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은 KBS 수신료에 대한 내용인데, 제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중이다보니 불가피하게 직접적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글을 썼습니다. 감안해서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6월 30일, 상반기 마지막날 KBS 이사회는 '수신료 조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기존 2,500원에서 3,800원으로 1,300원 올리는 안 입니다.

KBS 이사회 ‘수신료 1300원 인상안’ 의결
현행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방통위·국회 통과 절차 남아

작년 9월부터 27차례 회의를 거듭한 끝에 의결이 이뤄졌고 중간에는 200여명의 국민들이 이틀간 참여한 숙의형 공론조사도 있었습니다. 향후에 이번 조정안대로 최종 국회 통과까지 된다면 KBS의 재원구조에서 수신료 비중은 현재 46%에서 58%대로 높아집니다. 어제 회의석상에서 나온 얘기들 중에, 비판적 질문에 대한 설명과 응답도 있었는데요. 그 포맷으로 몇가지 의견 정리해 봅니다.  

1. "지금 KBS 수신료 올린다고? 왜?"

다들 이런 생각이 먼저 드실 듯 합니다. 국민 정서상 불만이 더 큰 게 현실이죠. 사실 저 또한 수신료 이슈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에는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생각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까지 수많은 회의와 공론조사 등을 거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1981년 이후 40년간 수신료는 2,500원 그대로입니다. 그간 세 차례 조정, 즉 인상 논의가 있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불발됐습니다. 이제는 현실화돼야 맞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지금 KBS가 잘 하니까 올려주자', 그런 차원은 절대 아닙니다. KBS가 '정말 잘 한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합니다. 이를테면, (제가 이사회 활동하면서 내부를 샅샅이 살펴보니) 뭔가 안일한 조직문화에 실망도 했고요. 특히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감안할때, 뉴미디어 분야와 디지털 전환 관점에서도 많이 아쉽고 답답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즉, 국민들 눈높이에 비춰볼때 미흡한 게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공영 미디어가 제대로 역할하기 위해서 수신료라는 재원을 정상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명제 또한 매우 또렷하고 시급하며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방송법상 공영방송 KBS의 재원은 수신료로 규정돼 있습니다.(이외에 필요에 따라 광고수익등 여타 수입으로 충당 가능) 다른 나라를 볼까요? 수신료 비중이, 영국 BBC는 75%, 독일과 프랑스는 80%대, 일본의 NHK는 98%에 달합니다. 한국 KBS는 46%에 불과합니다.

2. "KBS는 공정한가?"

많은 분들의 지적 중 하나입니다.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 이슈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와 관련해서 그간 KBS가 정치적 파도에 따라 휘둘리기도 한 시절도 제법이고, 최근까지도 몇 차례 실수와 잘못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분들이 실망스러워하거나, 나아가 강한 비판과 항의를 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방향을 두고 얘기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이전 정권 시절, 청와대 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압박성 전화를 걸었던 사례가 상징하듯, 정치적으로 독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공영미디어는 매우 중요합니다. 더불어 허위 조작정보가 많아진 세태 속에서 언제든 믿을 수 있는 중심 잡힌 미디어가 필요합니다. 아직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있어 부족한 게 현실이지만,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방향상 그나마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뉴미디어 기반을 활용해, 재난방송을 포함한 24시간 응답형 뉴스체제를 갖춰가려고 노력중이기도 합니다. 저널리즘의 추락이 끝없다는 요즘, KBS가 한국인들이 신뢰할만한 매체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도 안정적 재원구조, 즉 수신료 비중 증대가 저널리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먼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소위 '지배구조' 이슈를 짚는 게 맞다고 봅니다. (얘기가 길어질 사안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3. KBS의 방만한 운영이 문제 아닌가?

'KBS에 연봉이 1억원 넘는 사람이 절반쯤 되는 등 너무 많다'는 기사를 본 적 있으실 겁니다. 고액 연봉자가 많다는 걸 근거로 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는데요. 전 이 부분은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선 고액임금자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다만 KBS측에서 '88올릭핌을 앞두고 인력 충원이 대거 이뤄진 이후 인력구조상 고임금자가 많은 시기를 맞게 된 상황이며 요즘 매년 상당수 인력이 퇴직하는 등 자연감소가 되고 있다'고 해명한 것처럼 이것이 방만한 경영의 근거로 지적되는 건 온당치 않아 보입니다.

