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Memo]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최형욱 지음)

며칠전 메타버스에 대한 자료모음 글을 올리면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했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대목들이 나와 메모하면서 공유 글을 씁니다.
이 책의 내용 자체는 방대한데, 의외로 쉽게 읽힙니다.  
목차에서 드러나듯, 중요한 질문들에 응답하듯 쓰여져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크게 3가지 대목이 흥미로웠습니다.
1. 세컨드라이프가 잘 안 됐던 이유는?
2. 구글 글래스는 왜 실패했을까?
3. 메타버스로 인한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사실 페이스북이 공들이고 있는 이유와 그 현황 부분도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져 있고 무척 흥미롭긴 했는데 분량이 너무 길어 살롱 이후에 별도로 다뤄보려 합니다)

책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면서 짧게 요약해 봤습니다.
(아울러, 이달 25일 씨로켓 살롱에 필자인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를 초대해서 특강을 들을 예정인데요. 관심있는 분들은 참가해서 궁금증을 풀어보시죠..)

1. 세컨드 라이프가 잘 안 됐던 이유는?

1)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이 미흡했다.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지 않고 복잡했다. 정보 제공도 부족했고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이용자들이 뭘 해야할지 잘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게 만들었다. 목표나 미션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하드코어 사용자만 주로 남아 있게 됐다.

2) 단계적 목적의식과 동기부여 시스템이 없다.
인간의 성장욕구와 성취본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게 가상세계의 강점인데, 그 체계와 인센티브가 정밀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았다. 이는 등산로가 나 있지 않은 산과 같다. 프로 산악인들에게는 도전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초보 등산색들에게는 오를 수 없는 산이 되어버린다.

3) 낮은 완성도로 구현된 세계가 몰입감을 주지 못했다.
3D그래픽을 처리하는 GPU를 포함해 컴퓨터의 성능이 원하는 수준의 완성도를 만들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아바타나 가상세계의 디테일 표현이 미흡한 점 등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낮았다.

4)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으로 세계를 확장하지 못했다.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5) 사용자들의 친목과 커뮤니티보다 먼저 온 상업화가 생태계를 파괴했다.
사용자 커뮤니티는 매추 중요한 속성! 그런데, 세컨드라이프는 그 커뮤니티의 토대가 제대로 구축되기도 전에 상업적인 냄새가 강한 공간이 돼 버렸다. (언론과 기업의 주목이 높아지면서 기업 홍보관과 이벤트 등이 줄을 이은 것)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그래도 아직 세컨드 라이프에 남아 있는 디지털 자산의 규모가 작지 않아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는 게 필자의 진단입니다. 코로나 시국에서 반짝 인기도 끌고 있는데요. 이를 계기 삼아 앞에 지적된 단점들을 보강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수 있을지 향후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2. 구글 글래스는 왜 실패했을까?

2012년 4월 5일 동영상이 하나 공개됐다. 구글글래스를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내용!
'어느날 One day'란 제목의 프로토타입 영상이었다.

그리고, 6월 27일 구글 I/O 행사에서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글래스의 데모를 보여주기도 했죠. 스카이다이버가 낙하하는 영상을 구글글래스를 통해 행사장에서 실시간 스트리밍하며 중계하는 등 극적 연출을 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죠.

그런데 이후 프라이버시 이슈 등으로 잡음이 일다가 관심도 줄고 프로젝트가 결국 2015년 1월 종료됩니다.

메타버스를 부흥시키는 아이콘이 될 뻔한 제품이었는데요. 왜 실패했을까요?
당시 하드웨어는 개선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이러한 하드웨어의 제약성을 간과하고 너무 일찍 상용화했다는 비판이 많았었는데요. 필자는 추가로 세 가지의 중요한 이유를 지적합니다.

1)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가치의 부재다.
1,500달러라는 비싼 가격에 비해 디자인과 기능 등이 부족하고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얼리어답터에게는 매력적이었을지 몰라도 일반 유저에게는 설득적이지 않았다. 특히 작은 디스플레이와 낮은 성능, 유용한 앱의 부족 등이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한 큰 이유가 됐다.

2) 프라이버시와 저작권 같은 민감한 이슈를 건드렸다.
장착된 카메라가 불러일으킨 사생활 침해 논란 등은 불가피한 이슈였는데,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결국 사회적 수용성을 얻지 못했다. 더불어 머리에 착용하는 웨어러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 또한 사전에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외면받게 했다.

3) 웨어러블의 불편함과 이를 극복해줄 사용자 경험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안경을 안 쓰던 사람은 물론, 착용자들에게도 무겁고 충전이 필요하고 조작이 불편해서 지속 사용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개선과 혁신이 부족했다.

