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페이스북, MS 등 미국 Big Tech 기업들이 유럽에서 필사적인 로비전을 펼치며 반독점 규제전쟁에 맞서왔으나 결국 무릎을 꿇고 있다. EU의 본거지 브뤼셀에서는 테크 거물들을 겨냥한 엄격한 새 법안을 준비중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에서 How Big Tech lost the antitrust battle with Europe라는 기사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요.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 MS, 애플 등이 로비스트를 몇 명이나 고용해서 얼마의 돈을 썼는지 정리한 도표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끕니다. 요점을 간추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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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Points

1. Big Tech 기업들의 로비 공세
   - 구글 FB, MS 등 거액 들여 로비활동 전개.

2. 강경한 EU의 규제 움직임

  1) 쟁점 - 빅테크 관련 규제 법률은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 이 가운데 디지털시장법이 빅테크의 수익성을 좌우하며 즉각적인 위협을 주는 쟁점 법안.

  2) 주요한 흐름의 변화 - 지금까지 규제 당국이 빅테크 기업의 문제점을 밝히고 입증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빅테크 기업들이 먼저 스스로 정당함을 입증해야 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흐름이 전환되고 있다.  

3. 한국 현실에 주는 시사점


1. Big Tech 기업들의 로비 총공세

먼저 FT가 보도한 도표부터 볼까요?

구글은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1년간 21명의 로비스트를 동원, 249회의 미팅을 했네요. 예산은 575만 유로(약 76억 8,300만원)를 지출한 걸로 나옵니다. 페이스북과 MS 등도 비슷한 규모의 비용을 투여했고, 애플 또한 적지 않은 돈을 쓴 걸로 보입니다.

이렇게 빅테크 기업들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규제 당국을 향해 압박전을 펼쳤으나, EU 당국은 꿈쩍않고 제 갈길 가는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요즘 빅테크 기업들은 입장을 바꿔 규제당국의 소나기에 대비해가는 모양새라고 합니다. 자사 서비스 정비와 함께 내부 대응조직도 갖추는 등의 준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합니다.

2. EU의 강경한 규제 움직임, 주요 쟁점은?

빅테크 기업들과 연관성이 높은 EU의 두 가지 법률은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 Act)과 디지털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 Act)입니다. 이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어 이들 기업이 가장 겁내는 것이 디지털시장법의 변화라고 하네요.

1) 디지털 시장법(DMA)
인터넷상의 시장 경쟁을 관리하는 EU의 중요한 규칙인 디지털 시장법이 20년 만에 변경될 예정입니다.(현재 문안 작업이 마무리단계이고 올해 입안이 최종 완료돼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합니다) EU 국회의원들의 주된 관심사는 거대기술에 의해 점령된 시장을 좀 더 개방적으로 바꾸고 각국의 국내 경쟁상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독점금지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거대 테크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중 하나인 통합전략, 즉 사용자 기반을 묶어 관리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법은 시가총액이 650억 유로(약 86조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새로운 스마트폰이 초기 설치단계에서 사용자가 구글의 Gmail 외의 다른 이메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포함시키도록 구글을 강제할 수 있고, 애플이 앱스토어를 경쟁 서비스에 개방하도록 강요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규제당국에게 광범위한 수사권을 부여하고, 심지어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재범자(반복 위반사업자)에게 사업 파산을 강요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영국의 새로운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Bill)에서 제안된 것처럼 규제 위반시 경영자에게 최대 징역형을 부과하는 내용 및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10%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기사로 나오고 있습니다. (가령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에게 적용하게 된다면, 2021년 매출에 맞춰 약 12조원의 벌금부과도 가능해진다고 하네요)

EU 시장 및 소비자 보호 위원회에 소속된 네덜란드의 킴 판 스파렌탁 의원은 디지털시장법에 대해 '거대 기술을 억제하기 위한 이정표'라고 설명하며 "이것은 큰 승리입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지난 수십년동안 유럽과 미국의 반독점 기구는 효과적이지 않고 대응이 너무 느리다고 비판받아왔습니다. EU가 최근 몇 년간 반독점 행위를 강화하면서 벌금을 부과했지만 그 벌금은 사업자들에게 단순히 '사업 비용'의 하나로 느껴질 뿐 위협적이지 않았던 것이죠.

예를 들어, 마가렛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0년간 구글에 약 100억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시장 개방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구글은 룩셈부르크에 있는 EU 법원의 판사들이 구글이 경쟁적인 제안보다 자사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판결해도 그 결정에 불복하며 항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서비스법(DSA)는 주로 프라이버시 및 데이터 사용과 같은 분야를 포괄하는데, 이 또한 빅테크 기업들이 서비스를 정비해야 하는 압박요인이 될 것입니다.

2) 주요한 흐름의 변화
이번 규제 논의에서 특기할 점은 규제의 방식이 전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규제 당국이 빅테크 기업의 문제점을 밝히고 입증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빅테크 기업들이 먼저 스스로 정당함을 입증해야 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흐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죠.

