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수요일(5/27), 미국 시장에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가 추가된다. 바로 HBO 맥스(Max).

디즈니 플러스나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같은 거인들에게 덤비기에는 아직 부족해보이지만, 지난 4월에 런칭한 퀴비나, 연내에 선보일 NBC피코크(Peacock), 디스커버리/BBC 스트리밍과 비교하면 훨씬 풍부한 콘텐츠와 브랜드 가치를 지닌 서비스다. 하지만 이 애매한 사이즈가 HBO 맥스의 단점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해보기로 하고 먼저 이게 어떤 서비스인지 부터 살펴보자.

HBO 맥스는 어떤 서비스?

많은 사람들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지적을 하는 HBO 맥스는 사실 HBO가 내놓은 세번째 스트리밍 서비스다. 바로 그런 이유로 HBO는 맥스가 이전에 선보인 두 개의 스트리밍 서비스(HBO Go, HBO Now)와 어떻게 다른지 부터 설명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서비스들은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HBO MAX ㅣ Warner Media

HBO Go 원래 케이블TV의 프리미엄 상품으로 제공되어온 HBO가 2010년 2월에 선보인 스트리밍 서비스. 성장하는 넷플릭스와 케이블 셋톱박스 너머로 확장되는 시장을 놓칠 수 없어 만들어냈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케이블 사용자여야 했다. 즉, 케이블TV 가입자가 TV 외의 다른 기기에서도 볼 수 있게 한 것이었지, 따로 가입할 수 있는 독립된 상품/서비스가 아니었다.

이유는 케이블TV가 HBO에 지불하는 돈 때문이었다. HBO는 케이블TV와 단단하게 얽힌 운명 공동체였는데, 별도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겠다면 케이블TV에서 번들상품으로 제공을 하지 않겠다고 위협을 했고, HBO로서는 주 수익원을 놓칠 수 없었다. 결국 기술적으로는 스트리밍이지만 코드커팅(cord cutting)을 못하게 막은 반쪽 상품이었다.

HBO Now 2015년 4월에 런칭한 본격적인 독립(stand-alone) 스트리밍 서비스. HBO가 미적거리는 동안 스트리밍 시장은 빠르게 크고 있었다. 넷플릭스는 2013년 초에 <하우스오브카드>를 발표하면서 TV 역사에 큰 획을 그었고, 자체 제작 프로그램(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업계 최고라는 HBO의 시리즈들과 겨루어도 전혀 뒤쳐지지 않음을 증명했다. (10년 전, 당시 ‘타임워너’였던 워너미디어의 CEO는 넷플릭스를 두고 “알바니아의 군대가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며 우습게 생각했다). 게다가 어설퍼보였던 훌루(Hulu)도 꾸준히 가입자를 모으며 성장을 계속했다. 따라서 HBO는 케이블TV와의 관계 때문에 미래에 대한 투자를 마냥 미룰 수 없었고, 케이블 가입자가 아니어도 HBO의 컨텐츠를 볼 수 있는 HBO Now를 선보인 것이다.

HBO Go와 Now는 HBO가 제작한 영화, 시리즈, 다큐멘터리, 스페셜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가장 큰 차이는 단독으로 구독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넷플릭스 보다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적은데 가격은 15달러(넷플릭스는 9달러에서 시작)이기 때문에 주 고객은 반드시 HBO를 봐야 하는 충성 오디언스들이었다. 그런데 이는 자신이 보고 싶은 시리즈만 다 본 후에는 가입을 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Launching May 27ㅣ HBO Max

HBO Max 결국 HBO를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가진 스트리밍 서비스와 경쟁시키기 위해서는 HBO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HBO 맥스가 탄생하게 된다. HBO의 모기업인 워너미디어(Warner Media)는 워너브러더스와 DC 코믹스, 뉴라인시네마 등을 가지고 있고, (코미디센트럴 채널을 보유한) ViacomCBS와도 좋은 관계를 가진 기업일 뿐 아니라, AT&T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HBO의 콘텐츠 외에도 인기 시트콤 와 는 물론, 와 , ,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격은 월 15달러(서비스 초기 프로모션 가격은 12달러)로 HBO Now와 동일하다. 따라서 HBO Now의 가입자 중에서 (Apple TV 등의) 다른 서비스를 통하지 않고 HBO에 사용료를 내는 사람들은 HBO 맥스를 추가 비용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HBO 맥스의 콘텐츠 총책임자 사라 오버리는 “사람들은 HBO 시청자가 마치 돈많은 도서관 사서(고급 콘텐츠만 소비하는 사람)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HBO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짝짓기 리얼리티쇼) 도 본다”고 했다. HBO의 프로그램과 함께 다른 콘텐츠를 섞을 경우 HBO가 그동안 쌓아온 ‘고급 콘텐츠의 산실’이라는 이미지가 다치게 될 거라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말이다.

