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필두로한 OTT 시장이 커지면서, 극장업계에선 공포스런 위기감과 함께 반대 목소리가 컸고 양쪽 사이의 긴장감도 높았는데요. 최근 넷플릭스가 기존과는 다르게 '극장 개봉' 확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형도상 변화가 생길지,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시네마콘(CinemaCon)에서 발표된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앞으로 전통적인 극장 개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JP 모건 애널리스트 알렉시아 콰드라니 (Alexia Quadrani)는 리서치 노트를 통해 "넷플릭스는 자사의 영화가 더 큰 문화적 영향을 미치길 원한다"고 밝혔는데요.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을 늘리면서 문화적 영향력을 더 키워나가겠다는 게 풀이입니다. 이에 대해 CNBC 등 언론매체가 넷플릭스측 입장을 물었는데, 부인은 않고 즉답을 피했다고 합니다.

Netflix eyes more theatrical releases in bid to have ‘bigger cultural impact,’ JPMorgan analyst says
Netflix is eyeing a more traditional theatrical release for some of its future films, according to a report from JPMorgan out of CinemaCon.

CNBC의 요점정리

1.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영화 일부를 극장에서 더 많이 개봉할 계획(JP 모건)

2. 넷플릭스가 '마케팅 비용 증가'와 '더 큰 문화적 영향력'을 비교, 고민중이다.

3. 팬데믹이 전통적 홀드백을 90일에서 45일로 줄이면서 변화의 계기가 됐다.  

홀드백: 영화를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온라인 유통서비스(VOD 혹은 스트리밍 사이트/앱)로 서비스하기 전까지 소요되는 시간(할리우드에선 통상 3개월간 안팎이 관례였음)

넷플릭스를 CGV하다

위에서 언급된 'Netflix in Theater' 사례의 하나가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죠. 바로 'NETFIC(Netflix In CGV) 행사인데요. 넷플릭스에서 봤던 영화 '승리호'를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는 식의 '극장 재개봉' 프로젝트입니다. 이번에 TV를 넘어 극장에 진출한 영화는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 '승리호' '낙원의 밤' '새콤달콤' '제 8일의 밤' 등 7편이네요.

이런 소식을 앞에 놓고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 봅니다.

1. 상생의 협업모델?
원래 전선을 사이에 두고 으르렁대던 극장과 OTT, 서로 손잡는 협업모델인 셈인데요. 관객 즉 이용자들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겠죠? 이러한 변화 조짐은 당연히 넷플릭스의 전략적 고민에서 시작됐겠지만, 그간 OTT의 위세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겹쳐 잇단 악재로 힘들어하던 극장과 제작사 쪽에서도 미래를 새롭게 그려볼 여지가 생기는 듯 해서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2. 이용자 헤게모니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으로도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관객, 즉 이용자이고 그들은 OTT든 극장이든 원하는대로 편하게 활용하는 게 더 만족도가 높을테니까요. 이런 협업모델이 늘어난다면 그간 미디어 지형도 변화를 놓고, 자주 거론하던 '이용자 헤게모니 강화'의 좋은 예시가 될 듯 합니다.

3. 요즘 OTT 전쟁 상황은?
최근 OTT 관련 소식을 접하다 보면, OTT 전쟁터가 혼전상황에서 일정한 질서가 자리잡혀가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독주에서 디즈니계열과의 양강 구도가 가장 큰 변화의 흐름으로 읽힙니다. 꾸준히 큰 비중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프라임도 있고, 최근 약진중인 HBO Max도 있지만 시장을 끌고가는 리더십 차원에서는 넷플:디플 양강 구도가 또렷해 보입니다. 빠르게 성장을 거듭하던 선도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상대적으로 정체되고 위축돼 보이는 '착시효과(?)'를 낳고 있어 보입니다. 그에 따른 자연스런 귀결일 수도 있겠지만, 넷플릭스의 발걸음은 많이 바빠보입니다. 게임사업과 커머스 진출 등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과감한 사업적 도전(?) 소식이 계속 들려왔으니까요.

4. 극장개봉 확대의 노림수는?
그런데 이번 극장개봉 확대 소식은 좀 더 과감하고 근본적인 도전으로 비춰져 더 관심이 갑니다. '더 큰 문화적 영향력'이란 표현이 다소 점잖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론 이용자 접점을 확 넓혀서 이를 등에 업고 시장 질서를 자기 주도로 바꿔가는 식의 변화로 이해가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사실상 '영화판을 좌우하는 직접적 영향력자'로 등극하겠다는 셈이죠. 이는 'OTT 전쟁'의 흐름에 비춰볼 때, 넷플릭스 입장에선 아예 게임 세팅을 자기에게 유리한구도로 새롭게 바꿔갈 수 있는 좋은 패로 여겼기 때문 아닐까요?  

5. 그런데... 계속 궁금한 점은, 왜 넷플릭스는 그동안 인수되지 않았을까?
이를테면, 디즈니가 기술기업 인수 검토하며 구글 애플은 쳐다보기 어려웠고 트위터를 낙점했다가 돌이키기도 했는데요. 그 무렵 왜 넷플릭스는 안 쳐다봤는지.. 궁금하더군요. 또, 애플은 현금도 넉넉한데 굳이 애플TV+를 고집하며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아이팟 초기에 아이튠즈를 만들고 시장을 개척했던 스티브 잡스를 되새겨보면 지금처럼 영상 중심의 스마트 단말 헤게모니가 큰 사업자가 됐는데 영상 서비스는 아주 게으르게 방치된 느낌마저 들 정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