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구독자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자신들의 앞 마당인 미국과 캐나다 지역 구독자가 43만명이나 순감하였다. 월가 증시와 언론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원인은 분명하다. COVID-19 로 인해 급증했던 스트리밍이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후발 사업자들의 거센 경쟁은 넷플릭스의 성장 가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닐슨의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스트리밍이 미국 TV 시청 시간의 27% 수준만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성장할 여력이 남아 있음을 강조했다. (물론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에 불안정한 수사이다)

워너와 디스커버리 합병, 아마존의 MGM 인수 등 경쟁 심화와 관련하여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미디어 기업들이 스트리밍의 선형TV 대체를 적응함에 따라 산업 통합이 나타나고 있다” … 2007년 스트리밍을 시작한 넷플릭스의 지배적 시장 개척은 끝났음을 시인한 것이다.

1997년 창업 이후 24년, 스트리밍을 시작한 2007년 이후 14년이 흘렀다. 후발 사업자들이 OTT의 포문을 연 시점이 2~3년 전 이므로 선도적 지위를 누린 시기는 10년이 넘는다. 이제부터 성장 속도는 당연히 느려질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제부터 ‘진검승부’ 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한 기업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미래를 예측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우연히 거실 쇼파에서 IPTV 리모컨으로 영화를 고르던 중 “넷플릭스 VS. 월드” 라는 다큐멘터리를 발견하였다. 이 작품은 2019년 말에 제작되었는데 우리나라 IPTV에는 최근에 서비스 되고 있다.

이 다큐는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인 “마크 랜돌프”를 포함하여 전 임직원들과 한때 경쟁자였던 블록버스터 임원들과의 인터뷰와 과거의 자료 화면들로 구성된다. 이전 직원들이 들려주는 내밀한 성공 후기와 블록버스터 CEO 였던 ‘존 안티오코’의 블록버스터 파산기는 흥미진진하다.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는 필자의 책을 포함하여 수년 동안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텍스트에서 느낄 수 없는 공감이 있다. 독자여러분들께 이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다큐속에 등장하는 넷플릭스의 야사(?)를 살펴보며 이들의 실력을 엿보기로 하자.

# 깨진 DVD가 배송되었다면 넷플릭스는 없었다!

비디오 대여가 미디어 소비의 대중적인 방법이었던 1990년대 중반, ‘우편 배송’ 이라는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켜준 것은 ‘DVD’ 였다.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가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기 위해 산타크루즈의 중고 레코드점으로 차를 돌려 CD를 사고 매장 옆의 문구점에서 구입한 우편 봉투에 집어넣어 리드 헤이스팅스의 집으로 부친다. 몇일 뒤 깨지지 않고 도착한 중고 음악 CD를 확인하고 그들은 ‘DVD 우편 배송’이 작동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우연한 아이디어로 1997년 넷플릭스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때 이 무모한 도전은 운도 작용했다. 당시 미국은 지역 우체국망과 전국 우체국 네트워크가 달랐다. 만일 당시 그들이 음악 CD를 장거리 도시로 배송했다면 우편 분류 시스템을 통과하면서 디스크가 파손되었을 것이다. 파손이 확인되었다면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가능성만 확인하고 사업을 시작한 뒤 이들은 전국으로 DVD를 전국 배송하는데 실패한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사업이었고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한다. 불안정한 시도라도 ‘일단 시작 하는 게 우선’ 이라는 스타트업의 기본이 작동한 것이다. 마크랜돌프는 다큐에서 이때를 회상하며 ‘무지가 복을 부를 때도 있다”고 증언한다.

#포르노를 연상시킨 ‘넷플릭스’

창업 초기 임직원들은 새 회사 이름을 만들기 위해 회의실에 모였다. 도발적이고 감정을 자극하며 회사가 하는 일과 시장에서 지위를 명확히 하는 네이밍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았다.

인터넷과 영화요소가 이름에 들어 가는 것을 가이드로 했다. 30페이지가 넘는 이름들 가운데 전 직원이 찬성한 ‘넷플릭스’가 채택되었다. 하지만 당시 포르노 영화를 뜻하는 ‘skinflicks’ 와 비슷하다는 게 문제였다고 한다. 정면 돌파하겠다는 결정으로 ‘넷플릭스’가 결정되었다.

