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 유니버셜의 콘텐츠 수익화 전략

최근 SK텔레콤은 초실감 미디어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는 ‘점프AR’ 앱에 NBC유니버셜의 신작 애니메이션 ‘트롤’의 캐릭터를 추가했다. ‘점프AR’ 앱 이용자들은 ‘트롤’에 등장하는 ‘파피, 비기, 트롤짜르트’를 호출해 실사 사진과 동영상과 합성한 뒤 자신의 갤러리에 저장하거나 외부 SNS에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SK텔레콤이 이 캐릭터들을 자사 앱에 탑재하기 위해 로열티를 NBC유니버셜에 지불했을까? 아니면 SK텔레콤 고객들에게 ‘트롤’을 홍보해준 대가를 NBC유니버셜이 SK텔레콤에게 지불했을까? 혹은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있으니 대가 없이 상호협력을 한 걸까?

아마도 SK텔레콤이 라이센스를 NBC유니버셜에 지불했을 것이다. NBC유니버셜은 콘텐츠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캐릭터 등의 IP 라이선싱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을 주요한 콘텐츠 수익화 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Trolls World Tour ㅣ Dreamworks

필자는 ‘아스텔앤컨(Astell&Kern)’이라는 하이엔드 디지털 오디오 브랜드로 알려진 ‘아이리버’(현 드림어스컴퍼니)에 재직할 때 , 유니버셜코리아의 사업 설명회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왜 디바이스 회사에 유니버셜코리아의 초청장이 날아왔는지 의아하기도 했지만 흥미로워서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초대받은 회사들은 아이리버 뿐 아니라 가전사와 신용카드사, 식품 회사 등 다양한 제조 및 서비스 회사들이었다.  유니버셜스튜디오는 2019-2020년 개봉할 주요 콘텐츠 소개도 했지만 “유니버셜이 이런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으니, 우리 콘텐츠 IP를 활용해 다양한 소비재 상품(패션 굿즈, 장난감, 가전 등)을 함께 만들자”고 참석한 기업들에게 제안했다. 그래서 콘텐츠 소개뿐 아니라 유니버셜 콘텐츠 IP를 활용해 만들어진 소비재 상품이 얼마나 다양한지 강조해서 보여주었다. 아이리버도 ‘미니언즈’를 활용한 가습기와 보조 배터리 등 유니버셜 IP를 활용한 가전을 제작해 시판했다.

유니버셜이 이런 사업 설명회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마케팅 패러다임이 ‘광고’에서 ‘콘텐츠 마케팅’으로 바뀌면서 생긴 새로운 수익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콘텐츠 제작자인 유니버셜은 자사의 콘텐츠를 기업/브랜드가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처럼 만듦으로써 로열티 수익을 확보하려고 한 것이다(유니버셜은 이런 콘텐츠를  ‘콘텐츠 프랜차이즈’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콘텐츠 프랜차이즈는 ‘쥬라기월드’, ‘분노의 질주’, ‘미니언즈’, ‘트롤’ 등이다). 나아가 유니버셜 같은 거대 스튜디오도 콘텐츠 판매 비즈니스 모델(BM) 외에 다양한 BM 확보를 해야 하는 상황임을 시사하기도 한다.

한편 기업과 브랜드들도 유니버셜의 이러한 제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바로 마케팅 패러다임이 콘텐츠 마케팅으로 바뀌고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마케팅 시대에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수시로 생산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따라서 유니버셜 콘텐츠 IP를 자신의 제품과 결합해 놓으면 유니버셜이 생산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콘텐츠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로열티 부담을 감수하고서도 유니버셜과 협업하는 것이다.

유니버셜의 프랜차이즈 콘텐츠는 ‘옴니 플랫폼(Omni-Platform)’을 지향한다. 하나의 원천 콘텐츠는 극장 영화와 TV 쇼, (유튜브용) 숏폼, (넷플릭스 등 OTT 스트리밍 플랫폼용) 시리즈 등 다양한 포맷으로 변주된다. 특히 유튜브용 숏폼은 팬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새롭게 생산되기 때문에 ‘올웨이즈 온 콘텐츠(Always On Content)’라고 부른다. 프랜차이즈 콘텐츠 IP는 소비재 상품뿐 아니라 테마파크와 게임, 실감형 영상(VR 등) 등 트랜스 미디어로 변주되어 소비자와 다양한 접점을 확보하기도 한다.

미니언즈 프리미엄 무선 가습기 ㅣ 아이리버
레고 테크닉에서 분노의 질주에서 나오는 실제 1970년대 닷지차저를 1/13 비율로 축소해 디테일을 그대로 살렸다.
'쥬라기공원' 슈퍼 자이언트 브라키오사우르스

이렇게 마케팅 패러다임이 콘텐츠 마케팅으로 바뀌면서 달라진 풍경 몇 가지를 목격하게 된다. 우선, 콘텐츠 제작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브랜드나 기업이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과 브랜드들은 자신의 제품과 잘 맞는 콘텐츠 IP를 지속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데이터’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신의 제품과 타깃 소비자에 맞는 IP를 찾아낸다면 긍정적 성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제 콘텐츠기업은 콘텐츠 프랜차이즈 전략이라는 선택지를 갖게 됐다. 고객을 만족시킬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만 충실하던 것에서 눈을 넓혀, 브랜드와 제품 등 기업과 잘 결합될 수 있는 콘텐츠IP 를 고려할 필요가 생긴 셈이다.

옴니플랫폼 (Omni-Platform)
모든 것을 뜻하는 라틴어 ‘옴니’(Omni)와 미디어의 단말기나 상품의 유통경로를 나타내는 ‘플랫폼’(Platform)을 조합해서 만든 단어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개념이다. 2011년 베인앤드컴퍼니의 대럴릭비(Darrell K. Rigby)가 옴니채널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처음 소개한 이후, 이전의 멀티채널이나 크로스채널을 대체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릭비는 디지털 소매에서 새 이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온라인 쇼핑의 풍부한 정보를 물리적 매장의 장점과 연결해 소비자에게 통합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옴니채널이라고 정의했다.

콘텐츠 프랜차이즈 (Content Franchise)
프랜차이즈(Franchise)란 본사가 가맹점에게 자기의 상표와 상호, 서비스표, 휘장 등을 사용하여 자기와 동일한 이미지와 상품을 판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등의 일정한 영업 활동을 하도록 하고, 이러한 지원의 대가로 일정한 경제적 이익을 지급받는 계속적인 거래 관계를 의미한다. 헨리 젠킨스(Jenkins)는 콘텐츠 프랜차이즈 확장이란 하나의 이야기 세계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미디어에 도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원천 콘텐츠의 IP를 확보, 여러 미디어와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맥락과 정보를 제공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콘텐츠 프랜차이즈 전략은 마블-디즈니에서 가장 많이 활용했던 방식이다. 1928년 월드 디즈니는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를 통해 ‘테마파크(공간)-애니메이션 제작사-TV채널-영화제작-엔터테인먼트사업’까지 IP를 확장하는 선도적 모델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