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S는 어때?"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볼 때, 어떻게 달라?"
지난 3년간 KBS이사(비상임) 활동을 하며 지인들로부터 종종 받았던 질문입니다.

2018년 9월 5일 첫 회의, 이후 매달 적게는 한두번 많을 때는 매주 회의를 이어왔죠. 그리고, 2021년 8월 25일 오늘이 마지막 회의였네요. 그래서 오늘이 스스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반성(反省,Reflection)을 하기 좋은 시점 같습니다. 더불어 지인들의 궁금증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하려면 사연이 길어질 게 뻔해' 그간 눙치듯 짧게 웃어넘기기 일쑤였는데요. 오늘은 나름의 반성적 소회로 응답해볼까 합니다.

총괄적 소감

(오늘 11기 이사회 마지막 회의석상의 소회 발언 중심 메모)

1. "3년간 KBS에서의 경험을 통해, 많이 깨닫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2. 제가 3년전 이 자리에서 처음 회의할 때 '공기가 비슷하다'는 얘기를 한 기억이 납니다. "90년대 중반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서 방송사 출입을 했는데 그때 와서 느꼈던 KBS의 분위기와 냄새가 25년 가량 지났음에도 비슷해서 놀랐다"고 말씀드렸었죠. (3년전 농담처럼 웃고 넘어가는 스몰토크가 됐지만, 사실 뼈있는 얘기였어요. 급변하는 미디어지형도 속에서 위기상황이 오래 지속됐으니 큰 변화가 있었을거라 기대했는데 실제론 그런 것 같지 않아 놀랐다는 의미니까요. 물론 다들 알아들었다고 봐야겠지요...)

3. 돌아볼 때, 아쉬운 것과 다행인 것 2가지 측면에서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4. 사회적으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KBS가 디지털 전환을 포함한 '혁신'을 해나가도록 촉진하는 부분에서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꾸준히 촉구하며 노력했지만 돌이켜보면 많이 부족했구나... 그런 아쉬움이 남습니다.

5.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자면, 업(業)의 재정의와 그에 따른 조직문화의 혁신, 예산과 인력 등 역량의 재배치 등이 좀 더 과감하게 일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는데요. 그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게끔 촉매제로 기여했음 좋았을텐데.. 미흡했다는 반성이 됩니다.

(업의 재정의는, 이미 다들 얘기하듯 공영방송에서 공영미디어로 재정립한 정체성에 맞게 비전과 미션도 전향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TV에 최적화된 영상 제작과 송출조직으로서의 공영방송이 아니라 TV는 물론 뉴미디어환경까지 아우르며 국민들과 콘텐츠를 매개로 소통하는 공영미디어라고 말이죠. *참고로 '공영미디어'라는 표현 자체는 이미 도입된지 오래인데요, 실제 반영은 덜됐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2018년 9월 이사회 회의장면(업무보고) 
6.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점도 제법 많습니다.

7. 먼저, 종전과 비교할 때 큰 흐름상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 정권에서 방송장악 시도가 빈발하면서 장기 파업사태가 일어났고, 개혁세력을 통한 공영미디어들의 정상화 진전이 이뤄졌으니까요) 다소 늦어진 감이 있지만, 수신료 정상화 문제제기와 함께 내부적으로 개혁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KBS 수신료, 왜 올려야 해?" 이 이슈와 관련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해 주세요)

KBS 수신료 이슈
(오늘 글은 KBS 수신료에 대한 내용인데, 제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중이다보니 불가피하게 직접적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글을 썼습니다. 감안해서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6월 30일, 상반기 마지막날 KBS 이사회는 ‘수신료 조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기존 2,500원에서 3,800원으로 1,300원 올리는 안 입니다. KBS 이사회 ‘수신료 1300원 인상안’ 의결현행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방통위·국회 통과
8. 또한, 지역에 대한 재인식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지역국 방문시, '뉴스7'을 통해 지역 KBS에서의 보도가 살아나고 있음을 생생하게 들었고 무척 고무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관련, KBS가 지역뉴스 포털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큐레이션하는 등 더 발전적 노력을 기울여, 공영성과 국민적 신뢰를 드높이면 좋겠다고 제안했었는데요. 이 부분은 별도 글로 정리를 함 해볼까 합니다) 인력과 예산부족 등 열악한 여건 탓에 갈 길은 멀지만, 집행부가 의지를 갖고 더 과감하게 투자하며 밀어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9. 디지털 전환 관련, 다소 더디긴 하지만 그래도 조직내 문제의식은 많이 확산되고 있고 다양한 시도가 계속 모색 및 실행되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크랩과 댓글읽어주는 기자, 스튜디오 K 등 보도와 제작 쪽에서의 디지털 실험 과정에서의 현장 목소리를 이사회에서 생생하게 나누기도 했었죠. 최근 재난보도에 있어 디지털 기반을 연계해 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하고 'D-Live'라는 이름으로 실시간 스트리밍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편성본부는 조직구조를 바꿔서 TV와 디지털을 절반씩의 비중을 두고 고민해 나가는 변화를 실행하고 있기도 하고요. 반가운 움직임들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3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반성'적 메모글에 그치면 곤란하겠지요.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KBS가 있어서 참 좋다!"고 여길 정도로 믿을만한 공영미디어로 거듭나기 위해 꼭 해결해야할 과제들(숙제 차원에서 지배구조 이슈, 조직문화 혁신 등도 있겠고, 디지털 전환 관점에서 소통지향형 서비스기반 구축 등도 있겠죠)에 대한 발전적 제언까지 나아가면 좋겠다는 욕심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하더라도 혼자 정리하기엔 좀 벅찰 듯 싶네요. 뜻이 맞는 분들과 숙의하고 협력해볼까 궁리중입니다. 아무튼 씨로켓 독자분들 가운데 미디어 특히 방송업계 분들도 제법 계셔서 경험과 생각의 공유 차원에서 글을 나눠봅니다. 관심있는 분들과 건설적인 대화도 환영입니다. 피드백 주실 분은 kdkim@mediasphere.kr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