종료됐던 구글글래스 프로젝트는 엔터프라이즈 버전으로 피보팅되어 2017년 조용히 살아났다고 하네요. 필자는 2019년 엔터프라이즈 2번째 버전이 개발됐고 이듬해 캐나다의 스마트글래스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재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회심의 역작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기대섞인 전망을 합니다.  

3. 메타버스로 인한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미디어에서 폭풍의 눈이다'라고 운을 뗀 필자는 콘텐츠와 뉴스를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필자의 정리글 가운데 핵심 소주제별로 주요 사례만 간추려서 소개합니다.

1) 실감미디어의 시대가 온다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마치 함께 하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 몰입감이 가득하게, 어떤 상황 안에 푹 빠질 수 있는 실감 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이 부상하고 있다.

BBC는 BBC Connected Studio를 열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BBC는 내부의 BBC News Labs란 데이터기반의 기술 접목 시도를 하는 랩도 있고, BBC Taster라는 실험적 아이디어 공개 플랫폼도 운영중이다.

BBC의 'Home - A VR Spacewalk'는 마치 우주에서 직접 유영하는 듯한 실감 콘텐츠로 평가받으며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이용자 체험 영상)

디스커버리 채널은 Discovery VR이란 새로운 채널 통해 실감형 미디어 제작해 방송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더 가디언'의 특집 VR다큐 '6x9: explore solitary confinement in 360'도 빼놓기 힘든 명작이다.(유튜브 영상)
스위스의 솜니액스가 개발한 버들리(Birdly) 사례도 있다. 하늘을 나는 듯한 오감을 느끼게하는 시뮬레이터 하드웨어와 콘텐츠로 실감미디어를 제대로 체험하게 한다. (Teaser 영상)

2) 스페이셜(Spatial) 저널리즘이 시간과 공간을 보도한다
실감형 미디어가 현장감을 느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스페이셜(Spatial) 저널리즘은 공간과 시간에 담긴 스토리가 중요하다. 시공간이라는 콘텍스트를 3차원의 공간을 담은 영상과 인터랙티브한 참여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 Time의 Immersive App
 <Landing on the moon>, <Inside Amazon: The Dying Forest>
- 뉴욕타임스
 <Explore Insight, NASA's Latest Mission to Mars>
- CNN VR
 <Running with the bulls in Pamplona>

3) 합성미디어와 리얼미디어의 경계가 무너졌다
합성미디어는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와 결부돼 자주 논의된다. AI-generated media, Generative media로도 불린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딥러닝을 통해 학습한 후 만들기 때문에 딥 페이크(Deep fake)라는 부정적 단어도 유관단어가 됐다.

메타버스 생태계 자체가 합성미디어와 그 속성이 동일하다보니 미디어에서 합성미디어 이슈는 계속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합성미디어의 발전으로 부정적으로는 가짜정보와 싸워야 하고, 그 구분을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한편 긍정적으로는 사람이 없어도 이를 대신하고 사람을 위해 역할 해줄 방법이 생겼다는 것이다.

4) 유비쿼터스 미디어와 하이퍼 콘텍스트의 탄생
가상세계에는 미디어들이 스며들어가 있다. 이용자는 특정 콘텐츠를 소비하는 제한된 콘텍스트를 넘어서 다수의 맥락을 인지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며 다른 유저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이전과는 훨씬 다르게 폭 넓은 미디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유저간 상호작용에 있어 콘텍스트의 최상위 집합을 하이퍼콘텍스트(Hyper-context)로 정의한다.

5) 트랜스미디어(Trans Media)
2006년 헨리 젠킨스가 책 '컨버전스 컬처(Convergence Culture)'에서 하나의 스토리 세계가 다양한 미디어를 거쳐 여러 포맷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연계되어 전달되는 스토리텔링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마블이나 디즈니 세계관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동안 트랜스미디어는 스토리를 여러 미디어 플랫폼을 넘나들며 끌고 가야하다보니 구현이 어렵고 복잡하고 투입대비 효율성이 떨어져 그간 제대로 확산되지 못했다. 그런데 메타버스 기술의 발전으로 적은 비용으로 몰입감 높은 스토리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기에 앞으로는 그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이를테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 가상세계에서 배경 이야기를 경험하고 영화 관람 후에는 가상현실에 들어와 열린 결말 중 하나를 선택해 자연스럽게 이어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참가자가 자신의 스토리를 중간에 끼워 넣거나 그날 청중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리빙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6월 25일 씨로켓살롱에서 '메타버스와 가상경제' 주제로 최형욱대표가 특강을 한다.(세부정보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