해 유명세가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들의 상품을 구매해줄 고객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럴 때 개인화 마케팅 도구는, 인공지능을 통해 중소상공인들의 롱테일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줄 고객 군을 찾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개인화 마케팅에서는 아무래도 데이터 취합과 분석이 중요하다. 관련해서 기술적으로는 어떤 솔루션이 활용되고 있을까. ‘T Deal’의 경우, ‘라이트닝 DB(Lightening DataBase) 기술이 그 배경에 있었다. 이 기술은 해당 통신사가 보유한 30만개의 기지국에서 하루 발생되는 60테라바이트 규모의 로그 데이터를 모으고 그걸 1분 만에 분석하고, 5분내에 시각화까지 완료하는 기술이라 한다. 기존 범용 소프트웨어인 하둡과 스파크는 동일한 용량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만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 덕분에, 유망 기술 사업화 프로그램을 통해 자회사로 독립시켜 조인트 벤처 설립 및 투자 유치를 하려는 계획도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솔루션

라이트닝 DB기술 외에, 인공지능 솔루션도 있다. ‘T Deal’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물건을 사줄 잠재 고객을 빠르게 찾아줄 수 있다고 나설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인공지능 솔루션인 것. 인공지능은 광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해서 결과를 제시하는 능력이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뛰어나다. 게다가 데이터가 계속 쌓이면 점점 더 시장과 고객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갖게 되어 점점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인공지능 도구가 등장하기 전에는 시장 조사, 상권 분석, 잠재 고객 도출 등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러한 번거로운 작업을 극적으로 단축시켜 훨씬 짧은 시간에 훨씬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인공지능이 고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며, 맞춤형 마케팅 메시지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에는 개인화에 대한 지향성이 자리잡고 있다. 인공지능의 초개인화 패턴은 고객을 어떤 그룹의 일원이나 광범위한 범주나 구분의 하나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개인을 개인으로 취급한다.

사실 우리의 일상 생활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잠시 짬이 났을 때도 우리는 멍을 때릴지,  음악을 들을지, 뉴스를 볼지, 책을 읽을지 선택해야 한다. 휴가를 간다면, 어디로 갈지 뭘 타고 갈지, 호텔에서 잘지 아니면 공유 숙박을 이용할지. 좀 더 중요한 결정도 있다. 이직을 해야 할지, 계속 다녀야 할지, 투자를 한다면 펀드를 살지, 주식을 살지, 또 어떤 주식을 살 것인지. 우리는 삶 속에서 많은 중요한 결정들을 해야 한다. 기업들은 자신의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수 많은 선택들을 각자에게 맞는 몇 가지 중요한 안으로 줄이고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홍보한다.

YouTube l Nexflix

이런 개인화 추천을 가장 잘 한다고 소문난 추천 맛집들이 바로 넷플릭스와 유튜브다.

우리에게 짬이 났고 영상을 보기로 결정했다고 치자. 일단 넷플릭스를 켜보기로 한다. 넷플릭스는 지난 10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미디어 기업이다. 2019년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1억 7,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20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냈으며, 매년 30%가 넘는 가파른 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는 믿을만한 서비스다. 넷플릭스의 매출은 오직 유료 회원들이 내는 월정액 요금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회원들이 볼만한 것이 많다고 느끼고 가급적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서 서비스 탈퇴를 스스로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이용자 개개인들이 좋아할만한 영상을 찾아 내서 보기 좋게 추천해 주는 것에 사활을 건다. 실제로 자기 취향이 분명한 사람들은 넷플릭스가 여타 플랫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취향 저격형 콘텐츠를 추천해 줘서 깜짝 놀랐다는 얘기를 한다.

이른바 넷플릭스 경험이라 불리우는 개인 맞춤형 추천은 다양한 알고리즘 집합을 통해 가능해진다. 넷플릭스는 이용자 개개인이 어떤 디바이스에서 어떤 시간, 어느 요일에 , 쭈욱 보는지 아님 띄엄 띄엄 보는지, 넷플릭스 서비스 안에서 어떻게 콘텐츠를 찾거나 추천 받았는지, 기껏 추천 받고 실제로는 안봤는지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한 후 이를 다양한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화 시킨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넷플릭스 시청 시간의 75%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발생한다고 한다.

넷플릭스 개인 피드 화면

넷플릭스 알고리즘의 가장 기본적인 모델은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방식과 ‘콘텐츠 기반 필터링(content based filtering)’방식을 결합했다고 알려져 있다. ‘협업 필터링’이란 개인의 콘텐츠 선택 정보를 분석해 비슷한 성향의 이용자를 찾고, 그들이 선택한 영화를 추천해주는 방식이고,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콘텐츠의 다양한 정보(장르, 등장인물, 배경, 줄거리 등)를 분류하고 이를 이용자의 이용 패턴(끝까지 봤는지, 보다가 중단했는지 등)과 결합하여 추천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개개인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콘텐츠 선택의 기준이 되는 포스터를 제시하는 방식도 개인화 시킨다. 가령 <부산행> 영화를 추천한다고 할 때, 시청자가 좋아할 형태로 포스터를 추출하여 제시한다. 좀비물을 시청한 이용자는 좀비가 등장하는 포스터를, 드라마를 선호하는 이용자에게는 주연 배우가 등장하는 포스터를 보여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A/B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튜브는?
유튜브는 2015년 ‘구글 브레인’이라는 인공지능 도구를 도입해 추천 알고리즘을 개선하면서 극적으로 이용자와 이용 시간을 증대시켰다.

