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cket 오리지널 시리즈 DeepDive는 C-Rocket 컨퍼런스를 온라인으로 이어가는 기획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강의 또는 인터뷰 형식으로 관련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DeepDive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Deep Class는 씨로켓 회원들에게 온라인 강의 형식으로 진행하며, Deep Interview는 씨로켓에서 전문가를 따로 취재해서 정리합니다. Deep Class와 Deep Interview 모두 C-Rocket 홈페이지를 통해서 전체 내용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DeepDive의 네 번째 시간은 11월 24일 온라인특강으로 진행됐고, 벌스워크(VerseWork)의 윤영근 대표님과 함께 하였습니다. 벌스워크는 네이버Z에서 투자를 받아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사업을 세계 최초로 시작하였습니다. 이번 강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메타버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어 메타버스와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연결되며, 벌스워크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살펴 보았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강연 주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측면에서의 메타버스'입니다. 먼저 왜 메타버스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만들어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네 가지 관점으로 접근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나는 1)퍼블리셔와 크레이터의 관계, 그리고 2)콘텐츠가 양분화 됨에 따라서 거기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속한 콘텐츠는 무엇인지, 그리고 3)플랫폼의 성숙, 특히 유튜브와 관련한 대중화 단계에 따라서 필요한 크리에이터의 장르와 콘텐츠가 어떻게 변해갔는지, 그리고 4)큰 흐름에서 왜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고 있는지를 다루면서 시청형 콘텐츠에서 점점 참여형 콘텐츠로의 시간 소비 비중이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퍼블리셔와 크리에이터의 관계

저는 이전에 제일기획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TV를 보자면, 광고 콘텐츠와 방송 콘텐츠는 물리적으로 분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로, 유튜브로 넘어가면서 이제는 광고 콘텐츠와 본 콘텐츠 간에 물리적인 구분이 없어졌고, 결국 둘의 차별점이 사라지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일을 해볼 수 있는 회사를 찾아보다가 당시 CJ E&M에서 다이아TV가 생기기 직전, 1인 창작자 지원 사업을 시작할 때 1호 사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후, 100만 크리에이터 팀을 12팀 정도 육성하였고, 그 다음에는 제페토와 유사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CJ 지주사와 협의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침 당시에 제페토가 막 출시가 됐고, 저는 스노우 계열사 중 영상 콘텐츠 제작사로 옮겨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아예 제페토에서 투자를 받아 메타버스와 유튜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만들어가는 벌스워크라는 회사를 올해 8월에 만들게 됐습니다. 이렇게 저는 광고회사, 방송국, 영상 제작사, 그리고 네이버의 신규 사업을 담당하는 스노우 같은 IT 플랫폼 서비스 개발사 등을 경험하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이게 점점 변해가고 있는 양상을 목격하였는데요. 7~8년 동안 직접 경험한 그 내용을 오늘 다루려고 합니다.

다들 잘 아시는 내용이지만, 한국 영화 산업은 시작했을 때부터 영화관을 보유한 일부가 영화의 흥행을 결정해 왔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CJ 같은 대형 자본이 들어오면서 산업의 주도권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전통적인 광고 대행사에서 CJ E&M의 다이아TV 부문으로 넘어가 크리에이터 관련돼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긴 회사를 겪어보니, 똑같이 산업내 주도권 변화를 느꼈습니다. 다시 말해 TV에서 유튜브로, 다시 틱톡으로 넘어가는 상황 속에서 IP의 주인공이 PD나 연출작가 보다는 출연자로 넘어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다이아TV에서 PD로 활동을 하였고, 저희 누나도 방송사에서 PD로 활동중인데요. 예전에는 MBC의 드라마 PD, SBS의 예능 PD 등은 섭외력, 플랫폼 파워,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 보니 출연자를 콘트롤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송국 PD들도 이제 유튜버들을 상대할 때는 연예인을 대할 때보다도 피곤함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다시 틱톡으로 넘어가는 추세도 있는데요. 이제 틱톡 MCN이라고 불리는 업체들도 등장했는데, 샌드박스와 다이아TV, 트레져헌터 같은 유튜브 MCN 업체들 보다도 계약 조건이 크리에이터에게 더 유리하다고 합니다. 보통 유튜브 MCN의 경우 2년에서 3년 계약 기간 동안 독점 광고 계약을 맺는데 틱톡 MCN은 크리에이터와 독점 계약을 맺을 수 있는 파워가 없습니다. 또한, 틱톡은 플랫폼 특성상 회사가 나서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주기도 힘들고 그럴 필요도 전혀 없다보니, 이쪽은 더 힘든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디오, 텍스트, 동영상, 생방송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수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future.a16.z.com The Passion Economy and the Future of Work 2019.10.08 Li Jin, 벌스워크 제공)

