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페이스북에서 유난히 눈길이 간 책 표지사진이 있었습니다. '로빈 던바(Robin Dunbar)'란 학자가 쓴 '프렌즈'라는 책이었는데요.

던바는 150명이라는 '던바의 수'로 널리 알려진 분이죠. 워낙에 유명한데다 오래전 들은 이름과 이론이라, '지금도 책을 펴내며 활동중이신가', 궁금증이 들었죠. 확인해보니 1947년생으로 올해 75세이고 여전히 영국 옥스포드대 실험심리학부에 소속돼 있고 저널에 글도 꾸준히 게재하고 계신 상황이네요. 작년 3월에 'Friends'란 책을 냈고 국내에선 어크로스 출판사를 통해 올해 1월에 같은 제목으로 번역본이 출간됐네요.

이 분의 책에 눈길 간 또 하나의 이유는, 며칠 전 읽었던 가디언의 기사 때문인데요. "오래 살고 싶다면 친한 친구를 사귀어라. 심지어 가족보다 더 당신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요지를 담은 글이었습니다.

마침 이 책을 추천하는 문구에서도 "20년간의 의학 연구결과, 우정이 우리의 삶과 죽음을 좌우하는 걸 밝혀냈다"고 쓰고 있네요. 그래서, (마케팅 구호일 수도 있지만) 도대체 '친한 친구와의 우정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등 몇가지 궁금함을 풀고 싶어졌습니다. 우선 궁금한 걸 적어봤습니다.

1. '친구와의 우정'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리고, 그 근거는?‌‌
2. '친구'는 몇 명이 적절할까? '친한 친구'는 어느 정도 친한 걸 말하나?
3. 그런 의미있는 우정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나?


‌‌그럼, 하나씩 살펴볼까요?


1. 우정의 영향력


‌‌최근 20여년간 의학계 연구결과, 친한 친구가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크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족보다 더 그렇다고 하는데요. 친한 친구가 없으면, 건강의 위험은 매일 담배 15개피 피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는 수명 단축 측면에서 비만이나 운동을 안 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수준이라네요. ‌‌‌‌

이러한 주장은 148개 연구의 리뷰를 토대로 나왔다는 게 가디언 보도인데요. 몇 가지 연구를 소개합니다. 먼저 유타주 브리검영 대학의 심리학과 신경과학 교수인 줄리안 홀트-룬스타드팀의 2010년 연구도 자주 인용되는데요. 이 연구에선 '외로움이 하루에 담배 15개를 피우는 것만큼 신체 건강에 해롭다'는 결론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심리학자 윌리엄 초픽의 연구를 볼까요? 9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온 15세에서 99세 사이의 30만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조사였다고 하는데요. 우정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들이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강한 사회적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7년 동안 생존할 확률을 50%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증가는 담배를 끊는 것의 건강상 이익에 견줄 만하다고 지적합니다. 초픽은 "친구들은 의식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가족 관계는 진지하고 부정적이며 단조로운 것일 수 있다"라며 친구와의 우정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연구는 미국에서 50세 이상의 7,481명을 대상으로 6년동안 추적 조사를 한 사례인데요. 피실험자들은 그들의 '우정의 품질'에 대해 질문 받았다 합니다. 즉,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그들을 이해했는지, 혹은 얼마나 그들을 실망시켰는지' 등이죠. 또한 '내 삶은 (꿈꿨던) 이상에 가깝다'라는 말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도 물었고, 동시에 당뇨병과 암, 심장병과 같은 질병의 유무도 체크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친구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더 높은 질병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반대로 친구들이 힘이 되어 주는 긍정적 관계일 때는, 사람들이 더 건강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가족은 개인의 건강과 복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합니다. 배우자와 자녀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친구만큼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연구진은 "가족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라, 친구들이 우리를 더 기분 좋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고, 친구들은 무언가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여서 배출구를 제공해 주며, 그들은 덜 판단적(그래서 더 편하다는 의미)이고, 서로의 거리를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끝으로, 카네기멜론대학 세라 프레스먼 연구진이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고독감과 독감 예방접종 면역력의 상관관계를 탐구한 사례가 있는데요. 고독하다고 느낀 신입생들은 예방접종을 맞아도 상대적으로(고독하다고 느끼지 않는 신입생 대비) 면역 체계가 위축되었고, 백신에 대응하는 적절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예방접종을 했음에도 독감 바이러스가 들어올 경우 잘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죠. ‌‌이처럼 친구, 우정, 유대감 등은 우리에게 지극히 이로운 역할을 하며 건강과 생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2. '친구'는 몇 명이 적절할까? 어느 정도 친해야 하나?

친구의 숫자와 관련해서는 '던바의 수'인 150명을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던바에 따르면 이 150명은 '공항 라운지에서 우연히 그 사람을 발견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다가가서 옆자리에 앉을 만큼의 친분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150명 정도의 집단은 던바가 발견한 '우정의 원'의 여러 층위중 하나인데요.

