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변화가 전망되고 있다.

우연히 접하고선, 차근차근 정독했다. 되새김질 하게 되는 글이어서 메모성 기록까지 한다.

NewStatesman의 수석 북리뷰 전문가 존 그레이가 4월1일자에 기고한 글.
원문은 여기다.

Why this crisis is a turning point in history
The deserted streets will fill again, and we will leave our screen-lit burrows blinking with relief. But the world will be different from how we imagined it in what we thought were normal times. This is not a temporary rupture in an otherwise stable equilibrium: the crisis through which we are livin…

역시나 친절하게도, 한 블로거께서 (BBC 한국어판의 기자이신 듯) 전문을 번역해서 공유해 주셨다.

존 그레이, 코로나19 위기가 역사의 전환점인 까닭 – Subin Kim

1. 세계화는 끝났다. 이제 탈세계화의 시대가 온다!

- 전 세계에 걸친 생산과 길다란 공급망에 의존했던 경제체제는 이제 덜 연결된 체제로 바뀌고 있다.
- 우리 삶은 이전보다 물리적 구속을 받기 시작했고 보다 가상화되고 있다.
- 현재 세계 각국 정부는 바이러스 억제와 경제를 망가뜨리는 것 사이의 좁은 길을 통과하려고 애쓰고 있다.
- 그런데 여럿이 실패하고 무너질 것이다.
-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2. 자유자본주의(Liberal Capitalism)은 망가졌다.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겨우 짜깁기로 유지해온 경제체제의 치명적인 약점을 바이러스가 드러냈다.
- 자유주의는 기존 정치사회적 근간을 해체하는 대신 물질적생활수준 상승 약속으로 대체하는 실험이었다.
- 이제 바이러스 억제책은 필연적으로 경제의 셧다운을 수반한다.
- 물론 이는 한시적이고 경제 재활은 되겠지만 이후의 세상은, 각 정부가 글로벌 마켓을 경계/제한할 것이다.
- 의료장비와 민감한 부문의 생산은 국가안보의 일부로 여겨지고, 중국 등 외부 말고, 국내로 돌아올 것이다.
- 각국 국경은 견고해질 것이다.  사람들 이동이 줄고 항공산업은 위축될 것이다.
- 이제 각 정부는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작은 목표에 우선순위를 두기 어려울 것이다.


3.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가

- 녹색사상가들이 제시하는 한가지 답은 '정체상태 경제'다(존 스튜어트 밀, '정치경제학원리'-1848)
- 생산과 소비 증대는 더이상 지상목표가 아니다. 인구 증가는 억제된다.
- 동시에, 중앙집권의 폐해를 감안할때 경쟁이 장려되는 시장경제를 지향하며 기술혁신 또한 지속될거다.
- 다만 비현실적 측면도 있다. 성장의 종언을 강제할 수 있는 세계적 규모의 권위체가 없고, 공조도 어렵다.
- 기후위기만 고려하더라도 경제적 확장은 무한정 지속가능하지 않다.
- 그러나 양극화에다 계속 늘어나는 인구, 격화되는 지정학적 대치 속에 제로성장 또한 지속가능하진 않다.
- 만약 성장의 한계가 마침내 받아들여진다면, 그건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가장 중요 목표로 삼아서 일거다.

4. 코로나 바이러스와 지정학적 변화

- 팬데믹은 지정학적 변화를 갑작스럽게 가속화시켜냈다.
- 유가 폭락 등은 이란과 사우디를 위협하고, 걸프의 붕괴를 예고하기도 한다.
- 반면 동아시아의 약진은 계속될 것! 대만, 한국, 싱가폴 등 대응 잘한다. 탈세계화도 잘 적응할게다.
- 중국은 다소 복잡! 은폐와 불투명성은 고질적. 그러나 시진핑정권은 감시국가 확장의 수혜도 얻었다.

- 유럽연합은 본질적인 약점 드러냈다. 연합이, 국가가 갖는 보호기능을 다할 수 없는게 근본적 결함이다.
- 이를테면, 이탈리아 구제 위해 재정 부담을 공동부담할 수 있을까? 독일과 네덜란드는 거부의사를 밝혔다.
- 그리고 이동의 자유는 이미 사라졌다. 터키는 난민의 자국 통과허용 카드로 유럽연합을 협박하고 있다.
- 유럽연합이 살아남는다면, 모양새만 허깨비처럼 유지될 뿐 각 정보는 극우파가 장악해 나갈 확률이 높다.