일본의 '움'(UUUM,ウーム)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장하고,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MC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의 IR자료를 참고해보면, 현재의 애니메이션이나 음반 산업에서 창작자의 수익 비중이 너무 적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UUUM은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고, 혁신적으로 크리에이터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만드는 전세계 1인자라는 내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전체의 10% 수준, 음반 시장에서는 전체의 12%~16%만이 콘텐츠 제작자의 몫이라고 합니다. (사진 출처: UUUM IR material 3Q 2020, 벌스워크 제공)

이러한 현상은 시장 전체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방송국의 스타 PD들이 MBC, SBS, KBS, CJ E&M, tvN 같은 방송국을 떠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방송국의 플랫폼 파워가 특정 타깃에 집중되는 시대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방송국을 떠나서 활동하는 사례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나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가 직접 투자를 해서 회사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개인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서 크리에이터로 활동을 하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방송국 PD 역시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콘텐츠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브레이크뉴스 잘나가던 스타 PD들, ‘방송탈출’ 러시 왜? 2008.01.09 유병철 기자, 벌스워크 제공)

콘텐츠의 양분화

두 번째 개념은 콘텐츠 양분화입니다. 옛날에는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방송국에서 10억원에서 50억원 정도를 들여서 제작한 드라마나 예능이 전체 시청 시간의 상당수를 차지했다면, 이제는 점점 넷플릭스 같은 OTT에서 1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를 들여서 제작한 작품이나, 유튜브처럼 판만 깔아주고 크리에이터 개인 IP로 월 10만원 정도면 만들 수 있는 영상이 시청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해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좀 더 학술적으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Henry Jenkins의 Convergence Culture (링크: 벌스워크 제공) 또는 팬 커뮤니티와 관련된 논문을 참고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의 IP와 퍼블리셔에서 투자한 대형 IP로 나누어지는 양극분화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는 논문입니다.

제가 스노우나 네이버의 경영진들한테 가장 많이 배웠던 내용이 바로 이 내용인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왜 이런 크리에이터들이 시장에 나타나고 왜 이런 서비스들이 출현하게 됐는지, 그 서비스들을 직접 만든 서비스 기획자들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배울 수 있었는데요. 크게는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선 그 근본에는 데이터 처리 기술과 디바이스 발전에 따라서 소비자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변하다 보니,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변화하고 각 플랫폼은 시청 시간을 점유하는 경쟁을 통해서 발전한 것입니다. 유튜브의 알고리듬의 경우도 유튜브 플랫폼으로 시청자를 유입시켜주는 크리에이터에 대해 보다 많은 노출, 그리고 크리에이터의 성장에 대한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맨 처음 웹이 나왔을 때, 짧은 글을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 기술과 인터넷이 가능한 PC의 보급에 맞춰서 트위터라는 플랫폼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짧은 글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창작자들과 이를 퍼블리싱 해주는 역할이 출판사에서 트위터로 옮겨간 것입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소위 니즈(needs)라는 사람의 욕구에 초점 맞춰 서비스를 운영했고, 짧은 글이나 사진으로 사람들을 묶어둘 수 있는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기회가 되었습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해서 운영하는 사업도 많았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면서는 사진을 잘 찍거나, 본인의 비주얼이 좋아 모델로서 활동할 수 있는 분들에게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좀 더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싹트고 퍼블리셔 플랫폼이 대중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유튜브는 주로 끼가 있거나, 영상 제작자로서의 연출력이 있거나, 기술이 있는 분들, 또는 배우로서의 영향력이 있는 분들이 주로 크리에이터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특히, 한국이 이제 유튜브를 가장 열심히 하는 나라 중 하나여서 그런지, 하이엔드에 있는 창작자들 조차도 한국에서는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KBS 같은 경우도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숫자가 130여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튜브 다음이 무엇인지를 예측해 본다면 제페토나 로블록스처럼 유저가 있고,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팔로워를 늘릴 수 있는 메타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메타버스 보다는 멀티버스 버츄얼 월드(multi-verse virtual world)라고 할 수 있는 플랫폼일 것입니다. 메타버스라는 것을 간단하게 생각하면 현실에 있는 공간을 그대로 가상 공간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활동하던 다양한 창작자가 모두 크리에이터로 참여할 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글을 잘 쓰는 사람, 큐레이션을 잘 하는 사람, 사진을 잘 찍거나 본인이 모델로서 가치가 있는 사람, 영상을 잘 만드는 사람, 배우로서 끼가 있는 사람을 포함해서, 개발자나 메타버스 월드를 스크립팅해서 코딩할 수 있는 스크립트 모더(script modder), 또는 로블록스에서 네이티브 게임 디벨로퍼라고 불리는 사람들, 제페토에서 3D 모델링으로 아이템을 만드는 사람들 모두가 크리에이터로 활약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회사를 전 세계에서 최초로 만들었습니다.

