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There for You”
한 드라마에 나오는 음악 제목이다.

반복해서 읽다 보면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미국 드라마 ‘프렌즈’이다.
여러분들은 ‘프렌즈’ 하면 어떤 것들이 연상되는지?
뉴욕의 커피숍, 로스와 레이첼의 러브스토리, 엉뚱녀 피비의 노래 ‘smelly cat~’ , 조이의 능청맞은 영어 발음, 뚱보 모니카의 과거!

프렌즈는 지상파의 황금기 시절을 견인

프렌즈는 1994년부터 미국 지상파 방송국 NBC에서 무려 10년 동안 방영된 작품이다. 프렌즈를 방영하던 시절 NBC는 목요일 밤 블록버스터 급 코미디 라인업을 마케팅 하면서 “Must See TV” 캠페인을 펼쳤다. 당시 미국의 미디어 산업은 케이블 채널의 확산이 지상파를 위협하던 시절이었다. 광고가 없이 TV 시리즈에 몰입하려면 DVD 세트를 구매해야 했다. 이 캠페인은 지상파의 힘을 과시하는 마케팅이었다. NBC는 이 캠페인에 ‘프렌즈’를 포함시켰다. 이 캠페인으로 7,500만명의 시청자들을 견인했다. 1994년 프렌즈가 첫 방영된 날 시청자 수는 3,200만명에 달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즉 이미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었던 2004년 프렌즈 시즌 10은 그 해 오스카 시상식 시청자 보다 800만명이 많은 5,200만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프렌즈는 20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방영됐다. 한국의 첫 번째 방송은 지금은 없어진 케이블 채널 동아TV를 통해 송출되었다.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모두 장악

미디어 역사에서 큰 이정표를 남긴 ‘프렌즈’는 스트리밍 시대에 완벽하게 부활했다. 2015년부터 넷플릭스가 두번째 NBC가 되었다. 프렌즈가 넷플릭스를 떠나 HBO MAX로 이사(2020년부터는 HBO MAX 독점이 되었다)를 가기 전까지 프렌즈는 2번째로 많이 시청한 TV 시리즈의 자리르 차지하고 있었다.

프렌즈를 보면 자주 터져나오는 관객의 웃음 소리가 기억날 것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했지만 프렌즈는 로스엔젤레스의 라이브 스튜디오에서 팬들과 함께 촬영하고 목요일 밤에 방영되었다. 2004년 종영 당시 5,000만명의 시청자는 NBC에 슈퍼볼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광고 수익을 가져다 주었다. 또한 넷플릭스에서도 프렌즈는 2억명의 구독자를 지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올드’와 ‘뉴’ 모두를 장악한 콘텐츠인 셈!

그리고 2021년 5월 말 프렌즈가 HBO MAX를 통해 “Friends : The Reunion's”라는 105분의 특별한 이벤트로 부활했다. Jennifer Aniston과 Courteney Cox, Lisa Kudrow, David Schwimmer, Matthew Perry 및 Matt LeBlanc 등 출연진 전원을 17년 만에 한자리에 모았다. 저스틴 비버와 레이디 가가, 데이비드 베컴, 그리고 한국의 BTS 까지 스페셜 게스트들도 축하 자리를 빛냈다. 아직 못 보신 독자분들은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시기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그간의 세월을 그대로 엿보게 하는 ‘조이’의 모습에 약간의 서글픔이 느껴졌다.)

Z와 밀레니얼 세대까지 영향력 확대

이 스페셜 콘텐츠는 시트콤의 오리지널 캐스트를 모아 추억의 밤과 따뜻한 향수를 자극했다. HBO MAX는 후발 스트리밍 사업자의 관심과 새로운 구독자를 불러오는데 성과를 얻었다. 프렌즈가 스트리밍 시대에도 여전히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Z세대, 밀레니얼 세대 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98년 창업한 구글보다 4년 전에 첫 방영된 프렌즈는 실시간 채널에서 탄생했다. 현재의 부활은 ‘온 디맨드(on-demand)’ 시청자를 기반으로 한다. 20여분이 한 에피소드인 영상 길이는 몰아보기(binge viewing)에 용이하다. BTS가 스페셜 방송에 나와 “초등학교 시절 엄마가 DVD로 프렌즈를 보던 것이 기억난다” 는 말처럼 부모세대의 추억을 스트리밍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되었다.