# 클린턴-르윈스키 DVD 사건

1998년 출시 당시 넷플릭스에는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는 DVD가 3천개에 불과했다. 당시 DVD플레이어를 구입하면 그 안에 넷플릭스 이용권을 넣는 방식으로 제휴 마케팅을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던 이 시기에 마케팅 아이디어로 당시 빅 정치 이슈를 활용키로 했다. 1998년 초기 넷플릭스는 당시 빌클린턴과 르윈스키 대배심 증언(르윈스키의 관계를 밝히는 자극적 내용)을 DVD로 만들어 구독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DVD는 라벨 없이 인쇄되었다. 신청자들에게 무료로 빌 클린턴 DVD를 보내주면서 넷플릭스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유튜브가 있는 지금으로선 이해가 안되는 마케팅 이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산 포르노가 이 DVD에 포함되어 일부 고객들에게 발송되었다. 넷플릭스는 재빠르게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여 이 상황을 돌파했다. (지금이라면 망했을 것이 분명하다)

# 블록버스터와의 치킨게임 : 넷플릭스의 디테일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라는 당시 거인을 파산 시킨 것은 여러 경영 사례 분석으로 유명하다. 이 과정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넷플릭스, 블록버스터 임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균형감 있게 다루어진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을 맞이하며 리드 헤이스팅 중심의 리더쉽을 구축한 넷플릭스는 자금 확보와 감원 등을 통해 생존력을 키워갔다. 누적 손실이 5천만불이 넘어가던 2,000년대 초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의 문을 두드렸다. 8천여개의 매장을 거느린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의 존재를 무시했고 5천만불의 인수 기회도 놓쳤다. 당시 산타바바라로 돌아오며 이들은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결심했다. 블록버스터 전 임원들은 자신들이 넷플릭스 구독사업에 대한 가치를 놓쳤다고 과거를 평가했다.

뒤늦게 넷플릭스를 연구하기 시작한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의 DVD 배송 시스템 등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유통 센터로 구독자를 위장한 직원을 보내 출고와 반납 과정 등을 염탐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DVD 분류 및 배송 시스템을 언론들에 노출 시키며 업력을 과시하는 마케팅을 펼쳤는데 메일 분류 기계의 정보를 경쟁사들에게 노출하지 않기 위해 가짜 회사명과 도시이름을 라벨링 해서 기계에 붙였다. 블록버스터가 그 기계를 주문하려고 해도 회사 정보를 구할 수 없었다.

2004년 당시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블록버스트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넷플릭스도 직원을 위장 시켜 블록버스터 직원 채용 인터뷰에 보냈다. 그리고 블록버스터의 수준이 넷플릭스 보다 2년 뒤졌다는 것을 파악했다. 넷플릭스의 편집증적인 디테일한 실행력이 역량의 핵심이 아닐까?

# 블록버스터 파산 후 넷플릭스 주식을 구입한 CEO

블록버스터가 온라인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두 회사간 경쟁은 점입가경에 돌입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분기 때마다 ‘블록버스터 타도’를 외쳤다. 당시 넷플릭스는 21.99불의 구독 모델 이었다. 블록버스터는 온라인 서비스를 14.99불로 결정했다. 회수가 불가능한 상품 가격 이었다. 전형적인 치킨게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블록버스터는 인터넷에서 DVD를 빌려 매장에서 교환하는 통합 서비스 ‘토털 액세스’ 서비스를 결정했다. 계속 돈을 쏟아 부었다. 블록버스터는 자신들의 취약점을 물고 늘어진 넷플릭스 마케팅에 맞서 ‘연체료 폐지’를 결정하는 등 비용 압박에 시달렸다. 당시 블록버스터 이사회 의장 칼 아이건은 블록버스터 이익 극대화 전략을 선택했다. 매장 통합과 이익 극대화를 결정했다. 이사회는 당시 CEO 존 안티오코를 해고했다. 그리고 ‘토털 액세스’를 중지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부활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리고 블록버스터는 침몰했다. 존 안티오코는 퇴임 직후 넷플릭스 주식을 대량으로 샀다고 다큐멘터리에서 고백한다. (시계를 뒤로 돌려 넷플릭스를 인수했다면 좋았겠지만..)

# 스트리밍 사업 : 콘텐츠 다양성에 기여

2007년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사업을 선언했다. 넷플릭스가 의심 많은 할리우드를 설득하여 스트리밍 사업은 불이 붙었다. 넷플릭스는 당시 “20년 뒤 인터넷TV가 기존 TV를 대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리지널 전략 이후 넷플릭스는 미디어 거대 기업으로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더 넓은 범위의 인종, 연령과 성적 취향 등 다양성 영역을 확장했다. 아울러 구독자 기반의 콘텐츠 제작은 플랫폼과 콘텐츠의 경계를 허물었다. 플랫폼과 콘텐츠는 이제 ‘한 몸’ 이 되었다.

여전히 ‘세상’과 경쟁하는 넷플릭스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왜 “… VS 월드” 일까? 넷플릭스가 콘텐츠 소비 방식을 혁신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넷플릭스는 ‘고객 가치’를 얻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넷플릭스는 ‘여전히 시장이 크다’ 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5년 뒤 인터넷이 연결된 17억 중 7억명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한다. 여전히 이들은 ‘세상’과 싸우고 있다.

물론 팬데믹 수요가 걷히고 치열한 경쟁은 넷플릭스를 ‘수비수’로 돌려 세우고 있다. 게임 스트리밍, 커머스 영역의 확장 그리고 규모 확장을 위한 인수, 합병 등 향후 행보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원조 맛집’ 이 가지고 있는 축적된 역량이 발휘될 때이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