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와 넷플릭스의 경쟁에서 누가 승자일까?
이 물음 안에 ‘스트리밍의 미래’가 엿보인다. 예전 기고에서 이분법적 답변으로 ‘디즈니가 승리’ 할 것으로 예측 한 바 있다. 디즈니가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 안에서 ‘디즈니플러스’가 창출할 시너지와 마블(Marvel) 등 콘텐츠 프랜차이즈의 위력을 분석한 결과이다.
OTT들의 성장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 이용자들도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유료, 무료로 이용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OTT를 합리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경쟁의 판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주춤한 넷플릭스, 그와 다른 디즈니의 2분기실적

디즈니플러스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었다. 넷플릭스 실적과 숫자만 비교해보자.

디즈니의 스트리밍 가입자가 넷플릭스의 성장 속도를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이 속도라면 2022년 1분기 정도에 스트리밍 전체 구독자가 2억 명에 도달하여 넷플릭스를 따돌릴 가능성이 크다. 스트리밍 구독자의 합과 D2C 부문의 매출이 넷플릭스 보다 많아진다면 ‘이겼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앞지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1 가입자 수익의 증가

디즈니는 영화, TV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자산을 디즈니플러스 (가족 친화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 ESPN+ (실시간 스포츠의 OTT 리더), 훌루 (성인 대상의 방송 콘텐츠 허브)로 분산시켰다. 각각의 OTT 상품들은 기존 레거시 콘텐츠 사업을 대체해 가면서 ‘교차 수익화’ 전략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디즈니는 올인원 플랫폼으로 3가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묶지 않았다. 낱개의 스트리밍은 경쟁 서비스들이나 레거시 TV의 유료 채널보다 가격을 낮추어 이용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빠르게 구독자의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월 구독자 수익 트렌드는 문제가 있다. 매 분기 조금씩 하락하고 2분기는 10% 떨어졌다. 따라서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자 질(Quality)을 높여야 한다.
가입자의 APRU가 10% 감소한 것은 인도네시아 및 인도에서 확보한 ‘디즈니+핫스타’의 저가 가입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핫스타 구독자가 무료 4,640만 명으로 지난 6개월 동안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자 기여도가 30%에서 40%로 증가했다. 핫스타 구독자를 제외하면 ARPU는 6.12 불이다. 핫스타 때문에 구독자 순증이 커 보이는 ‘착시’가 발생할 정도이다.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hotstar)

향후 질 높은 글로벌 구독자 확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11월로 예정된 한국, 대만, 홍콩의 디즈니플러스 론칭은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대만, 홍콩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디즈니플러스를 제값 받고 마케팅할 수 있는 국가들이다.

#2 다양한 수익 모델의 검증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넷플릭스보다 저렴하지만 넷플릭스와는 다른 수익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광고 없는 구독 모델이다. 훌루는 광고 지원 상품이 있고 3가지 스트리밍 상품들을 번들로 제공한다. 그리고 광고 지원 라이브 스포츠 상품인 ESPN+ 와 케이블 TV의 교체 상품인 ‘훌루 라이브’ 상품을 기존 디즈니 고객들에게 상향 판매 (upselling, 좀 더 고가의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 한다.

2분기 실적 결과를 보면 디즈니플러스의 ARPU (월간 구독자 당 수익)이 감소한 반면 나머지 2개 서비스는 광고 수익으로 인해 ARPU가 증가했다. (ESPN+는 전년 동기 4.16불에서 4.62불로 증가했다. 훌루의 월 매출은 인당 11.39불에서 13.15불로, 훌루 라이브는 월 68.11불에서 84.09불로 늘어났다) 강력한 구독자 상승 모멘텀과 광고 수익의 기대 가치는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사업과 차별화된다. 스트리밍 구독자의 꾸준한 월 수익 상승은 넷플릭스를 능가할 장점이다.

미국의 온라인 매거진 ‘Fast company’에 재밌는 분석 기사가 있다. “디즈니는 슈퍼앱을 만들어 넷플릭스를 이겨야 한다” 스트리밍 상품이 분산되고 있어 넷플릭스와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어렵다는 전제로 ‘올인원 앱’을 만드는 것은 어떤가 하는 제안이다. 디즈니+핫스타의 성공에는 라이브 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미국에서도 통합 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흥미로운 주제이나 당분간 슈퍼앱이 출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3 프랜차이즈 콘텐츠 영향력 확대

디즈니플러스의 성공 요인을 2가지만 꼽으라면 첫째는 <낮은 가격>, 둘째는 <프랜차이즈 콘텐츠의 위력> 일 것이다. 이미 디즈니플러스는 4기 마블 유니버스 영화는 물론 10여 편이 넘는 TV시리즈의 라인업을 발표하고, 완다 비전, 팔콘 앤 윈터솔저, 로키 등을 차례로 론칭했다. 최근에 종영한 로키 시즌1은 회당 제작비가 2천5백만 불 수준으로 TV 시리즈가 표현하는 스케일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국내 유튜버들이 리뷰한 로키 시즌1의 전회 영상들을 보면 예전 마블 영화들의 향수와 새롭게 예정된 마블 신작 영화들의 각종 단서 (일명 ‘떡밥’) 들이 즐비하다. 마블 등 프랜차이즈 콘텐츠가 가진 강력한 힘은 과거를 소환하고 미래 콘텐츠의 기대를 엮어내는 데 있다.

한국의 미디어 플랫폼들에서 디즈니 구작 영화들의 공급 중단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플랫폼 안에 시청자의 시선(eyeball)을 가두어 충성도를 높이고 싶어 한다. IPTV에서 디즈니 영화 한 편을 구입하는 가격으로 한 달치 디즈니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실 디즈니는 신작 마블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넷플릭스와 달리 ‘몰아보기(binge viewing)’ 방식으로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회당 에피소드를 매주 공개하는 고전적 편성 방식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블이 가진 구전 효과는 ‘몰아보기’의 장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일본에 서비스 중인 디즈니플러스에는 올해 안에 ‘Star’ 브랜드로 FX, FOX 등의 콘텐츠를 보강한다고 예측되고 있다. 기존의 디즈니 구작 라이브러리 콘텐츠와 신작 마블, 스타워즈 시리즈, 신작 영화들도 가입자를 확보한 뒤 성숙 수준에 도달하면 새로운 콘텐츠 블록을 쌓는 방식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의존도가 높은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한국 OTT 시장의 시사점

디즈니 스트리밍 사업들의 가입자 총합이 넷플릭스를 능가할 시점은 1년 이내에 현실화될 수 있다. 스트리밍이 곧 사업의 전부인 넷플릭스와는 달리 디즈니는 스트리밍이 전체 사업의 시너지를 제공하는 ‘허브’이다. 이런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넷플릭스가 다소 좁은 콘텐츠 차선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넷플릭스도 오리지널 투자 수준을 높여 플랫폼 가치를 극대화하며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게임과 커머스 등을 넷플릭스 플랫폼에 배치하여 구독자 방어에 힘을 쏟을 것이다.
콘텐츠를 소유한 그룹들이 모두 스트리밍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플랫폼과 콘텐츠는 한 몸이 되어 몇 개의 사업자로 ‘과점’ 되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콘텐츠의 영향력 수준이 곧 스트리밍 구독자의 비율과 비례해 갈 것이다.
11월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이 결정되었다. 디즈니플러스의 진출은 콘텐츠가 특정 플랫폼에서만 독점되는 경쟁이 본격화됨을 의미한다. 넷플릭스가 진출할 때와는 다른 현실이다. 대응 방안도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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