플랫폼 성숙, 대중화 단계 따라 필요한 크리에이터 장르의 변화

현재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갖고 있는 유저가 10년 전 미국에서의 유튜브, 7년 전 한국에서의 유튜브가 갖고 있던 타깃과 비슷합니다. 한국에서는 2014, 2015년 경부터 MCN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게임 콘텐츠가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유튜브만이 아니고, 틱톡 같은 숏폼 콘텐츠 플랫폼을 제외하면,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믹서나, 트위치, 다음팟, 아프리카 TV 전부 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거기서 대화를 하는 콘텐츠가 절대 다수를 차지해 왔습니다. 이는 우선 소비자 측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친숙한 사람들(게이머)이 해당 플랫폼에 많이 유입되어서 이기도 하며, 생산자 측면에서는 시각화, 청각화, 스토리텔링을 게임에 의존해서 2차 저작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포츠 분야하고는 다르게 게임회사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마케팅 활동으로 인정해주어 창작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IP를 풀어줬던 것이 2015년 게임 콘텐츠 강세의 원인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서부터는 키즈(Kids) 콘텐츠가 한국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큽니다. 미국에서는 2015년에 100억원씩의 수익을 달성한 키즈 유튜버들이 속속 출연하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러한 정보에 빠르고, 어린 자녀를 둔 JTBC나 CJ 같은 회사의 디지털 팀장님들이 자녀와 함께 유튜브를 많이 시작했고 100만 유튜버가 되신 분들이 꽤 있습니다. 이렇게 2016년에는 키즈가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물론 게임도 시간은 1.5배 정도 늘어났지만, 전체에서 비중은 많이 축소 되었습니다.

요즘 영국이나 독일 같은 유럽의 핵심 국가들, GDP로 세계 5, 6위를 항상 유지하는 나라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어떤 것을 먹고 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커졌다고 합니다. 아마 BTS나 넷플릭스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2018년도부터 유튜브에서 오늘날의 이러한 현상을 예측해볼 수 있었습니다. 2018년 이전에는 우리 나라에서 먹방 크리에이터 중 100만 구독자를 가진 팀은 하나도 없었지만, 2018년에 갑자기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현재 국내 100만 구독자 이상의 크리에이터 카테고리로 푸드 카테고리가 가장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요리를 하는 쿡(cook)방 보다는 먹방, 특히 여성 크리에이터의 먹방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구글 트렌드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미국이나 한국 보다는 유럽에서 시청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2015년까지만 해도 유튜브 MAU(월 이용자 수)는 700만 정도, 주로 10대 위주였던 것이 2019년에는 2,800만명, 최근에는 3,300만명까지 늘어났다고 합니다. 특히, 연령대 분포가 아주 고르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광고의 숫자도 크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유튜브 바깥 세상, 리니어 채널이나 레거시 미디어, 영화계 쪽의 1급 창작자들, 나영석 PD나 백종원, 신세경씨 같은 창작자들이 다 유튜브로 들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광고 수익의 변화도 보겠습니다. 2015년에 10분 동영상이 1 조회수 당 얻을 수 있는 광고수익이 약 0.9원이었는데 현재는 약 3원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게임 크리에이터의 경우에는 30분이 넘는 동영상에서 1 조회수당 10원을 얻기도 한다고 합니다. 유튜브에서 주장하기로는 영상을 큐레이션하는 기술과 영상에 붙는 광고를 큐레이션하는 기술은 각각 따로 있지만, 기본적인 알고리듬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광고 집행 숫자가 늘어나면서 광고 큐레이션을 하는 AI의 기술이 좋아져 정말 광고를 좋아할만한, 광고를 볼 만한 사람에게만 광고가 노출되고 있어서 광고 단가가 상승했다고 유튜브에서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실제 사용자의 수, MAU가 늘어나면서 현재 대부분의 광고주들이 모두 유튜브 광고를 입찰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갔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한편, 유튜브에서는 이 이상으로 광고 단가가 올라갈 것 같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따라서 유튜브도 매출 증진을 위해 크리에이터 굿즈(goods, 크리에이터 브랜드의 의류나 소품 등) 판매모델과 유료 구독 모델, 라이브 숏폼 등을 넣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진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이러한 3단계를 거쳐서 진화됩니다. (사진 출처: Building the Meatverse Evolution of the Creator Economy 2021.05.07. Jon Radoff, 벌스워크 제공)