로빈 던바의 '우정의 원' (Source : Friends)

5명의 '절친한 친구'에서부터 15명 정도의 '친한 친구', 그리고 50명의 '좋은 친구'에 이어 '그냥 친구들' 수준의 '친구' 그룹이 150명 정도라는 것이죠. 그 다음 단계인 500명의 원은 ‘지인(함께 일하는 사람 또는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고, 1,500명 원은 ‘이름만 아는 사람들’로 설명합니다. 각 그룹은 어느 정도 구별되는 특성을 지니지만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고 각 층이 연쇄적으로 다음층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각각의 원(또는 층)은 특정한 접촉 빈도, 감정적 친밀도, 도움을 주려는 의지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던바의 수'인 150명 그룹이 유의미한 친구를 나타내는 기준점이라 할 수 있고, 그 바깥으로 벗어나면 이타적으로 행동하려는 우리의 의지가 급격히 감소한다고 합니다. 설령 도와준다 해도 서로 주고받는 걸 계산하며 철저한 호혜주의를 바탕으로 행동한다고 하네요. 반대로 150명 이내 그룹의 친구들을 도와줄 때는 반드시 보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하고요. 이 '우정의 원'은, 우리가 힘들때 속내를 털어놓고 기대어 울 수 있는 친구가 누구인지, 함께 밥을 먹고 영화를 보러 갈 수 있는 친구는 누구인지, 결혼식에 초대할 친구는 누구인지 등 우리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한눈에 파악하기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거라고 합니다.

앞서 연구진으로 소개했던 윌리엄 초픽 박사는 절친한 친구의 숫자와 관련, "그건 5~6명일 수도 있고, 2~3명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좋은 품질의 우정을 기르는 것이 유익하고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3. 친구가 되는, 효과적인 방법은?‌‌

친구를 제대로 사귀고 아주 친밀한 사이로 발전하려면 적어도 200시간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합니다.(캔사스대 커뮤니케이션학부의 제프리 홀 교수의 연구) 이를테면 같은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이 같아서 둘 사이의 친교시간이 매주 4시간 정도가 된다고 가정하면 1년이, 한달에 두번정도는 밥이나 술을 마시거나 수다를 떤다고 하면 2년 정도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아무래도 교류의 시간이 좋은 품질과 비례의 관련성을 가질거란 생각을 뒷받침하는 설명 같습니다.

던바는 '프렌즈'를 통해 '우정의 일곱 기둥'을 설명합니다. 세계관과 자란 곳, 학교 또는 직장, 취미와 관심사, 유머 감각, 음악 취향, 사투리 등인데요. 가장 친한 그룹 5인 정도의 범위는 대체로 6개 정도가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통상 이들 5명에게 사교 시간의 40% 가량을 집중해서 쓴다고 합니다.  던바는 또한 여성들은 '수다떨기'가 우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반면, 남성은 수다가 우정에 별다른 영향을 못 미쳤고 '멋진 일을 함께 하려는 노력', 즉 축구나 등산 술자리 등을 포함해 뭔가 의미있는 일을 같이 도모할 때 우정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졌다 합니다.

앞서 친구 사이의 '우정의 품질'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그럼 '우정의 품질'을 높이려면 '교류의 시간'에 더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그 친구가 더 행복해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방법상의 설명이 흥미로운데요. '관심'을 명사로 보는 친구는, 평범한 관계이고, 진정한 친구는 '관심'을 동사로 본다고 합니다. 이런(동사로 보는) 경우,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고 하는데요. 즉, 이타적인 마음으로 개입하고 기까이 돕는다는 것이죠. 그러니 친구와 더 절친해지고 싶다면, '관심'을 동사로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친구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도와주라고 합니다. 혹시 구체적인 방법을 잘 모를 경우엔? 직접 친구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진짜 친구는 묻는 걸 주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4. 추가로 생기는 궁금증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다가 추가로 궁금증도 생겼고 그에 대한 설명도 얻었습니다. 2년가량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은 친구와 우정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인데요. 지난달 뉴욕타임스에 실린 '당신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친구는 몇명인가(How Many Friends Do You Really Need)?' 기사에 팬데믹이 친구관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다룬 내용이 나오더군요.

팬데믹은 확실히 친구맺기와 우정쌓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듯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전부터 미국에서 '우정'은 쇠퇴해 왔는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가속화됐다고 합니다. 30년 전, 갤럽조사에서 '친한 친구가 없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3%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팬데믹 기간인 2021년 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수치가 12%로 4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1년쯤 지났을 때 '대부분의 친구들과 연락이 끊겼다'고 답한 사람이 꽤 많았다네요(30~49세 사이 남성의 8%, 여성의 13%) 이런 현상은 앞서 지적했듯이 건강과의 상관관계도 있다는 지적이 똑같이 등장하네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우울증과 불안,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질환의 위험 증가와 연관될 수 있다는 내용이죠.

마지막으로 온라인 활동과 관련해서 던진 던바의 지적 또한 여운이 남습니다. "어떤 사람이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같은 집에 사는 가족과의 소통은 줄어들었고, 사회적 네트워크 규모는 작아졌으며, 우울과 고독을 느낄 확률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