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정말 '미디어 잠식자(encroacher)' 같습니다. 상반기에는 트위터 인수 논란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더니 하반기 초입에선 외도 논란으로 미디어들을 상당 부분 점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관종놀이'란 비난까지 받던 트위터 이슈는 일론 스스로가 자초하고 살짝 즐기는 느낌도 들지만 그와 달리 '외도 논란'은 반대로 세간의 주목에 당황하고 억울해 하는 모습이네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가십으로 흐르기 쉬운 이슈라 조심스럽지만, 일론 머스크의 반론과 오늘 윤지영박사님의 지적처럼 언론들의 '클릭장사질' 얘기는 짚고 가면 좋을 듯 해서 메모해 봅니다.

1. 외도 논란? - WSJ의 보도

-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일론 머스크가 친구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보도하며 촉발됐습니다.
- 보도에선 '브린은 올해 1월 아내 니콜 섀너헌과 법원에 이혼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주된 원인이 바로 작년 말의 이 불륜 때문이란 것이라 전했습니다.
- 일론 머스크는 꾸준히 스캔들에 휩싸인 바 있다보니, 이번 보도가 빠르게 확산되는 측면이 엿보입니다. 이달초엔 뉴럴 링크의 여성 임원과의 사이에서 쌍둥이를 얻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고, 2016년에는 스페이스X의 전용 제트기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2. 일론 머스크의 반론

- 일론 머스크는 곧바로, "이것은 완전히 헛소리다(This is bs)"라며 적극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WSJ 보도 하루 전날이라고 주장한) 브린과 같이 파티한 사진을 새벽 3시경에 트위터에 올리며 "your pants are on fire" 즉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썼네요.

원래 애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의도에서 Liar, liar, pants on fire!라는 표현을 쓴다고 하네요.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바지에 불붙었대요!느낌) - 출처

- 그리고, 미디어의 '클릭장사질'을 지적하는 트윗도 올렸습니다. 트위터에서 'WSJ이 왜 이런 보도를 했을까?'란 질문에,"미디어는 클릭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몸부림치는데 내가 관련된 스토리는 클릭 잘 나오니까" (Mostly just that the media is a click maximizing machine and a story involving me gets a lot of clicks)라고 썼네요.

미디어의 클릭장사질을 비판한 일론 머스크의 트윗

[update. 07.28] 당사자중 한명인 니콜 섀너헌 또한 WSJ의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섀너헌의 변호사는 NBC News와의 인터뷰에서 "실수하지 마세요, 니콜이 일론 머스크와 바람을 피웠다는 어떤 암시도 명백한 거짓말일 뿐만 아니라 명예를 훼손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군요. 그런데 WSJ도 이에 맞서, 대변인을 통해 '취재원은 확실하며, 우리 입장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합니다.

3. 언론의 '클릭장사'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WSJ이 촉발한 언론의 보도경쟁은 (예상대로) 가열차 보입니다. '미디어 잠식자'에 대한 반격이자 그의 손바닥위에서 맴도는 포획된 모습으로도 이해됩니다.

그런데 촉발자 WSJ의 보도가 불완전해 보입니다. 보도의 근거는 당사자들 주변의 해당 사안을 잘 아는 사람으로만 지칭되었고, 정작 당사자인 일론 머스크와 세르게이 브린의 반론은 없습니다.(머스크는 스스로 반론을 펼쳤는데, 브린은 아직 공식적 코멘트가 없어 보이네요. 요즘은 이렇게 직접 사회적 소통이 가능한 상황이지요..) 여타 미디어들은 'WSJ의 보도에 따르면'만 챙기고, 사실 확인 노력없이 확대재생산에 바쁜 상황입니다. (사실 이해 못할 바도 아닙니다. 직접 취재해서 보도하기엔 여건이 안 되는데, 워낙에 유명한 인물들 관련 뉴스에서 다루지 않고 못배길 상황이긴 할 겁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친 게 문제죠. 특히 국내 미디어들은 이미 '낚시'문화가 일상화되어서인지 치열하게 경쟁하며 일부는 자극적 제목도 서슴치 않는 장면이 목격됩니다. WSJ의 기사 내용에 포함되긴 했지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더라'는 대목을 제목으로 내건 기사도 제법 보이는 게 그 사례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전통 저널리즘의 종말'까지(솔직히 이런 관점에서 종말을 거론한다면 아주 오래전부터 종말된 셈일 겁니다. 고의든 역량부족이든 '저널리즘의 실종'으로 보는 게 적절하지 않나 싶네요) 거론한 아래 윤지영박사님의 글은 외도 문제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미디어의 '클릭장사'에 대해서는 매우 유의미한 지적이라고 여겨집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사건으로 본 전통 저널리즘의 종말 (The end of old journalism through the lens of a WSJ-Elon Musk incident)
주변에 기자, 미디어 관계자가 많다. 오가닉미디어 책을 내기 전부터 맺어온 인연이다. 한동안 토마토나 블루베리 파이, 꿀벌에 대한 진심으로 침묵해온 주제인데 이번만은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오래간만에 글을 쓴다. 어제 벌어진 월스트리트 저널 사건은 전통 (매체) 저널리즘의 종말을 알리는 상징이자 증거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연결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최…

상식적 측면에서 보면, 만약 최종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일론 머스크에겐 참으로 억울한 일이고 유명세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큰 피해를 입는 게 될 것입니다. 보도가 좀 더 신중했어야 마땅하죠. 구체적 증빙도 없고 당사자 확인도 없이 보도한 게 정말 이해가 잘 안되네요.

물론, 반대로 일론 머스크의 반론이 허위이고 외도 논란 자체가 사실로 드러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미디어들의 '선정적 보도행태'가 면죄부를 얻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라 할지라도, 앞서 언급한 '포획된 언론'의 모습은 여전해 보입니다. '미디어 잠식자'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어는 현재 1억명을 넘어섰습니다. 그 스스로가 엄청난 '미디어'이자 '미디어 행위자'입니다. 그의 트윗은 종전 트럼프 전대통령의 트윗이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미디어들의 중요한 출입처가 돼버렸죠. (포획된) 언론은 제대로 된 검증없이 중계하기 바쁜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워낙 꾸준히 심화된 '언론의 클릭장사' 현실, 어떤 해법이 가능할까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 원론적 해법 논의를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만 고민은 깊어집니다.

특히 일론 머스크 사례를 보면 당분간은 이 회오리 바람이 쉽게 잦아들 것 같지가 않네요. 세계 최대 부호이자 스타 기업가인 그는 미디어 입장에선 아주 좋은 먹잇감인 반면, 그 또한 '관종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encroach

1 (남의 시간·권리·생활 등을) 침해하다
I won’t encroach on your time any longer.
(당신의 시간을 더 이상 빼앗고 싶지 않아요)

2 잠식하다
The growing town soon encroached on the surrounding countryside.
(커져 가는 도시가 곧 인근 시골 지역을 잠식해 들어갔다)

잠식 蠶食

명사 - 누에가 뽕잎을 먹듯이 점차 조금씩 침략하여 먹어 들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