워너미디어의 채널들

사실 2019년 까지만 해도 워너미디어가 준비하던 서비스에 HBO의 콘텐츠는 빠져 있었다. 워너미디어그룹이 가진 TBS, TNT, Adult Swim, TrueTV 등의 콘텐츠를 디스커버리 채널이 가진 콘텐츠를 결합하는 제휴를 맺은 후 월 8달러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디즈니 플러스가 월 7달러에 스타워즈, 픽사, 마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강수를 두는 것을 보고 원래의 계획을 포기하고 디스커버리를 포기하고 HBO를 내세우기로 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디스커버리는 현재 BBC와 제휴한 스트리밍을 계획 중이다).

워너미디어의 콘텐츠와 HBO의 콘텐츠를 모두 합하면 상당한 라이브러리가 만들어지지만, 스트리밍 시장은 넷플릭스가 표준을 세워두었다. HBO 맥스만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하다. 현재 발표된 오리지널 콘텐츠에는 우선 애나 켄드릭(퀴비 콘텐츠에도 등장했다)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 , 사이언스픽션의 대명사  시리즈 등을 포함한 10개의 프로그램이 있고, DC 코믹스 콘텐츠인 , ,  등 6개의 프로그램, 그리고 메릴 스트립 주연의  등을 포함한 3편의 영화, 그리고 ,  등 이미 방송이 종료된 쇼의 리부트(reboot) 8개가 준비되어 있고, 그 외에도 각종 경쟁 프로그램들도 제작이 준비되어 있다.

왕좌의 게임 ㅣ HBO

HBO 맥스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는 총 1만 시간에 달한다. 방대한 양이지만 넷플릭스가 약 3만 6천 시간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삼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가격 경쟁력도 밀린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보유한 콘텐츠의 퀄리티가 다양하다면 HBO 맥스 콘텐츠의 근간을 이루는 HBO는 <왕좌의 게임> 같은 초 히트작들로 가득하다. 즉, 고품질 콘텐츠 숫자에서 앞선 것으로 비싼 가격을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HBO의 모회사 워너미디어를 이끄는 존 스탠키 CEO는 일찌기 미디어의 미래에 관한 세 가지 예측을 했다고 한다. 첫째, 동작이 굼뜬 올드 미디어는 빠른 변화에 실패했다. 둘째, 영화와 TV쇼는 “소프트웨어를 입고” 소비자에게 직접 도달할 것이다. 셋째, 그 큰 변화의 물결에서는 한 줌의 애그리게이터 플랫폼(aggregator platform)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John Stankey ㅣ Warner Media

미국인들은 이제 복수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넷플릭스에 가장 많이 (1억 5천 만) 가입해있지만, 어린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디즈니 플러스에 빠르게 가입 중이다. (디즈니는 2024년까지 6천~9천 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게다가 아마존 프라임 멤버들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고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가정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지불할 용의가 있는 돈의 상한선은 약 44달러이고, 서비스 수는 2.25~3개.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에 애플까지 뛰어든 스트리밍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HBO 맥스의 도전이 만만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궁극적으로 HBO 맥스의 성공여부는 HBO의 콘텐츠에 목을 매는 오디언스가 얼마나 많으냐로 결정되겠지만, 타이밍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출범에 맞춰 터진 팬데믹 사태는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비록 미국의 많은 주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 중이고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거나 직장을 잃고 집에 머무는 상황에서는 콘텐츠 소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물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경우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할 가능성은 적지만). 모바일에 올인하는 바람에 팬데믹의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하는 퀴비와 달리 사람들은 HBO를 집에서 TV로 보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다른 타이밍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까지 케이블TV를 통해서 HBO를 시청하던 사람들이라면 굳이 추가로 비용을 내면서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HBO 맥스를 가입하지 않고 케이블에 남아있거나, 아니면 케이블을 끊는 코드커터의 대열에 합류하면서 HBO 맥스에 가입하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케이블 TV를 이제껏 끊지 못했던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와 HBO였음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스포츠가 멈춘 상황에서 사람들은 케이블을 끊고 HBO 맥스로 옮겨탈 결심을 좀 더 쉽게 할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매출을 내던 채널에서 다른 채널로 옮겨타는 것은 타잔이 덩굴을 잡고 이동하다가 다음 덩굴로 옮겨타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모험이다.

스트리밍 전쟁

물론 HBO는 이런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이제까지 미적미적 시간을 끌었던 거다. 하지만 바뀐 미디어 세상은 HBO를 스트리밍 전쟁터에 강제로 끌고 나왔다. 애초에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