이러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진화 단계를 보면, 우선 플랫폼이 형성된 초기의 Pioneer Era(개척시대)에는 그 플랫폼이 노리는 핵심 타깃, 가령 유튜브는 게임과 뷰티였고, 현재 나오는 오디오북은 40, 50대 여성분들을 위한 연애물이 핵심 콘텐츠이며, 이러한 타깃을 위한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거나, 새로운 유저 층을 끌어들이는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성향이 안 맞아서 참여를 못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있다고는 합니다.

그 다음 시기는 Engineering Era(기술시대)라고 해서, 플랫폼이 안정화가 되고 1인 창작자들 위주로 UGC(User Generated Content)를 창작해내는 사람들이 증가합니다. Creator Era(창작자시대)에는 틱톡에서는 PUGC(Professional User Generated Content)라고 부르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 회사들까지 생겨나서 기존의 메인스트림 크리에이터인 방송이나 영화계의 제작자들까지 참여하는 시기를 거치게 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더하자면, 2015년도에 시작해서 40만 구독자까지 만들어낸 유튜브 채널과 작년(2020)에 시작해서 16만 구독자까지 만들어낸 채널 두 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채널을 키우는 비용, 노동, 노력의 차이가 (2015년에 시작한 채널에 비해 2020년에 시작한 채널이) 10배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초창기에 구독자를 모으고 플랫폼에 일찍 들어가는 것이 실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시청형 콘텐츠에서 참여형 콘텐츠로의 시간 점유 변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습니다. 축구를 보는 것도, 축구를 하는 것도, 축구 게임을 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유럽은 원래 축구가 거의 종교에 가까운, 태어나면서부터 팬이 되는 그러한 스포츠라 하는데요. 그러한 유럽의 10대들이 이제 프로축구를 보지도 않고 재미있어 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식 스포츠 제도로 슈퍼리그 같은 것도 도입하려는 시도(유럽 전체에서 최고 팀들 위주로만 구성된 리그로 추진 발표 직후 바로 취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에 반해서 FIFA의 라이선스를 따서 만드는 EA의 축구 게임은 사상 최대 매출을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FIFA에서는 라이선스 계약으로 더 큰 금액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현상으로는 올해 미국의 3대 스포츠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미국 프로스포츠의 인기는 1위가 NFL(풋볼), 2위가 NBA(농구), 3위가 MLB(야구)입니다. 그런데 올해 18-34세 사이에서 스포츠 시청시간과 매출로 3위 자리에 LCS(League of Legends Championship Series, 게임 LOL의 프로리그)가 올라 MLB를 제쳤다는 것입니다.

LCS가 MLB를 제치자 트위터를 통해서 기쁨을 표시한 LOL 프로팀 Cloud9의 Jack Etienne 구단주 (사진 출처: 트위터 @JackEtinne 벌스워크 제공)

