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erge의 애플워치 리뷰 영상 (출처: The Verge, YouTube)

전자 제품 리뷰어에게는 “길고 섹시한 손가락”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신제품의 언박싱 비디오나 리뷰 영상 중에 인기있는 영상들을 보면 그 기준은 남녀를 불문하고 적용되는 것 같기는 하다. 광고 영상에 나오는 매끈하고 흠없는 손이 아니라, 흉터가 있고 거칠어도 멋지고 사연이 있는 그런 손들은 유튜버에게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인 건 맞다. 물론 제품 리뷰의 제일 중요한 요소는 리뷰 자체의 퀄리티이겠지만, 제품 리뷰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면서 점점 많은 제품 리뷰들이 제품과 무관하게 하나의 재미와 볼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리뷰에도 종류가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리뷰가 그런 건 아니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으면서 새로 출시된 갤럭시 S20나 애플 워치6를 설명하는 인기 유튜버의 리뷰 영상을 보는 것과 과장님의 지시로 사무실에 필요한 무선 레이저 프린터를 고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는 건 전혀 다른 행동이다. 그렇게 봤을 때 리뷰를 보는 동기를 기준으로 세상에는 대체로 세가지 종류의 리뷰가 존재한다.

첫째, 리뷰어, 혹은 크리에이터가 좋아서 보는 리뷰다. 자신이 좋아하는 셀렙을 구독, 혹은 팔로우하면서 이번에 소개하는 제품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일단 보는 거다. 이 경우 제품을 당장 구매할 가능성은 적을 수 있지만 리뷰어와 오디언스의 유대관계가 워낙 단단해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제품을 소개받고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제품의 홍보효과가 높은 리뷰다. 기업들이 가장 좋아하는 채널이기도 하다.

재미로 보는 리뷰 영상들은 혼자 밥을 먹으면서 보기에 딱 좋은 길이를 하고 있다 (출처: The Edit, YouTube)

두번째는 특정 브랜드(라고 쓰고 애플이라고 읽는다)를 충실히 팔로우하는 소위 “브랜드 팬"(이라고 쓰고 ㅇㄷㅇ라고 읽..)들이 신제품을 팔로우하는 형태다. 이런 형태의 리뷰 콘텐츠 소비는 대개 신제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가령 굳이 애플이 아니라도 각종 장비병에 걸린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자신이 “꽂힌" 제품군의 리뷰를 마치 온라인 스토킹하듯 모조리 찾아 읽고 본다.

이런 사람들은 첫번째 그룹에 비해 구매확률이 더 높고, 그래서 그들의 인터넷 화면은 그 제품의 광고로 도배가 되지만, 장비병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중독이고 재미이기 때문에 당장 구매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는다. 만약 당신이 인터넷 광고비를 기업의 홍보담당자라면 구분해내야 할 집단이다. (미국의 자동차 딜러들이 온라인으로 견적을 요청할 때 “일주일 이내에 구입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게 바로 이런 허수를 걸러내기 위함이다). 정말로 살 사람에게만 신경을 쓰려는 거다.

마지막으로 정말로 사야해서 읽는 리뷰다. 가령 집에서 사용하는 청소기가 고장나서 못쓰게 되었고, 그래서 새로 사기로 결정했는데, 청소기를 구입한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너무나 많고 다양한 옵션들이 등장한 거다. 세상에는 쓸데없는 리뷰가 넘쳐나고 정작 필요한 리뷰는 찾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바로 이런 상황이다.

시간 절약을 위한 제품 리뷰

전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제품 영역들이 존재한다. 가령 스마트폰이나 이어버즈를 고르는 것은 재미있겠지만 프린터나 진공청소기, 와이파이 라우터를 고르는 건 그다지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개 지금 쓰고 있는 제품이 고장난 경우에 사는 물건들이라 지난 몇 년 동안 어떤 제품들이 얼마나 업그레이드가 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제품의 사양/스펙을 읽는 법도 잊어버렸기 때문에 전부 다시 익혀야 한다. (로봇 청소기의 흡입력이 “2,000 Pa”라면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802.11ac 방식의 라우터와 802.11ax 방식의 라우터는 어떻게 다를까?) 그런데 일반 소비자들에게 그런 스펙들은 열심히 연구해봤자 구매하는 즉시 다 잊어버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지식이다.

