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사업자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사업자는 언제나 도전적 행보를 보인다. 미국의 OTT 시장에서 HBO MAX의 최근 움직임이 그러하다. 2분기 실적 결과 미국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43만 명의 구독자를 잃었다.
아래 표를 보자. 미국 시장의 스트리밍 구독자 점유의 하락, 디즈니플러스 유지, HBO MAX와 파라마운트+ 등 소위 후발 OTT의 증가 추세가 보인다. 넷플릭스의 선도자(First Mover) 위치는 도전받고 있다.

US Premium SVOD 구독 점유율

2분기 실적 결과 HBO MAX는 280만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미국에서만 4,79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HBO MAX의 구독자 중에 의미 있는 지표는 리테일(retail) 가입자의 증가 추이이다. HBO MAX는 온라인 유통 등을 통한 직접 가입(retail : 소매)과 컴캐스트 등 케이블 제휴 사업자들을 통한 가입(wholesale : 도매)으로 구독자를 모객한다. 케이블 TV를 통해 HBO 유료 채널을 판매하면서 OTT 구독자도 동시에 모집하기 때문이다. 2분기 리테일 가입자가 1,210만 수준으로 1분기 대비 대략 239만이 증가했다. HBO MAX의 가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케이블 TV의 HBO 가입자가 HBO MAX를 이용할 수 있는데 실제 이용자 수는 밝히지 않았다. HBO 채널 가입자의 스트리밍 활성화 수준은 다소 낮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구독자의 규모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HBO MAX의 약진의 이유는 무엇일까?

#1 영화 : 극장 동시 개봉

구독자 증가에 가장 큰 기여는 “극장과 HBO MAX의 동시 개봉”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워너 브라더스는 2021년 영화 전체 라인업을 HBO MAX에서 개봉 예정일과 같은 날짜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원더우먼 1984’ ‘고질라 대 콩’등 모든 신작 영화를 HBO MAX 구독자는 공개 이후 31일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Premier Access’라는 이름으로 별도 결제상품으로 판매 하지만 HBO MAX는 15불 구독료 안에 이를 포함시켰다. 15불의 지불 가치에 극장 개봉 영화가 포함된 것이다. 구독자의 인당 월 매출이 11.90불로 발표되었는데 디즈니 플러스의 2배 수준이다.

2021년 극장과 동시 스트리밍되는 작품들 (메트릭스4, Dune,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페이스잼 등)

2분기 실적 발표 시 내년에도 이 전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만 일부 영화에 대해서는 극장의 45일 독점 상영을 병행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2년 10편의 HBO MAX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와 유사한 전략이다)

#2 차별화된 오리지널

HBO, HBO MAX는 TV의 아카데미 시상식인 에미상 후보로 가장 많이 지명되었다. 2021년 시상식 후보로 130개 부문에 올랐는데 그 뒤를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차지하고 있다.

HBO MAX 오리지널로 제작된 “메어 오브 이스트 타운” (펜실베이니아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범죄 수사물)은 16개의 수상 후보로 지명되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HBO MAX의 최고 시청량을 기록하였다. 이 드라마의 제작회사인 wiip 은 JTBC가 지난 5월 31일 인수한 회사이다.
넷플릭스의 더 크라운, 디즈니플러스의 만달로리안 등이 최다 후보작을 기록 중인데 에미 어워드는 OTT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HBO MAX는 HBO의 크리에이티브 파워를 활용하여 오리지널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얼마 전 ‘프렌즈’를 활용한 스페셜 콘텐츠를 제작한 바 있다. 7월 초에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 시즌을 방영한 인상적인 드라마인 ‘가십걸’을 재부활시켰다.
가십걸은 “이 구역의 xxx은 나야~”라는 블레어의 명대사와 매회 드라마 마지막에 등장하는 “ You know you love me XOXO Gossipgirl” 나레이션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뉴욕 맨해튼의 엘리트 사립학교를 무대로 소셜 미디어로 전파되는 소문과 진실에 관한 이 드라마는 상류층 10대의 패션과 드라마를 소재로 한다. 다만, 방영 후 예전에 비해 폭발적 반응은 부족하다.