이러한 변화는 우선은 시간이 짧다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축구 같은 경우는 90분 동안 진행되어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LOL 같은 게임은 짧게 끝납니다. 그리고 게임은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도 직접 이러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크리에이터 관련 일을 하면서 매년 한 두번 정도 씩은 게임 카테고리에서 가장 시청 시간이 많은 크리에이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 순위가 변하지를 않습니다. 글로벌로는 PewDiePie, Markiplier, jacksepticeye, VanossGaming 같은 분들, 국내에서는 도티님, 잠뜰님, 양띵님 같은 분들이 계속 변하지 않고 상위 10위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의 공통점은 마인크래프트랑 로블록스가 주 콘텐츠라는 것입니다. 제가 이 크리에이터분들 다 만나 봤는데요. 재능으로만 치자면 다른 게임 크리에이터분들도 뛰어난 분이 많은 것 같은데, 왜 상위 시청 시간 순위는 변하지 않을까, 팬들이 나이를 먹지만 또 새로운 팬들이 들어오는 일들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더군요. 결론은 오픈월드(open world) 게임이 주 콘텐츠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시나리오가 짜여져 있고, 그 안에서 스토리가 갇혀 있지만, 오픈월드는 유저가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유저가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고, 캐릭터를 꾸미고, 앱을 만들 수 있는 샌드박스(sand box, 놀이터의 모래사장과 같이 깊이는 얕지만 어렵지 않게 창작을 할 수 있는 툴을 제공)형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런 오픈월드 게임의 대표자리를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가 계속 차지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히 게임이 아닌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 보았을 때, 애니메이션으로서 시청자들한테 소비가 되는 것, 그리고 그에 더해서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는 콘텐츠가 계속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가치가 높아지는 콘텐츠로서 시청 시간의 점유도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거기에 대해서 올해 G-Star(매년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관련 행사)는 코로나로 인해 입장 제한이 있어서 실제 방문객은 2.7만명 수준이지만, 온라인 시청이 99만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G-Star는 매년 방문객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행사의 콘텐츠 보다는 게임 인구 자체가 커지고 있어서 방문객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벌스워크와 제페토에 대해서

제가 만든 회사는 벌스워크입니다. 네이버Z에서 투자해서 같이 설립했습니다. 저희는 크게 세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인플루언서, 개발자,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모아서 같이 버추얼 월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버추얼 월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제페토 안에 있는 각각의 월드, 쉽게 말해서 미니 게임 같은 것이 있는데, 그런 공간을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영상 영역에만 있던 크리에이터들, 인플루언서들을 좀 더 체혐형 콘텐츠인 게임 쪽으로 진출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번째로 저희 회사 안에서 게임 기획자와 게임 개발자들도 있어서 반응형 콘텐츠 등 사용자 참여형 콘텐츠와 기존 유튜브 콘텐츠를 함께 만들며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투자사인 제페토는 현재 세 개의 영역에서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영역은 아이템 제작자입니다. 기사 같은 것을 찾아 보시면 제페토에서 옷 아이템을 만들어서 월 2천만원씩 버는 크리에이터들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이러한 크리에이터가 계속 늘고 있으며 현재 전체 규모는 대략 50만 명 정도에 이릅니다.

다음으로 제페토 안에서 버추얼 캐릭터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기능을 12월에 런칭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일부 크리에이터만 방송을 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1등인 크리에이터는 1시간에 600만원의 기부(donation)를 받기도 합니다. 특히, 제페토를 인생 첫 번째 SNS로 접하는 소비자 층도 많아, 제페토가 유튜브나 아프리카TV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크리에이터는 ‘월드’ 개발자입니다. 현재 제페토에서 제공해주는 기본적인 공간 제작 툴은 ‘빌드잇’으로 이를 활용해서 광고주들한테 비싼 돈을 받고 만들어주는 사례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는 ‘빌드’하고는 차이가 있는데, 실제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공간을 코딩을 통해서 만드는 기능입니다. Unity(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멀티플랫폼 게임 엔진) 기반에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애니메이션 구현 등의 스크립팅 언어)를 사용하여 3D 모델링도 가능하고, 게임성 있는 구조도 만들 수 있는 것이 ‘월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월드’는 창작자들에게 열려 있지만, 12월 중에 기능이 좀 더 개선되면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1세대 제페토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렌지 lenge’는 모델학과 출신으로 아이템이나 패션에 대한 감각이 좋습니다. 3개월 정도 Maya(3D 모델링 툴)를 공부하고 이제는 제페토를 대표하는 아이템 제작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이투데이 [창간기획] “아바타 옷 팔아 월 1500만 원 벌어요” 제페토 크리에이터 렌지의 일상 2021.10.05 안유리 기자, 벌스워크 제공)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지만,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두려웠다면? 제페토 라이브 방송 크리에이터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사진 출처: 제페토 공식 블로그, 벌스워크 제공)
감각만 있으면 누구나 월드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위 이미지는 제페토에서 구현된 ‘월드’의 예시로 누구나 한 달 정도만 ‘빌드잇’을 공부하면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충분히 익힐 수 있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브런치 @coscoswee 30대도 만든다, 메타버스 제페토 월드 제작 2021.08.13 Coscos, 벌스워크 제공)