더불어 '여타 공기관 대비해서 임금 수준이 현격히 높거나 상승률이 더 높지도 않다'고 해명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일부 수긍도 되지만 그래도 비판적으로 질타할 대목도 제법 있다고 봤습니다. 이를테면, 3년째 임금협상 과정과 결과를 심의의결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책'이란 말에 걸맞는 과감한 조치는 안 보여서 아쉬웠던게 사실입니다. KBS 구성원들 입장에선 '소폭 인상'이나 '동결' 등을 통해 자구노력에 힘을 보탰는데, 왜 인정해주지 않는가라고 서운해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현재의 위기상황을 비춰보면 감액까지 감수하는 좀 더 과감한 노력이 필요할거란 게 상식적 판단이었고, 그런 차원에서 압박과 질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논의과정에서 '앞으로 명예퇴직도 모색하는 등 자구노력을 더 깊게 하겠다'는 얘기가 더해지긴 했습니다.

추가로, 몇가지 개인적인 소견을 덧붙입니다.

1) '소통'이 답이다!
- 설명 책임, 즉 보고의 의무가 매우 중요합니다. 국민들이 참견하고 질책하고, 또한 칭찬할 수 있으려면 '뭘 알아야' 가능합니다. 장벽이 가로막힌 채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있는 한 '신뢰'가 쌓이긴 그만큼 더 어렵다고 봅니다.

'개콘'을 예로 들어볼까요? 여러 사정 속에서 불가피 중단되었습니다. 향후 어떻게 이어갈지 현업에선 고민이 많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대부분 개콘이 폐지됐다고 이해하고 있을 겁니다. 제대로 설명하고 소통하지 않고 있다보니.. 그런 인식차가 생깁니다. 유튜브를 포함한 뉴미디어를 활용해서 얼마든지 더 효과적으로 복원해서 운영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 그런 계획들을 수립하고 있는 걸로 들었습니다. 빨리, 잘, 설명하고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지난해 '나훈아쇼' 못지 않게 국민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꾸준히 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실제 공론조사 과정에서 인상적인 대목이 여럿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KBS가 참 많은 일을 하고 있었더라. 소수자를 위한 부분이나 글로벌 채널 운영 등..." "우리가 비판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다. KBS가 더 잘 하면 칭찬도 할 것이고, 수신료도 1500원이 아니라 몇 천원이든 얼마든지 올려 줄 용의가 있다" 등등 따끔한 질책 외에도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말씀도 많았습니다.

2) '서비스 마인드'를 갖자!
KBS는 국가기간방송이자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입니다. 그래서 어느 방송보다도 재난방송에 많은 투자를 하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대환경에 비춰볼 때 TV에만 국한하지 않고 '끊김없는 재난정보서비스'를 하는게 더 적절하고 당연할텐데, 아직은 그런 부분이 많이 미흡합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수신료 현실화와 무관하게 현재 재난방송을 좀 더 진화한 형태로 하기 위해 24시간 뉴스룸도 시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수신료 조정 후에는 유관 인력과 프로젝트가 크게 보강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3) 수신료 논의과정 자체가 KBS 개혁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번에 열달 가량 수신료 논의과정을 이어오면서, KBS는 공적 책무를 다시금 되짚고, 새롭게 정비하고 실천적 과제 도출까지 정리하고 또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구성원들 모두가 공영미디어로서 KBS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방통위를 거치고 국회를 거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다시금 시작됩니다. 그 사회적 논의과정, 즉 소통의 시간들이 KBS를 공영미디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이번 이사회 의결과정에서 이사회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2021수신료조정안이사회의결발표문(2021.06.30.)_이사회.pdf


(아, 가끔 물어보시는 분이 있는데요. KBS 이사회는 모두 11명이고 전원 비상근직이며 임기는 3년입니다. 저는 2018년 9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11기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중이며 올 8월에 임기가 만료됩니다. 12기 이사회는 아마 7~8월 사이에 선발될 것입니다. 12기 이사회는 11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KBS 사장을 선임하는 일을 필두로 예산 심의 등 KBS 내의 주요 의결사항들을 처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배구조 개편의 첫 걸음은 이사회 구성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김경달 (kdkim@mediasphe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