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슬리로운 스트리밍 생활 시작되나?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화이트 타이거>를 시청했다. 인도의 ‘카스트’ 계급 구조를 책으로만 배웠던 필자는 이 오리지널 한 편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영상 한 편이 주는 문화적 배움과 각성에 새삼 놀라움을 느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넷플릭스, 웨이브 등 OTT를 즐긴다. 첫째는 시간을 죽이는(?) 킬링타임용! 두 번째는 정서적 허전함을 메꿀 때 활용하는 감정 회복용! 세 번째는 지식과 정보를 영상으로 배우고 싶은 학습용! 쓰고 보니 미디어 매체들에 던지는 대단한 찬사이다. 씨로켓 독자 여러분들에게 넷플릭스 등을 포함한 OTT들은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다.

1분기 넷플릭스의 성적표는 기대 미달

넷플릭스도 이용자가 누리는 전체적인 시간을 이길 수는 없다. 팬데믹과 함께 종전 세웠던 목표를 2배 이상 달성하던 넷플릭스가 2021년 1분기에는 형편없는 성적표를 보였다. 구름 위를 빠르게 뚫고 우주권을 고공비행하던 넷플릭스가 갑자기 지구로 돌아온 셈이다.

넷플릭스는 2021년 1분기에 398만 명의 순증(가입 – 해지) 구독자를 확보하여 600만 명의 예측치를 훨씬 밑돌았다. 1년 전 같은 분기에 1,577만 명의 구독자가 증가했으니 이와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시장은 우려를 반영해 10% 이상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아래 표를 보자. 2년 전 같은 분기보다는 상승했지만 1년 전 동기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출처 : www.cnbc.com

그러나 1분기 매출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상회했다. 71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구독자 당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시행한 무료 1개월 제공 중단, 가족 이외의 프로필 공유 금지 등이 확대되면 매출 곡선은 우상향 할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유료 구독자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구독자 가입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북미 지역은 치열한 경쟁으로 44만  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유럽, 중동, 라틴아메리카에서는 10% 가입자 증가를 기록했고 아시아 지역 구독자는 여전히 크게 증가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가입자 하락을 방어했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나타나는 새로운 스트리밍 문화

넷플릭스의 1분기 성적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1분기 구독자 하락이 넷플릭스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팬데믹로 인한 특별한 수요가 구름을 걷어내는 것은 분명하다. 팬데믹으로 인한 스트리밍 이용 시간의 증가와 다양한 경쟁 서비스의 출현 속에서 고객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2020년 10월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펄스 미국 소비자 설문 조사에 의하면 유료 스트리밍 비디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구독 서비스 개수가 팬데믹 이전 3개에서 팬데믹 이후 5개로 증가했다. 전체 소비자의 82%가 스트리밍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그런데 팬데믹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 개수가 소폭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가입과 취소를 반복하며 여러 서비스들을 이용하고 있다. 고객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 개수를 줄이면서 서비스의 비용과 품질, 콘텐츠를 꼼꼼히 고르기 시작한 것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20%에 불과했던 구독 중단 시도가 37%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시장, 한국 시장 모두 고객들 입장에선 넷플릭스 이외에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 경쟁의 결과이다. 극장을 갈 수 없는 고객의 시청 욕구를 경쟁에 활용하기 위해 디즈니와 HBO는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에 극장용 영화를 동시에 개봉했다.

국내의 티빙도 공유, 박보검 주연의 <서복>을 국내 최초 OTT 동시 개봉을 선택했다. 광고가 포함된 저가 스트리밍(훌루), 쇼핑 멤버십과 함께 무료로 제공되는 스트리밍(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쿠팡 플레이 등), 모바일 폰을 구매하면 6개월 무료로 제공되는 스트리밍(애플 TV플러스) 등 비용과 콘텐츠 선호에 따라 복수로 골라서 구독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른바 ‘멀티 구독 시대’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가 4월에 발행한 보고서에서는 이런 고객들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팬데믹 기간 중인 2020년 5월과 10월의 미국 고객의 스트리밍 이용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왜 구독하는지 그리고 왜 해지하는지에 대해 심층 조사했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아래와 같이 “고객들이 왜 특정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와 같은 내용이다.

먼저 구독자들은 특정 OTT 가입시 콘텐츠 다양성과 자녀와 동시 시청할 콘텐츠 보유 여부, 광고 없는 서비스, 비용 효율적인 번들 상품 등을 비교해서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 시청 기간이나 할인율 등은 이용 기준에서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 보다 ‘효용성’이 중요해졌다. ‘슬기로운 스트리밍 생활’ 이 아닐 수 없다.

출처 : Deloitte 보고서. 2021.4 (Digital Media Trend)


팬데믹으로 극장을 갈 수 없던 시기였던 2020년 5월 미국 소비자의 22%는 새로 개봉한 영화를 집에서 스트리밍 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했다. 이는 10월에 35%로 증가했다. 이렇게 추가적인 ‘스트리밍 머니’를 지불한 소비자의 90%는 다시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가입 이유와 취소 이유는 동전의 양면이다. 고객들이 답한 취소 이유는 아래 표와 같다. 특정 OTT 서비스의 해지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경험을 시도하거나 광고가 포함된 저렴한 서비스 등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증가로 인해 나타나고 있다.

출처 : Deloitte 보고서. 2021.4 (Digital Media Trend)


경쟁이 만들어낸 서비스와 콘텐츠의 다양성으로 ‘멀티 구독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외부 활동이 증가하면서 구독의 개수는 감소하기 때문에 구독자를 획득하기 위한 OTT들의 경쟁은 그만큼 치열하다.

필자의 머릿속에도 공유, 박보검 주연의 ‘서복’을 보기 위해 티빙을 가입할 의사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취소할지도 동시에 고민이 병행되고 있다.

고객 유지가 더욱 중요해진 OTT 경쟁 환경

딜로이트 분석에 의하면 구독자 한 명을 획득하는 비용은 200달러 수준이고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 구독자를 잔류시켜야 한다. 구독자는 스트리밍에 할애할 시간이 감소하거나 좋아하는 콘텐츠를 다른 서비스에서 발견할  때 언제든지 해지 버튼을 누를 수 있다. 결국 팬데믹 이후 스트리밍 경쟁은 피 터지게 구독자를 모으는 경쟁도 중요하지만 이 보다 ‘고객의 유지’가 더욱 시급한 전략일 수밖에 없다.

최근 웨이브(wavve)는 <THE : 윤여정 – 윤여정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특집전을 열고 있다. 이를 위해 웨이브가 보유하고 있지 않는 <죽여주는 여자>, <산나물 처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이전 작품들도 모두 수급했다. 사업자들의 이런 발 빠른 노력들은 기존 고객들의 시간을 장악하고 OTT 서비스의 충성도를 높이려는 마케팅 활동이다.

이번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넷플릭스는 7개 부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2개 부문, 페이스북이 1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콘텐츠 영역의 존재감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넷플릭스의 1분기 구독자가 감소했다고 하지만 ‘멀티 구독 시대’에 1등과 2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고착도는 여전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고객의 유지에 필요한 데이터와 콘텐츠 계획 그리고 실행력이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토종 OTT가 멀티 구독 시대의 슬기로운 고객들을 확보하는 길은 자신들만의 매력적 콘텐츠와 플랫폼의 구속 요소를 명확히 해야 한다. 번들(bundle : 묶음 판매)의 힘에만 안주하면 구독자는 미련 없이 버스를 갈아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