구글 브레인 ㅣ 구글

구글 브레인 도입 이전인 2014년 대비 2017년 영상 시청 시간이 20배 증가했고, 사용자 동영상 시청 시간의 70% 이상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발생했다고 한다. 이용자가 좋아할만한 영상 추천에 대한 자신이 붙자, 이용자가 선택한 구독 채널 영상 중심 추천에서 개개인의 관심사에 맞춘 영상 추천을 대폭 늘였다. 또한 추천의 목표 역시 조회수 증대에서 영상 시청 시간 증대로 바꾸었다. 그 덕에 더 긴 시청 시간과 밀접하게 관련된 고품질 동영상의 노출이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의 신뢰 또한 더욱 커졌다.

이용자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관용구처럼 쓴다

그리고 플랫폼 별로 다른 길이의 영상을 추천한다고 한다. 즉 이동하면서 볼 가능성이 높은 모바일 앱에서는 짧은 영상을 추천하고, PC 웹에서는 좀 더 긴 영상을 추천하는 식이다. 구글은 유튜브 뿐 아니라 검색과 G메일, 뉴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방대한 이용자와 이용 이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필요로 할 정보를 정확히 추천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광고와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

스포티파이 Spotify

이제는 음악으로 가보자. 넷플릭스와 유튜브 외에도 추천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곧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는 스포티파이(Spotify)다.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 위클리(discover weekly) 서비스는 매주 사용자의 입맛에 맞을 만한 30곡의 음악 리스트를 뽑아준다. 개인 별 취향 프로필을 분석하고, 다른 사용자가 만든 20억개의 재생목록 데이터를 분석해 취향 프로필과 데이터 분석 결과를 합친 후 다른 사용자가 재생한 곡과 사용자가 들은 곡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 사용자가 좋아할만 하지만 한번도 재생하지 않았던 음악을 매주 월요일 추천해 주는 것이다. 이 서비스에 대해 미국의 코미디언 데이브 호위츠(Dave Horwitz)는 “디스커버 위클리가 어떻게 나를 이렇게 잘 아는지 모르겠다. 죽을만큼 날 사랑했던 옛날 애인 같은 느낌”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Discover Weekly ㅣ Spotify

스포티파이 개인화 기술 담당자 매튜 오글은 “20명의 팬을 가진 뮤지션이 있다면, 스포티파이는 그 20명을 찾아서 뮤지션과 연결시켜줄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서 자사 기술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어떤 곡이 히트를 칠지 예상해서 사용자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인 ‘Fresh Finds’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쯤되면 우리 제품과 서비스도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인화 솔루션이나 개인화 마케팅을 도입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개인화는 넷플릭스, 구글 같은 글로벌 초대기업이나 SK텔레콤같은 국내 대기업 정도나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같아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어떻든 시도를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해보자고 하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일단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에서 조금만 개선해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급자 관점에서 상품을 설계해왔다면 복잡도를 많이 높이지 않는 수준에서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준 상품을 기획해 보는 건 어떨까? 가령 카페를 하고 있다면 고객들에게 자신의 선호에 맞춰 음료를 만들 수 있는 옵션을 부여하거나 음료만 파는 것이 아니라 자리나 분위기를 상품화 해보는 것이다. 즉 카페 내에 인기 있는 자리가 있다면 그걸 상품화 해 보는 것이다. 티켓만 팔던 항공사들이 자리 선택권에 가격을 붙이는 것처럼. 그렇게 하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의 선호에 대한 데이터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조금 더 복잡한 개인화를 시도해 볼 수 있을 단초가 된다.

두 번째는 개인화된 고객 소통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SNS 소통을 좀 더 개인화시켜서 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고객들이 우리 SNS로 오게 하기 정말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플루언서의 도움을 받고 꾸준히 하다보면 찾아오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소비자가 ‘개인’의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기업에 접근했을 때, 즉 오프라인이라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거나 직원에게 말을 거는 순간에 잘 해야 한다. 기업 SNS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 댓글을 달아 줬을 때 거기에 진심어린 대댓글로 답을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기업에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보통 드물다. 그 때 너무 흔하지만 유용한 방법이 ‘리마케팅’이다. 고객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소비자들에게 다시 마케팅하는 방식으로 개인화된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제주 호텔을 검색했으면 제주 관련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유튜브의 ‘디렉터 믹스’도 대표적 개인화 툴이다. 잠재 고객의 흥미와 의도, 시간대와 위치 등에 따라 다른 광고를 노출한다. 한가지 동영상 광고를 바탕에 두고 광고 제목과 이미지, 가격 문구, 클릭 유도 문구, 언어, 음악, 더빙 목소리 등의 요소들을 시청자에 맞게 선택해 개인화된 영상을 대규모로 빠르게 제작해서 개인화해서 내보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탁기 광고를 한다고 할 때 육아 관련 영상을 시청하는 고객에게는 아기 옷 세탁에 관련된 문구를 초반에 노출한 후, 알러지 케어 스팀 기능을 보여줌으로써 제품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TV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TV를 볼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초개인화된 미디어를 경험한 이들은 매스 미디어, 즉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매체를 견딜 수 없어 하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 따라서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개인화된 이야기가 아니면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내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과 만나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개인화 도구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