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절을 겪으면서 재택근무가 많이 늘어났지요. 다들 처음에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로 재택근무를 해도 업무 생산성에 큰 차질이 없는 걸로 나타나면서 ‘원격근무(Remote Work)’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굳이 모두가 회사에 출근해서 일해야 하고, 커다란 공간을 이렇게 확보해놓고 있어야 할까?” 이런 의문이 자연스레 생겼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직장, 어떤 모습이 적절할까요?
마침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6월초 이런 주제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업무공간에 대한 5가지 모델(5 Models for the Post-Pandemic Workplace)이란 제목으로 글로벌 건축사무소 하셀의 다니엘 데이비스박사가 기고한 글입니다.

경영진과 전략가들이 현재 사용하거나 고려중인 직장 모델은 다섯가지 범주로 구분된다고 설명합니다.

1) 기존 일반 모델 : 다시 사무실 복귀해 9-5의 규칙적인 업무 재개 방식. 사무실이 좀 더 위생적이고 유연할 수 있지만 팬데믹 이전처럼 가장 중앙집권화된 사무실 모형.

2) 클럽하우스 : 직원들이 협업해야할 때만 사무실에 모이고, 집중적인 작업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 이때 사무실은 사람들이 만나고 어울리며 협력할 수 있는, 사회적인 허브 역할을 한다.

3) 활동중심 사무실 :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근무하지만 책상은 할당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은 회의실과 전화부스, 핫 데스크, 라운지 등 다양한 작업공간 사이를 이동하며 하루를 보낸다. 팬데믹 이전 (호주의 경우) 대부분 활동중심 사무실은 10명당 약 8개의 책상을 가지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에는 10명당 책상을 다섯 개까지 줄이고, 대다수 직원들이 일주일에 이틀씩은 집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4)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 직원들이 중앙 상권에 위치한 커다란 사무실에 모이기보다는 교외에 있는 작은 위성 사무실 등 사는 동네와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모델. 중앙 사무실로의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동료와의 대면적 상호작용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5) 완전 가상모델 : 모든 직원들은 재택근무 혹은 원하는 곳에서 각자 근무한다. 비싼 임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필자도 지적하듯, 이 모델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IBM과 HP 등의 기술회사들은 팬데믹 이전에 이미 원격근무 실험을 했었죠. 광고회사 Chiat/Day는 90년대에 이미 (성공적이진 못했으나) 활동중심 사무실 모델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이제 팬데믹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혀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JP모건의 CEO는 “모든 예전처럼 복귀하라. 줌 미팅은 모두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요. 경영자들은 이제 실행가능해 보이는 다섯가지 옵션을 두고 낯선 결정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자, 그럼 어떠한 기준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선 2020년과 2021년 경영자 및 직원들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설문조사 및 분석자료들을 토대로 장단점을 꼼꼼하게 따지고 최적의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울러 유의할 점도 짚어봐야 하겠습니다.

우선, 원격근무 관련해서 영국에서 2020년 중반, 창업자포럼의 경영진 대상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은 인포그래픽을 소개합니다. 전체적으로 재택근무 등 원격업무 도입에 적극적인 의사표명이 많습니다.

1. 원격 근무 해보니 생산성은 어땠나?
'훨씬 혹은 약간 더 생산적이었다'는 긍정적 답변이 55%를 넘어섬.
'큰 변화 없었다'는 답이 17.6%.
(참고로, '일한 시간이 더 많았다'는 응답이 55.2% 정도였음)

2. 좋았던 점은?
유연성/가족시간/워라밸/출퇴근 부담 없음 등.
반면, 안 좋았던 점은?
즉각적 연락과 협업이 안돼 답답함을 지적.
가장 그리운 점으로는 '소셜 인터랙션'을 많이 꼽았네요.

3. 주간 단위로 볼 때, 며칠을 원격근무로 선택하고 싶은가?
- 2일(30%)>3일(26.1%) 순으로 높았고,
- 3~5일이 모두 합쳐 50.3%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걸로 나타남.