가장 큰 인기비결은 콘텐츠의 ‘친근성’에 있다. 사람들이 온라인 서비스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우정을 탐색해 나가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친구’는 과거의 향수와 미래의 기대를 모두 포함하는 주제이다. 프렌즈에 등장하는 6명의 친구는 상상 속 ‘나’의 모습이다.
그리고 6명의 캐릭터가 펼치는 연기들은 현재의 시각으로도 독특하다. 로스의 불운에 시달리는 연애 생활, 조이가 보여주는 과할 듯 말 듯한 바디 코미디, 챈들러의 비꼬는 방식의 농담, 모니카의 신경쇠약적인 반응들,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레이첼의 패션과 헤어스타일, 피비! 그녀의 높은 톤의 엉뚱함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모두에게 특별함을 준다. 할리우드의 인기 카메오들(병원 의사 조지 클루니, 조이의 스토커 브룩 쉴즈, 챈들러의 초등 동창 줄리아 로버츠, 로스의 친구 브래드 피트, 레이철의 늙은 애인 브루스 윌리스 등)의 풋풋한 과거를 보는 잔재미도 선사한다.

프렌즈에 등장하는 90년대 패션은 현재의 Z세대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프렌즈 주인공들의 옷장에는 다양한 데님, 빈티지 니트, 오버 사이즈 체크 셔츠, 기발한 레이어링 패션들이 포함되어 있다. 구식 엄마 패션에 대한 재발견이다. Z세대들이 레이첼, 모니카의 다양한 패션들을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으로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밈’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시각으로는 동성애 혐오와 성차별 논란

그러나 20~30대들에게 프렌즈는 불편한 시선을 주기도 한다. 현재 20대의 위치로 보면 뉴욕에서 할 일 없이 매일 커피숍에 모여 시답지 않은 농담으로 살고 있는 출연진들의 모습이 비현실적이라고 꼬집는다. 그리고 특별한 직업도 없는 20대들이 뉴욕의 큰 아파트에 살 수 있는 것인지 비아냥거린다.
프렌즈는 90년대 청춘의 위치를 대변하고 있다. 90년대는 미국이 큰 경제 호황을 맞이하던 시기였고 풍요에 기반한 도시 여피족들이 생겨나던 시기였다. 프렌즈에 등장하는 20대들은 분명한 인생 목표도, 뛰어난 재능도 없고 ‘우정’ 공동체 안에서 하루하루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2004년 시즌 10 당시 프렌즈는 세월만큼 성장했다. 막연한 낙관주의와 자유주의를 삶의 방식으로 삼았던 6명의 주인공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고 각자의 가족을 갖게 됨으로써 90년대와 이별했다. 그러나 지금의 20~30대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으로 프렌즈를 시청한다면 낯선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프렌즈는 90년대 드라마 중에서는 당시 TV에서 금기시되었던 동성애, 싱글맘, 대리모, 트랜스젠더, 오르가즘, 여성 자위 등에 대한 주제를 과감하게 꺼냈다.
‘피비’가 출산이 불가능한 남동생 부부를 위해 대리모를 자처하는 모습은 지금의 시각으로도 파격적이다. 하지만 2021년 프렌즈를 처음 시청하는 밀레니얼들은 현재의 시각으로 드라마를 평가한다. 이로 인해 프렌즈는 현재 동성애 혐오, 성 차별 주의 등 여러 이슈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처인 캐롤이 레즈비언 결혼식을 선언할 때 격렬하게 반대하는 로스를 비판하거나 레즈비언 결혼식에 참여한 조이와 챈들러의 시시껄렁한 농담 (여기 내가 어찌해볼 여자는 한 명도 없구만!)은 동성애 폄하라고 일부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레즈비언 시리즈가 방송된 1996년에는 아직 뉴욕에서 동성애 결혼식이 합법화되기 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수십 년이 지난 드라마에 이러한 엄격한 잣대는 다소 가혹하다고 하겠다.

프렌즈처럼 한국의 구작 드라마들의 부활을 기대

10년 동안 236편의 단편으로 모아진 이 드라마는 미디어 경제 측면에서 보자면 방송국, 제작사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NBC는 슈퍼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광고 단가로 프렌즈의 시간을 판매했다. 랄프로렌 등 많은 기업들이 프렌즈를 상품화해서 수익을 거두었다. 제작사 워너에게는 채널 재판매, DVD, 글로벌 유통을 통해 돈방석을 만들어 주었다. 시즌 6부터 주인공 6명은 출연료 이외에도 별도의 신디케이션 판매 수익의 2%를 배분받는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넷플릭스에는 1억 불, HBO MAX에는 6,000만 불 수준으로 팔려 스트리밍 시대에까지 수익을 주고 있으니 잘 만든 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가!
2015년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재시청한 구독자의 수가 수천만 명 이란 점을 감안하면 HBO가 단물 빠진 콘텐츠를 독점해 얻는 효과는 의심받기 마땅하다. 하지만 수십억 원의 출연료를 주고서 ‘프렌즈 더 리유니온’을 제작했으며, 프렌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다시 주목을 얻었다.

출처 : hellomagazine.com

한국에도 구작 콘텐츠들이 즐비하다. 고객이 알아서 선택하도록 놔두기보다 현재의 문화코드와 연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내 OTT들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미국의 넷플릭스에서는 프렌즈를 시청할 수 없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가능하다. 프렌즈를 다시 보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보자.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