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꽈뚜룹'이 은퇴선언을 했다. 이제 '장지수'로 돌아왔다.
풀어서 다시 쓰자면, 구독자 131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꽈뚜룹' 채널이 있는데, 이 '꽈뚜룹'은 스물세살 장지수란 인물의 '부캐'였다는 것. 5년 가량 일상을 공유하며 수많은 영상을 그 설정에 기반해 운영해왔는데 이제 '부캐'는 이별을 고하고 '본캐'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꽈뚜룹' 얘기를 왜 쓰는가.
언론기사도 제법 나왔다. 그런데 유튜버가 부캐를 버리고 은퇴한다는 게 그리 주목할만한 기사일까, 그런 의문이 드는 분도 있으실 듯 하다.

생각보다 큰 결심이고 사건이란 생각을 할 수 있는 대목이 몇가지 있다.

정체성 고민과 유튜버 은퇴선언
우선, 131만명 구독자를 가진 채널이 되기까지 4년 10개월, 즉 거의 5년이 걸린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간 쌓아올린 노력을 접는 건 상당히 힘든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뒷광고' 논란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부정적 이슈가 있는 유튜버도 아니고 군대를 가거나 다른 연예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중단하는 건 이례적이다. 많은 구독자들이 놀랄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가 진정성을 갖고 본인 인생을 되찾겠다(?)는 취지의 은퇴선언이라 구독자들도 응원의 댓글과 함께 성원을 보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상당한 돈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결정이어서 더욱 그렇다. 은퇴선언 당시의 131만명 구독자를 가진 꽈뚜룹채널은(10월 3일 현재 133만명) 월 유튜브 광고수입만 2,000~3,300만원 사이 즉 연간 3억원 이상은 기본적으로 버는 채널로 예상된다. 거기다 PPL과 브랜디드 콘텐츠 등 별도 광고수익도 상당할 것이다. 채널 활성도도 높은 편이어서, 브랜디드 콘텐츠 한 클립에 5,000만원 안팎의 기준을 충분히 적용할만해 보인다. 광고 운영 갯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간 기준 5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의 매출도 기대할 수 있는 채널이다.(유튜브 분석사이트 Playboard와 vling 참조)

'어그로'설
물론 추후 본캐 '장지수'로 영상활동을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기 때문에 채널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유튜버 디피의 지적처럼 은퇴선언이 결과적으로 '어그로'일 수도 있다는 비판적 예측도 있다. 꽈뚜룹은 은퇴영상 이후 그가 최근 준비했던 마지막 작품인 마피아게임 '공범'을 게시하고 있다. 1억원의 상금을 걸고 일주일간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는 영상 연재물이다. 유튜브에서 '가짜사나이'와 '머니게임'에 이어 규모있는 연출작인데 전작들에 비해 잡음없이 흥행할지 주목된다.

유튜버 관찰기

개인적으로 고등학생 장지수가 유튜버로 데뷔하고 은퇴하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지켜본 입장에서 '유튜브 시대'의 새로운 문화풍경을 기록하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주요한 대목 몇가지를 살피고 정리해본다.

고등학생 장지수?
그렇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6년전, 2015년 여름이었다.
네오터치포인트를 창업하고, 첫 작품으로 1인칭 연애시뮬레이션 콘텐츠 '내손남(내손안의 남자친구)'를 제작할 무렵이다. 8월 공개를 앞두고 예고를 촬영하면서 신인연기자 너댓명을 구하는데 고등학생이 찾아왔다. 장지수였다.

위 영상에 두 번째로 등장하는 '개복치'가 장지수다. (17초~27초 구간)
*참고로, 세로 포맷의 영상으로 제작한 것은 당시 모바일 최적화콘텐츠를 고민한 작품이어서다. 2015년 8월 한국 유튜브에서 처음으로 세로영상이 적용된 작품이다.

분당쪽에서 고등학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끼가 넘쳤다. 열정도 많았다. 그렇게 잠시 스쳤고 1년쯤 지난 2016년 후반 미국에서 온 교포 '꽈뚜룹'이란 이름의 유튜버로 등장했다.

장지수가 맞나, 살짝 혼동스럽기도 했지만 이내 알아봤다. '컨셉 잘 잡았구나' 싶기도 했지만... 장난스러운 접근이 얼마나 어필이 되고 성장할 수 있을까, 다소 회의적으로 봤었다.
2016년 11월에 올린 첫 영상 '미국인의 한국 첫 경험 [ENG] : 꽈뚜룹'은 현재 누적 조회수가 335만을 넘고 좋아요가 6.6만개나 된다. 그때 꽈뚜룹은 "목표는 100만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가 되는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초과 달성!

한동안 '진짜 교포가 맞느냐', '어그로 끌기 이해 거짓말 한다'는 등의 논란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이미 첫 영상에서 '꽈뚜룹은 가상인물이고 페이크 VLOG 채널'임을 밝히고 시작했다.