4. 향후 회복국면이 됐을 때 원격근무를 하던 방침을 바꿀 의향이 있냐?
- 86.4%가 이전처럼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응답.
- 원격근무를 어느 정도 도입, 유연한 근무체계 갖추겠다는 답이 55%로 가장 높았음.
- 이후 원격근무를 우선해서 세팅하겠다는 답이 27.2%였고,
 예전처럼 돌아갈 것이란 답은 13.6%에 그쳤네요.

그런데, 2021년 상반기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게 감지됩니다.
백신 접종이 늘고 코로나 회복 전망이 나오면서 사무실 복귀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죠.

2021년 3월, 컨설팅회사 KPMG의 CEO 조사(2021 CEO Outlook Pulse Survey)에 따르면 응답자 중 17%만이 회사의 기존 공간을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KPMG의 2020년 8월 조사에서는 CEO의 69%가 사무실 공간을 줄이겠다고 답했었으니, 1/4가량으로 크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원격근무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사도 많이 줄어들었다 합니다. 주간 단위로 2~3일 정도 원격 근무를 하게 할 것이라는 응답이 지난해 50% 이상이었는데 2021년 조사에선 30%에 불과했습니다. 직원 업무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공유형 사무공간을 활용할거란 응답도 제법 낮아져 14%에 그쳤다 합니다.(관련기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업무환경의 변화 흐름 자체는 대부분 동의하는 걸로 나타나 보입니다. 이에 따라 향후 회사의 물리적 공간은 현재와 대비해서 적게는 10~15%, 많게는 30%까지도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한편, KPMG의 CEO대상 조사에서 사업환경이 팬데믹으로부터 온전하게 극복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45% 가량이 2022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했네요. (31%가 올해 즉 2021년 안에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고, 나머지 24%는 회복 대신 팬데믹 계기로 영원히 사업환경이 바뀐 셈이라고 응답했다 합니다)    


마지막으로 HBR의 기고로 다시 돌아가, 5가지 모델과 관련해서 고려할 점 몇가지와 놓치면 안될 유의점에 대해 짚고자 합니다. 필자 다니엘 데이비스는 각 모델의 장단점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지적하면서 가중치를 잘 고려하라고 말합니다.

"각 모델은 트레이드오프(trade-off), 즉 상충되는 측면을 포함한다. 활동중심 사무실 모델은 공간을 절약하지만 직장문화에 있어 중요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허브 앤 스포크 모델은 무척 논리적으로 들릴 것이다. 단, 프로젝트나 직무 기능이 아닌 지리적 위치에 따라 인력을 나누게 될 수 있다(부적절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그리고 기존의 일반 모델로 복귀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생각이지만,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귀하는 걸 전제하는 셈이다. 그런데 앞으로 어느 정도의 재택 근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사무실에 있는 사람이 줄고, 원격으로 소통할 일은 늘어날 것이며 예전처럼 그대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다."

한편, 직원들 또한 스스로 어떤 모델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지적합니다. (호주의 경우)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델은 가정과 사무실에서 모두 일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모델(클럽하우스 및 활동중심 사무실)이었다고 하네요. 완전한 원격근무는 조사 대상자의 20% 미만이 선택한, 가장 인기없는 옵션이었다고 하고요. 아울러, 직원들의 선호에 있어 인구학적 차이도 컸습니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가정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유연성을 훨씬 더 중시했죠. 또, 관리자들은 예전처럼 '있던 그대로' 사무실로 돌아오기를 더 원하는 경향성을 보였고요.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직원들보다 원격 근무에 더 개방적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서 필자는 유의점에 대해서도 강조했습니다.
직원 등 회사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그 차이점 등을 잘 파악하고 수렴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않은 채 직장 모델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글의 마무리는 코로나로부터 배운 교훈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동안 우리가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면, 아마도 집에서 일하는 것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낫거나 더 나빴다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장점이 있더라는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에는 기업들이 단일 업무 공간 모델로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요구에 맞춰 조정된 모델을 모색하면서 여러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로나 전의 업무환경을 돌아보자.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가. 어떻게 법률 회사와 신문사, 기술 회사의 본사가 모두 똑같거나 똑같이 운영될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