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들으셨죠?
작년에 '폐지'됐던(휴식기를 선언하며 잠정 중단됐던) KBS '개그콘서트'가 '로드 투 개콘'으로 부활합니다.

KBS 코미디 프로그램 부활…‘로드 투 개콘’ 11월 첫 방송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부활합니다. KBS는 코미디 서바이벌 프로그램 ‘로드 투 개콘’(가제)을 오는...

'개콘'은 1999년 7월에 파일럿으로 첫 방송을 시작했었네요. 97년말 발발한 IMF로 온 나라가 힘들던 무렵, 개그맨들이 매주 치열한 경쟁을 뚫는 방식으로 의미있는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워낙에 인기가 높아 주말 밤 안방극장의 터줏대감이었습니다. 직장인과 학생들에겐 개콘 말미의 밴드음악은 주말의 휴식이 끝나고 출근과 등교가 가까웠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인식되고, 회자될 정도였으니까요.

'KBS(혹은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이란 제목으로 많은 언론보도가 잇따랐는데요. 그 기사들을 보면서 문득 '개콘'이 KBS의 대표적 코미디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KBS 그 자체와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 혁신에 뒤쳐진 레거시의 무게
개콘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긴장감 높은 무대였고, 그 열기가 고스란히 방송에 담겼습니다. 매주마다 경쟁하며 새로운 코너가 살아나고 죽기도 하는, 말 그대로 오디션을 거쳐 '콘서트'처럼 완결성을 더한 포맷이었습니다. 자연히 인기코너와 인기 개그인들이 쏟아져나오고 장수프로그램이 되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긴장감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인플루언서로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어가는 지각변동이 생겼고, '개콘'은 혁신에 뒤쳐진 진부한 이미지가 생겨버렸습니다. 자연히 저조해진 시청률과 함께 부진을 거듭하다 급기야 105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됐습니다.    

KBS 또한 미디어 지형도 변화와 함께 '위기'를 외친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럼에도, '디지털 전환'이란 이름의 혁신 노력은 아직 너무도 미흡합니다. 방송 프로그램으로 치면, 종영과 부활의 노력처럼 극단적이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셈입니다.  

2. 소통이 힘겨운 레거시의 무감(無感)
개콘은 왜 진부해졌을까요? 다양한 진단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못 쫓아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그 흐름 속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시청자들의 눈높이겠지요. 처음 개콘이 등장했을 때, 가장 혁신적이었던 점은 '콘서트'처럼 관객들과 소통하는 생생한 녹화였을 것입니다.
그러면 요즘 시점에 걸맞는 혁신적 노력은 뭘까요? 외형상 변화는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관객 소통' 즉 시청자와와 연결된 힘의 여부가 좌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부활프로젝트 '로드 투 개콘'가 시청자 투표를 통해 우승팀을 선발하는 포맷을 택하면서 시청자와의 연결을 통해 위기극복을 고려한 것은 불가피하며 동시에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KBS는 올해 수신료 현실화(라고 쓰고 인상이라고 읽게 되죠)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6월말 이사회 의결이 이뤄졌고 이제 방통위를 거쳐 국회로 공을 넘기게 됩니다. 공영미디어로서 수신료 수입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무려 40년간이나 인상이 되지 못했는데요. 여러 변수를 논할 수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국민적 신뢰기반이 '압도적으로' 공고하지 못한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국민을 위해 복무하는' 공영미디어로서 공고한 신뢰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소통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바로 이 부분이 개콘 사례에서 KBS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KBS의 조직문화와 업무방식에 이러한 소통 마인드가 내재화돼 있었다면, 개콘은 과격한 '폐지와 부활'의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운 '변신의 과정'을 거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뉴미디어채널을 통해 호응을 얻는 아이디어들을 검증하고 TV편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청자들과 계속 웃음을 나눴다면, '개그 콘서트'가 원래 갖고 있던 혁신적 DNA를 계속 살려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개콘의 간판 스타중 한명인 김대희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꼰대희'를 비롯, 개그맨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다수가 큰 성과를 얻고 있는 현실이 이미 이러한 가설을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콘'이 '서바이벌' 포맷을 통해 부활을 꾀하는 장면이 KBS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척 크다고 봅니다. 디지털을 끌어안는 것은, TV를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요구에 복무하는 것, 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당연한 변화의 과정일 것입니다.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중요한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은 '개콘'만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