이렇게 가장 재미없는 영역의 리뷰는 어쩌면 가장 필요한 리뷰이기도 하다. 재미 따위는 하나도 필요 없고, 와즈워스 상수(Wadsworth Constant, 유튜브에서 첫 30%는 쓸데 없는 내용이라 건너뛰어도 된다는 법칙) 없는 리뷰가 필요하다. 아니, 리뷰도 필요없다. 필요한 건 확실한 추천이다. 친구들 중에 특정 제품군을 빠삭하게 잘 알고 있어서 “야, 나 OOO를 사려는데 어떤 제품을 사면 되냐?”하고 물으면 콕 찝어서 어떤 제품을 어디에서 사면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을 우리는 한 두 명 쯤 알고 있다. 바로 그런 친구같은 리뷰가 필요한 순간이다.

미국에서는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라는 잡지가 오래도록 그런 역할을 담당해왔다. 표지만 보면 가판대에서 볼 수 있는 여느 잡지와 달라 보이지 않지만, 이 잡지는 특별한 원칙을 갖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다는 것. 매체가 기업이 주는 광고비를 받기 시작하면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공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단순히 "광고를 게재할 테니 우리 제품을 좋게 써달라”는 청탁의 문제가 아니다. 매체의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에 의존하게 되면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자기검열을 할 수 밖에 없다. 컨슈머리포트는 그럴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광고를 게재하지 않고 수익을 전적으로 구독과 가판대라는 판매 수익금에 의존해왔다.

이 잡지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리뷰하는 제품을 협찬받지 않고 직접 구매해서 사용하고 리뷰한다. 장난감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제품을 구매해서 리뷰하는 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기업이 리뷰를 하라고 빌려주는 제품이 아닌, 일반 소비자와 똑같이 직접 구매한 제품으로 사용하는 것은 해외의 유명 음식평론가가 절대로 매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같은 중요한 철학이다. 리뷰어의 선호도에 맞춰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독일의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은 디젤 엔진의 배출량을 조작하기 위해 검사기관의 검사 방식에서만 배출량이 줄어들게 프로그래밍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기업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추천제품’ ‘비추천제품’을 발표하고, 제품군별로 순위를 매겨서 보여준다. 정보를 일일이 찾아볼 시간이 없는 소비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전해주는 것이다. 위의 모든 원칙은 이 단순한 것 하나를 하기 위한 매체의 하부구조인 셈이다.

뉴욕타임즈의 제품 리뷰, 와이어커터

하지만 이렇게 원칙에 엄격한 컨슈머리포트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그다지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광고가 아닌 잡지 판매에 의존하고 있지만 종이잡지의 판매가 줄어든 시대에는 버티기 쉽지 않다. 물론 온라인 버전을 만들어서 운영을 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 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월 10달러, 혹은 연 59달러를 내야 한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런 종류의 리뷰는 재미로 읽는 게 아니라 실용성이 주목적이다. 아무리 구독에 돈을 많이 쓰는 미국 소비자라도 이런 내용을 보기 위해 고정비를 지출할 독자들은 적지는 않겠지만 점점 줄어드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세번째 형태의 리뷰 시장에서 점점 버티기 힘들어지는 컨슈머리포트의 자리를 노리는 매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니, 등장한 지 오래 되었다.

가령, 씨넷(Cnet.com)이 그런 매체다. 거의 모든 전자제품군을 다루고 있고, 신제품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제품군에 따른 순위를 보여준다. 하지만 씨넷은 엄밀하게 컨슈머리포트의 온라인 버전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소비자에게 분명한 랭킹을 전해주는 것 보다는 제품관련 기사와 리뷰, 블로그 등이 섞여있는 전형적인 온라인 매체이고, 무료 사이트이기 때문에 광고로 운영된다.