로블록스 크리에이터의 사례

제페토와 로블록스의 사례 위주로 말씀을 드리는 것은 현재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이 정도여서인데요. 구체적으로 보자면, 실질적으로 유저가 있고, 이 안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인플루언서로서 팔로워를 늘리고,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런 것을 만들 수 있는 툴을 플랫폼에서 제공해 주고 있고, 그리고 상업화까지 (광고를 받거나 아이템, 게임 등을 판매할 수 있는) 가능한 플랫폼이 그 두개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MeganPlays 라는 가수는 유튜브에서도 활동을 하다가, 로블록스에 본인을 본 딴 캐릭터를 만들어서 크게 성공하여 이제는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블록스에서 MeganPlays를 알고 있다가 유튜브나 다른 활동으로 처음 MeganPlays를 접하는 사람들이 로블록스의 캐릭터와 똑같아서 신기해하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로블록스 속의 MeganPlays와 실제 인물 (사진 출처: MeganPlays 유튜브 캡쳐)

그리고 이제 벌스워크처럼 로블록스 안에서 게임을 만드는 전문 회사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5~6개 정도 생겼다고 합니다. 크리에이터를 만들기 보다는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인데, 14세, 16세에 이런 게임 회사를 만든 경우도 있고, 애니메이션 IP를 계약해서 게임을 만든 사레도 있습니다.

Project MOD는 넥슨에서 메이플 스토리 기반으로 유저들이 맵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입니다. 국내 법으로 게임에서 유저가 만드는 모든 창작물은 유저가 아닌 게임회사의 소유이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아니지만, 메이플 스토리 안에서 자기 월드를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벌스워크에서는 청강대학교와 같이 게임 또는 3D 모델링 학과가 있는 학교들과 협력하여 이러한 크리에이터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제가 직접 축구를 하고, 유튜브에서 축구 영상을 시청하고, 버츄얼 월드에서 축구게임을 한다고 했는데요. 이 세 가지가 사실 저에게 있어서 모두 각각 다른 경험입니다. 각각 다른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세 가지 활동에 제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모든 경험 중 50%가 넘어가면 메타버스 시대'라는 얘기도  나오던데요. 저는 그러한 것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메타버스는 그냥 용도가 완전히 다른 콘텐츠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디오 게임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세대, 인터넷과 유튜브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자라는 세대가 쉽게 메타버스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메타버스의 비중이 10%, 20%, 30%로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크리에이터 측면에서 보았을 때, 기술 발전으로 인해 (프로페셔널한 수준급은 아닐지라도)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70%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30%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못 하는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3D 모델링을 하고, 스크립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30% 밖에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프로그래밍과 스크립팅은 차이가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은 ‘제페토’ 같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큰 일이지만 스크립팅은 그보다는 간단합니다. 또한, 현재 코딩 관련 조기교육도 활발해서 앞으로 이러한 체험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가 많아질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마크 주커버그가 생각하는 그러한 시장이 오기까지에는 너무나도 많은 기술적인 장벽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때 로블록스 콘텐츠와 마인크래프트 콘텐츠를 한 채널로 편성할 수가 없습니다. 편성하는 순간, 두 유저 사이에 싸움이 발생하게 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마인크래프트하는 그룹은 로블록스를 절대로 안 하고, 로블록스를 하는 그룹은 절대로 마인크래프트를 안 합니다. 제페토의 경우에도 9~13세 사이의 여성이 코어유저로 명백하게 정착이 되어 있습니다. 이는 초창기에 플랫폼에서 어떠한 디자인 도구를 제공해서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게 만들 것인지, 명확한 타깃을 가지고 마케팅을 펼치기 때문에 SNS 보다는 커뮤니티 플랫폼과 같습니다.

'CORE' 같은 경우 에픽게임즈의 Unreal 4 엔진을 활용해서 만들었고 서양에서 좋아하는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로블록스의 경우도 9에서 13세 남성 위주로만 형성이 되어 있다보니, 현재 IR을 통해서 자금을 들여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을 구현하는 기술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페토 역시 마찬가지로, 현재 가지고 있는 타깃층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가 중요한 사안인 것 같습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떠오르는 그래픽을 가진 메타버스 게임 Core (사진 출처: Core 공식 블로그)

그래서 메타버스 플랫폼들(사실 저는 메타버스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멀티버스 버츄얼 월드'라고 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들)이 콘텐츠를 담는 그릇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그릇은 유튜브처럼 평평하고 넓은, 플랫폼 자체가 콘텐츠에 미치는 영향이 10% 정도 수준이 아닌, 여우와 학의 일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부리가 긴 호리병과 같은 그릇이라는 차이가 있어서, 각각의 커뮤니티별로 메타버스 플랫폼이 별도로 성행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