- 러시아의 유럽 영향력은 점차 늘어날 것! 유가전쟁에서 승기 잡은 푸틴은 에너지대국 지위를 굳히려 한다.
- 미국의 트럼프는 바이러스 대응보다 경제부양이 더 관심사다. 그런데 증시폭락과 실업률이 무척 심각하다.
- 트럼프의 2조달러짜리 부양책은 또다른 기업구제금.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선 국민 지지가 늘었다. 과연?
- 트럼프 재집권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의 지위는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바뀌었다.


5. 전염병과 세계의 역사

"새 기생체가 평소 생태환경 벗어나 밀집된 인간군체를 파괴적인 떼죽음에 노출시킬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 윌리엄 맥닐이 1976년 역작 '전염병의 세계사'를 통해 강조한 얘기다.
- 세계화 진행과정에서 감영병 전염의 위험 또한 증가했다.
- 1918~20년의 스페인독감은 항공교통 없이도 글로벌 팬데믹이 됐다.
"때때로 발생하는 재앙에 가까운 전염병이 창궐해 일상을 급작스럽게 예측불허로 침범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역사적인 설명이 가능한 범주의 바깥에 있다"(맥닐)


- 그럼에도 팬데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관념은 건재하다.
- 여기에는 인간은 자연세계 일부가 아닌 분리된 자율적인 생태계 창조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 코로나19는 이런 관념이 잘못됐다고 질타하고 있다.
- 우리가 미래에 덜 취약해지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놓고 항구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게 불가피하다.


6. 일상의 변화와 진보의 아이러니

- 우리의 일상은 이미 변했다. 지구에서 인간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 기술은 우리가 현재의 극단적인 상황에 적응하는 걸 도울 것이다.
- 사이버공간의 백업과 가상 공동체들이 도움 줄 것이다. 사무실과 학교 등 업무시설은 큰 변화를 겪을게다.
- 팬데믹이 잦아들면 사람들은 서로 축하하겠지만, 감염 위협이 언제 끝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
- 사이버 공간은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손상 또는 파괴될 수 있는 인프라에 의존한다.
- 인터넷은 과거의 전염병들이 가져왔던 정도의 격리, 소외를 피할 수 있게 한다.
- 그러나 이것이 인류로 하여금 필멸하는 육신을 벗어나거나 진보의 아이러니를 피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 바이러스가 말하는 건 '진보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진보가 스스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
- 가장 명백한 사례를 들자면, 세계화가 탈세계화를 낳았다는 점이다.
- 세계화는 상당한 성과를 창출했다. 수백만이 가난에서 벗어났다. 그 성과는 이제 위협받고 있다.
- 현재 진행 중인 탈세계화를 낳은 것은 바로 세계화다.


7. 국가 정체성(national identity)의 재부상

- 생활수준이 영원히 증대하리란 전망이 사라지면서 권위와 정당성에 대한 뒷받침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 통상 국가 정체성(national identity)은 역사적으로 오남용 사례가 넘치며 진보에겐 혐오의 대상이었다.
- 그러나 국민국가는 점차 대규모 행위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
- 방역이란 보편적 인류를 위한 대의로는 동원되기 어렵고 동원되지 않을,'집단적 노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 물론 자원봉사처럼 이타적 노력도 있다. 하지만 난관 극복시 인간의 공감능력에만 기대는건 현명치 않다.

- 여기서 보호자로서의 국가가 등장한다.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는, 정부의 간섭으로부터의 자유를 압도했다.
- 팬데믹이 정점을 지난 후 사람들이 얼만큼 자유를 돌려받기 원할까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다.
- 어쩌면 자신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생체감시의 체제를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 이 위기에서 빠져나오는데는 더 많은 국가의 간섭을, 그것도 매우 창의적인 종류의 간섭을 필요로 한다.
- 각국 정부들은 과학연구와 기술혁신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 국가의 규모가 더 커지진 않더라도 그 영향력은 널리 퍼질 것이며 이전과 비교하면 훨씬 간섭적일 것이다.
- 포스트 자유주의 정부가 근미래에는 새로운 규범이 될 것이다.


8. 포스트 자유주의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

- 자유주의 사회의 취약성을 인식하지 않으면 자유주의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보존할 수 없다.
- '공정'과 '개인의 자유'가 여기 포함된다. 개인의 자유는 그 자체로 정부 견제에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 그러나 개인의 자율성이 인간의 가장 내밀한 욕구라고 여기는 이들은 인간 심리에 대해 무지한 셈이다.
- 기실 누구에게나 안전과 소속감은 자율성 못지 않게 중요하며 심지어 그보다 중요할 때가 더 많다.
- 사실상, 자유주의란 이러한 사실을 체계적으로 부인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 격리의 이점이란 새롭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 마음 속에서 잡다한 것들을 치우고 변화된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 지금 방역의 최전선에 서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시기를 거치는 동안 이것 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