독일 MEP의 슈바브 의원은 "DMA는 아직 룰북(Rule Book)이 아니지만 이미 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시장 왜곡을 입증하는 것은 감독당국이 아니라 게이트키퍼들(빅테크 기업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이러한 빅테크 규제 움직임은 EU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미국 행정부 일각에서 EU를 향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라며 로비전에 가세한 움직임도 포착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는 미국 스스로도 빅테크 기업들을 향한 규제를 강화해가고 있습니다. '아마존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리나 칸을 연방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히면서 반독점 규제를 예고하는 포성을 울린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리고, 미국 의회도 DMA와 유사한 새로운 법안을 준비중입니다.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과 에이미 클로부카 민주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미국 혁신과 선택 온라인법(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법제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11월 중간선거 전에 진전될 거란 기대는 약한 상황이네요.

아무튼 유럽에서는 빅테크업체들 사이에 이미 패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Google, Apple 및 Amazon의 법무팀은 이미 새로운 컴플라이언스 유닛의 설립을 포함해 규제를 고려한 사업과 서비스상의 필요한 정비작업을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3. 한국 현실에 주는 시사점

이번 유럽과 미국의 빅테크 규제동향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뭘까요? 아무래도 이제까진 빅 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주도해가는데 대해 사회적으로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세계적으로 비판적 시각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빅테크 기업들의 '이기주의'에 사회적 제동이 필요하고 중요하며 시급하다는 신호가 유럽과 미국에서 계속 울리고 있는 것이죠. 물론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적 지위 및 영향력에 대한 문제제기는 국내에서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논의가 분산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체계적인 논의절차를 거쳐 입법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그나마 지난해 소위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기도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 운영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인데요. 하지만 최근 구글은 앱 외부 결제를 4월부터 막고 6월부터는 위반 앱을 플레이스토어에서 아예 삭제겠다고 밝혔고, 방통위는 법 위반 조사 착수 방침을 밝히는 등 혼란과 진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정리한 EU의 규제동향에서, EU차원의 규제당국과 빅테크 사업자간 회의는 오랜 시간 많이 이뤄져 왔습니다. (브뤼셀에 위치한 캠페인 단체 Corporate Europe Observatory에 따르면, 2019년 말 현재 유럽위원회가 시작된 이후 103개 조직이 참여한 150개 이상의 빅테크와 EU 관계자 간 회의가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좀 더 구체적인 아젠다들을 놓고 심도 있는 토론과 정책적 대안 모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규제당국과 현장 및 전문가 그룹 등이 참여하는 논의자리가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Working Group 등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식도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일부 부처별로 연구반 운영도 있었고 인터넷기업협회에서의 워킹그룹 운영 등 나름의 노력이 없지는 않았으나, 일정기간 소규모에 그치다보니 사회적 공신력을 확보한 의미있는 논의기구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족] 참고로, 원론적 얘기지만 규제와 진흥에 대한 양면성에 대한 언급을 덧붙입니다.

규제와 진흥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장의 특성상 기술과 시장변화에 대해 규제당국과 현장 사업자간의 이해도 차이 시차가 있다보니 적절한 정책의 입안과 시행에 어려움이 크고 시행착오도 많은 상황입니다. 더구나 정파적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퇴행적 정책이 남발되어 사회적 비용을 치러가며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인터넷 실명제를 놓고 도입과 철회까지 5년이상 이어진 사례가 대표적 시행착오 중의 하나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중심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해 보입니다. 우선 디지털 시대, 기존 산업계의 전환은 물론 새롭게 싹을 틔우고 있는 산업을 진흥해 나가기 위해선 이전 패러다임 속의 낡은 규제법안을 철폐해야 할 필요성이 큽니다. 디지털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혹독한' 규제강국에 가깝다고 봅니다.  

한편, '쏠림현상'과 함께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한 신흥사업자(주요 디지털 플랫폼 운영사)가 자사 서비스들을 우선하는 등 지배력 강화에 골몰하며 공정 경쟁을 저해할 때 강력 저지하는 규제책 또한 시급합니다. 그리고, '알고리듬'을 앞세워 중립을 주장하지만 일부 디지털 플랫폼의 운영정책은 운 디지털 서비스는 국경을 초월하며 이용자를 만나지만 규제당국은 개별 국가 단위로 입안 및 시행되다보니 글로벌 사업자와 로컬 사업자간의 형평성 이슈도 제기됩니다.

원론적인 얘기들을 굳이 언급한 이유는, 당연하지만 현장에서 자주 생략되어 왔고 지금도 진행중인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세계적인 빅테크 규제 움직임의 강화 흐름은 한국에서도 시장 경쟁을 촉발하면서 새로운 사업자가 다수 출현할 수 있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충분한 학습과 논의, 준비기간을 거쳐 자칫 우려될 수 있는 '정치적 봉합'을 우선하다 '교각살우(矯角殺牛,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를 범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