아무튼 은퇴선언한 9월말 무렵, 구독자는 131만명. 총 조회수는 4억1050만회에 달했다. 눈길 가는 대목은 영상 갯수다. 엄청나다. 4년 10개월간 총 865개. 한달 평균치가 15개안팎이다. 매주 주말 포함해 이틀에 하나씩 올려야 가능한 수치다. 품이 제법 들어가는 기획영상들도 제법 많다. 스스로 말하듯, 정말 쉬지 않고 달려야 가능한 수치다.

기본적으로 일상 VLOG영상을 꾸준히 올렸고, 라이브 스트리밍도 자주 했다. jtbc 한끼줍쇼를 패러디한 포맷의 영상도 만들고 채널이 커지면서 연예인 등 유명인을 면접 포맷으로 출연시키는 영상도 제작했다. 래퍼 이영지 등 친한 지인들과 MBTI를 주제로 한 영상을 찍기도 했고 광고협찬 영상 및 유료 멤버십을 활용한 VIP용 영상도 운영했다. 유명래퍼에게 랩을 배우는 영상도 찍고 실제 쇼미더머니에 도전하기도 했다. 유명인이 되면서, 가짜사나이 출연도 했고 성실성이 빛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네이버 팬카페 회원이 은퇴무렵 8,298명에 달할 정도였다.
여러 측면에서 인기연예인 못지 않은 수준으로 유명세를 얻은 셈이다.

그의 인기요인은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압축하면 '진정성'이 아닐까 싶다.
그가 구독자들에게 상황설명과 함께 '꽈뚜룹'과의 이별을 알린 영상의 댓글공간을 보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유튜버로서 5년 가까이 구독자들과 얼마나 소통에 열성을 기울였는지, 동시에 신뢰와 공감을 얻고 있었는지가 조금은 가늠이 된다. 특히 수 많은 유튜브 인증표시 단 채널 주인들의 응원 댓글 릴레이가 인상적이다.
"화이팅 꽈뚜룹!! 너무 멋지고 열정있는 본받을 점 많은 사람 🔥🔥🔥" 라고 쓴 래퍼 이영지를 비롯, 공대생 변승주와 도토리TV, 클래씨TV, 려리 등 여러 채널 주인장들이 응원 메시지를 연이어 달았다.

그는 유튜버로서 은퇴를 결심한 것은 결국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걸 마지막 영상에서 유튜버스럽게 풀어낸 점도 인상적이다.

그가 올린 '마지막 면접: 장지수, 꽈두룹 본캐'란 영상이다.

평소 박재범 등 유명인을 출연시켰던 면접 포맷을 차용, 본캐와 부캐 사이의 면접으로 제작했다. '부캐'와의 이별을 유튜브 영상 제작자로서, 스스로 유쾌하게 연출하면서 해소해낸 셈이다.

"와 마지막에 장지수의 시점으로 꽈뚜룹 자신을 볼때그동안 수고했다는 그 눈빛..진짜 울컥했다 ..그동안 너무 수고하셨어요" (snu)
이러한 댓글처럼 반응에서도 호평이 잇따랐다.

자, 이제 제목에 썼듯이 '유튜버 관찰기'의 소감으로 마무리해보자.

무엇보다, '유튜브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세대를 직접 만져본 느낌이 들어 신선하다. 고등학생 장지수는 "영상에 관심이 많다"고 했었다. 그게 연기자가 될 수도 있고 연출자가 될 수도 있는 열린 가능성을 갖고 있고 그걸 꿈꾸는 학생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런데, 장지수는 그냥 도전했다. 유튜브를 활용해서, 스스로 '꽈뚜룹'이 됐다. 인기를 얻기까지 힘든 시간이 길었지만 꿋꿋하게 버텨냈다. 힘든 과정의 고민을 친구와 나누는 것 자체도 영상으로 담아내고 이용자와 소통했다. 말 그대로 5년을 '꽈뚜룹'으로 살았다.  

스스로 만든 '트루먼쇼'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이 설정한 세계관에 스스로를 던져넣고 수 많은 사람들에게 관찰되고 평가받는 걸 택했다. 유튜브를 매개로 젊은 시절의 일상을 꾸려간 셈이다. 유튜버의 일상이 직업이자 놀이였을 듯 하다.

그가 보낸 5년의 시간은 꽈뚜룹의 일생이었다. 하나의 정체성(identity)이 탄생해서 일상의 다양한 모습을 공유하면서 소통하다 스스로 소멸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쳤다. 시간과 공간을 압축적으로 가속화시키는게 가능했던 것은 유튜브 덕분이었을 것이다. 트루먼쇼는 거대한 세트장과 방송 제작진이 동원돼야 했지만, 꽈뚜룹은 유튜브와 카메라 한 대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