물론 광고로 운영되기 때문에 제품 평가에 큰 왜곡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웹사이트의 운영방식은 방문자가 사이트에 오래 머무를수록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읽을거리, 볼거리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주 독자는 모니터를 사기 위해 들어와서 랭킹 1위를 확인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이트에 머무르며 글을 읽고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다.

컨슈머리포트의 뒤를 잇는 진정한 (실용적) 리뷰 사이트는 뉴욕타임스의 와이어커터(Wirecutter)다. 와이어커터는 기즈모도(Gizmodo) 출신의 브라이언 램(Brian Lam)이 2011년에 설립한 후 5년 만에 뉴욕타임스가 3천 만 달러에 인수한 제품 리뷰사이트로 현재 12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중견 매체다.

와이어커터 웹사이트 (출처: 와이어커터)

물론 와이어커터도 씨넷처럼 홈페이지는 각종 제품과 관련한 기사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사이트의 핵심은 상단에 등장하는 카테고리들이다. 전자기기 부터 성인용품까지 총 16개의 제품 카테고리가 존재하고, 카테고리별로 하위 카테고리가 있고, 그 밑에 다시 제품군이 나뉜다.

하지만 일단 각 제품군에 들어가면 사야할 물건이 무엇인지 바로 보여준다. 바로 “Our pick(우리의 선택)”이다. 가령 다양한 제품이 다양한 장단점을 갖고 우열을 다투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보면 올림푸스의 OM-D E-M10 MarkIII 기종을 사라고 콕 찍어준다. 물론 1등만 정해주는 건 아니다. “Also great”이라는 (1등은 아니지만 추천하는) 제품도 보여주고, “Upgrade pick”도 보여준다. 즉, 돈을 더 쓰고 싶으면 이걸 사라는 거다.

이 Upgrade pick이라는 추천은 좀 흥미롭다. 가령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는 Fujifilm X-T3를 그런 모델로 선정했는데 Our pick 모델(600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가격이다. 물론 사양도 훨씬 고급이고 성능도 더 낫겠고, 따라서 이 제품이 1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런 경우 와이어커터에서는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추천(Our pick)하고, 고급제품을 Upgrade pick으로 선정한다. 이는 애플이 저사양의 폰을 “아이폰11”으로, 고사양의 폰을 “아이폰11 프로”라고 한 것과 비슷한 네이밍으로, 저가의 제품을 선택한 사람도 2등 제품을 선택한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는다.

와이어커터가 세심한 신경을 쓴 대목은 또 있다. 각 제품별 리뷰/추천에 이런 선정이 언제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리스트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을 당장 사야하는 소비자는 이곳에 들어와서 제품추천이 언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한 후 리뷰를 신뢰하고 (뉴욕타임스의 로고는 방문자에게 신뢰를 준다)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와이어커터에는 광고가 게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이트는 어떻게 돈을 벌까? 그 답은 구매링크에 있다. 각 추천제품 밑에는 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매장의 그 제품 페이지로 연결되는 버튼이 붙어있다. 아마존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어차피 미국인들은 아마존에서 물건을 산다) 그 외에도 제품별로 유명한 매장들이 뉴욕타임스와 계약을 하고 링크를 걸어놓은 것이다. 바로 이 링크에서 수익이 발생한다. Affliate marketing(제휴 마케팅)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소비자가 그 링크를 타고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들어갈 경우 상거래 사이트가 “소개를 시켜준” 와이어커터에 판매금의 일부를 커미션으로 주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와이어커터는 컨슈머리포트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컨슈머리포트와 달리 기업이 테스트용으로 제공하는 제품을 가지고 리뷰를 하고 있고, 컨슈머리포트, 씨넷 등에 등장하는 기사도 참고(물론 링크를 건다)하는 등, 컨슈머리포트 보다 훨씬 가볍게 움직이는 매체다. 하지만 와이어커터가 겨냥하는 타깃 오디언스는 동일하다. 실용적인 리뷰, 시간을 절약해주는 제품평을 찾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와이어커터는 그 오디언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