HBO MAX는 이런 리부트(Reboot) 드라마가 이전 세대와 현재의 Z세대를 붙잡고 싶어 한 것일까? ‘리부트’는 HBO MAX가 택한 구독자 확보 전략의 한 축이 되었다.

#3 유통망정비

2020년 5월 HBO MAX 출시 이후 6개월 동안 로쿠, 아마존 등과스트리밍 기기분쟁으로 구독자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워너미디어는 로쿠, 아마존의 Fire TV 에 제공중인 HBO 앱을 HBO MAX로 변경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수수료 이슈 등으로 런칭 이후 난항을 겪어왔다. HBO MAX는 기존 3천만명이 넘는 HBO 가입자를 HBO MAX로 전환시키고자 하였으나 두 회사와의 분쟁으로 발목이 잡혔다. 결국 극장 동시개봉작 원더우먼 1984를 HBO MAX에 공개하기 직전인 12월중순에 분쟁이 해결되었다. 커넥티드TV의 70% 이상을 점유한 두 회사와의 화해는 HBO MAX 확산에 중요한 모멘텀이 되었다.

#4 다양한 상품

HBO는 50년 역사 동안 광고를 게재한 적이 없다. 워너미디어는 HBO MAX의 규모 확대를 위해 광고가 포함된 AVOD 상품을 출시했다. 광고가 없는 HBO MAX 보다 5불이 낮은 9.99불로 출시했다. 훌루플러스 등 유사한 광고 포함 상품보다는 비싼 수준이다.
이 광고 상품 구독자는 시간당 4분의 광고를 시청한다. 다만, 다운로드가 안되고 고화질의 4K 영상을 시청할 수 없다. 극장 동시 개봉 영화도 접근이 안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특정 콘텐츠를 경제적으로 시청하는 고객 집단을 대상으로 광고 포함 상품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한국에서는 작동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워너미디어 측은 HBO MAX의 시장 도달 범위를 20% 까지 늘릴 수 있는 전략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상품이 규모 확대에는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문이다.

한국 OTT 경쟁 관점에서의 시사점은?

HBO는 1972년에 탄생한 유서 깊은 ‘유료 콘텐츠 채널 네트워크’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상징적 존재다. HBO의 명성은 여전하지만 스트리밍으로 전환하면서 점차 HBO MAX로 가치를 넘겨주고 있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스트리밍과 달리 HBO의 네트워크 구독자 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다른 OTT 들과 차별화된다.

HBO MAX의 약진은 형제회사인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극장과 스트리밍의 홀드백 전략을 가장 과감하게 활용하여 2021년 상반기에 의미 있는 실적을 기록했다. 가장 비싼 가격을 지탱한 가치이기도 하다.
아울러 드라마 명가 HBO의 업력을 스트리밍으로까지 확대했다. HBO MAX 오리지널의 작품성, 흥행성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만 투자의 크기는 여전히 넷플릭스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디스커버리와의 합병을 통해 ‘총알’이 마련되는 시기까지는 버텨야 한다.

국내에서 HBO MAX처럼 극장 동시 개봉, OTT용 오리지널, 유통 확대 등 이 문법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는 서비스는 ‘티빙’이다. 모기업 CJENM의 후원과 네이버와의 제휴가 구독자 증가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다만 HBO와 워너 브라더스의 결정처럼 ‘2021년 전체 영화’를 대상으로 한 과감한 홀드백 전략을 쓰고 있지는 못한다. 역으로 보면 이 정도 처방이라야 고객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의 OTT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HBO MAX의 사례로 보면 ‘OTT 올인’으로 매달려도 점유율 변화는 2% 이내이다. 하지만 한국의 OTT 시장은 아직 성장기 국면에 있다. 그만큼 구독자 전체 파이를 키울 여력이 많다. 후방 생태계가 강한 사업자가 적극적 전략을 발휘할 수 있다. 점차 배타적인 콘텐츠 우위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OTT 생태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제레미 김종원 jeremy797@gmail.com  
'제레미의 TV 2.0 이야기'를 연재했던 논객이자 파워블로거. 미디어 현장에서 티빙과 옥수수 등 국내 토종 OTT를 두루 경험한 미디어 전문가이다. 'jeremyletter'를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