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스마트안경을 내놓았죠. 유명 선글래스 브랜드 '레이밴'의 제조사(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해서 만든 제품인데요. ‘레이밴 스토리(Ray-Ban Stories)’란 이름으로 9일 공개했습니다.

1. '페이스북 스마트 안경' 특징과 주요 기능

일반적인 레이밴 선글래스와 유사한 외형을 가진 이 스마트 안경은, 종전 구글 글래스와 유사하게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서비스를 염두한 제품으로 기대했는데요. 하지만 AR관련성은 거의 없어 보이고 '스마트' 측면에서도 아직은 1차 시제품 느낌이 듭니다. 왜냐하면 기능을 살펴볼 때, '스마트 안경'이라 하기엔 부족하다할 정도로 단촐해 보입니다.
오른쪽 안경다리에 달린 버튼을 눌러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500메가의 듀얼렌즈 카메라이며 사진은 2592×1944 해상도로, 영상은 1184×1184 포맷을 지원합니다. 제법 낮은 스펙이죠) 마찬가지로 안경다리에 탑재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음악은 물론 팟캐스트도 들을 수 있고, 전화 통화도 가능합니다(다만, 사용자 환경에 따라 음악청취는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겠네요) 더불어 가상 비서기능도 제공해 AI 스피커를 쓰듯 음성으로 "헤이, 페이스북"을 호출해서 사진 촬영 등 일정한 기능을 실행하게 할 수 있다 합니다. 얼굴인식 기술 및 영상 자동공유 기능 등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가격은 299달러.

안경다리가 제법 도톰한 편이죠.. 전면에 렌즈가 달려 있고요.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가 직접 등장해서 설명한 영상도 공개했네요.

2. 구글은 왜 실패했을까? 페이스북은 다를까?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구글은 왜? 그리고 페북은 다를까? 일 듯 합니다. 오늘 뉴욕타임스의 기사 제목도 그런 의문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Smart Glasses Made Google Look Dumb. Now Facebook Is Giving Them a Try.
즉, '구글이 스마트안경을 만들었다 실패하며 멍청한 이미지가 생겼었는데, 페이스북이 이번에 스마트안경에 도전한다고 하네'와 같은 뉘앙스를 담은 거죠.

자, 그럼 구글 글래스는 왜 실패했을까요?
이에 대해선 얼마전, 씨로켓에서 정리한 글도 있었는데요.
우선 경과를 보면 2012년 6월 구글 I/O행사에서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데모를 보여주며 등장했던 구글글래스 프로젝트는 2015년에 1월에 종료됐었습니다.

구글 글래스 착용 모습과 제품 사진


실패 이유의 핵심은, 위 글에서 요약했듯 대략 3가지로 요약됩니다.  

1)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가치의 부재다.
당시 1,500달러라는 비싼 가격에 비해 디자인과 기능 등이 부족하고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비판이 많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작은 디스플레이와 낮은 성능, 유용한 앱의 부족 등이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한 큰 이유가 됐습니다.

2) 프라이버시와 저작권 같은 민감한 이슈를 건드렸다.
장착된 카메라가 불러일으킨 사생활 침해 논란 등은 불가피한 이슈였는데, 제대로 대응 못하면서 결국 사회적 수용성을 얻지 못했습니다. 더불어 머리에 착용하는 웨어러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 또한 사전에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외면받기도 했습니다.

3) 웨어러블의 불편함을복해줄 사용자 경험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안경을 안 쓰던 사람은 물론, 착용자들에게도 무겁고 충전이 필요하고 조작이 불편해서 지속 사용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개선과 혁신이 부족했다.

자, 그럼 페이스북의 이번 '레이밴 스토리즈'는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모두 해소하고 있을까요? 100%라고 얘기하긴 힘들고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지만, 필자가 보기에 적어도 절반 가량의 대응책은 강구된 듯 보입니다. 요즘 메타버스에 대한 전사적 차원의 공격적 투자를 펼치고 있는 페이스북 상황을 놓고 볼 때 종전 구글의 실패사례 보다는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1) 고객 가치의 측면에서 볼 때, 우선 가격을 많이 낮췄습니다. 구글 글래스보다 5분의 1 가격이네요. 그리고 성능의 보완도 어느 정도는 이뤄진 듯 보입니다. '페이스북 글래스'로 이름짓지 않고 '레이밴'을 앞세운 이름을 붙인 것 또한 영리한 전략적 선택으로 이해됩니다.(오큘러스 제품은 박스에 'from FACEBOOK'이라고 적혀 있죠)
'스마트 안경' 제품으로서 페이스북 이름을 붙였을 때, 기술력에 기대를 높여서 오히려 실망감만 키울 수 있는데, 레이밴 선글래스의 진화로 인식하게 하는 효과를 얻으며 안전하게 접근하는 듯 합니다. 기술적으로도 고사양을 고집하지 않고 타협적으로 낮은 스펙을 갖추면서 가격을 낮춘 것 또한 같은 맥락 같고요.

2) 프라이버시 이슈에 대해, 처음부터 나름의 대응메시지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카메라를 작동시키면 렌즈 옆에서 LED불빛이 반짝거려서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주변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 것이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될 확률은 있어 보입니다만, 구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초기 메시징은 적절해 보입니다.

3) 이외에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개선점과 AR 기술 접목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최근 The Verge 인터뷰에서 주커버그가 "AR 안경은, 조그마한 크기의 안경에도 엄청난 슈퍼컴퓨터를 집어넣어야 하는 일이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듯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레이밴 스토리즈 즉 '페이스북의 첫 스마트 안경'은 결과적으로 시제품의 성격과 함께 '신호탄'으로 이해가 됩니다. 한 해 50억달러 가까운 투자를 하며 5년후 메타버스 기업이 되겠다고 선포한 마크 주커버그 입장에서 볼 때 웨어러블 단말기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는 한 축으로 스마트 안경 개발과 개선에 착수했다는 신호인 것이죠. (오큘러스와 같은 HMD단말기 외에 좀 더 일상적인 웨어러블 제품에 대한 관심은 당연해 보입니다. 최근 오큘러스를 열심히 써보고 있는데, 대단히 훌륭한 제품이고 서비스 앱들도 써볼만한 것들이 늘고 있는데요. 다만, 장시간 착용하고 쓰기엔 아무래도 불편함이 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