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CEO 팀 쿡은 지난 5일 뉴욕타임스의 팟캐스트 스웨이(Sway)에 등장해서 진행자인 카라 스위셔와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스위셔는 누구나 궁금해하는 질문 하나를 단도직입적으로 던졌다.

"(애플은) 왜 콘텐츠를 하는 겁니까? 넷플릭스와 경쟁을 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그냥 심심해서 한 번 해보는 것 같이 보입니다. 투자도 거의 안하잖아요."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플러스)'는 메이저 스트리밍 서비스들 중에서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가장 빈약하기로 유명하다. 디즈니나 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 같은 대형 스튜디오들이 직접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비록 넷플릭스가 그동안 쌓아온 라이브러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록 오래된 영화들이라도 자신들이 소유한 콘텐츠로 최소한 매대는 가득 채워두었다. 하지만 애플TV +는 애플의 명성에 걸맞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고는 있지만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들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다. 오죽하면 "가입한 후에 다 봐서 구독을 끊었다"는 말이 나올까.

따라서 스위셔의 질문은 당연한 의구심이다. 애플처럼 현금이 많은 회사가 정말로 콘텐츠에 진출하고 싶다면 겨우 그 정도를 투자하느냐는 것. 지금 수준은 그냥 한 번 해보는(dabbling) 수준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팀 쿡은 스위셔의 질문에 강하게 반박했다.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희는 애플TV+에 상당한(serious)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것 처럼 (콘텐츠도) 가장 많이 만드는 것 보다 가장 좋은 걸 만들려고 합니다."
"저희가 콘텐츠를 취미로 하는 것도, 그냥 한 번 해보는 것도 아닙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당장 500개의 콘텐츠 캐털로그를 만들 수는 없지만, 시간을 두고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갈 겁니다."

흔들리는 애플의 팟캐스트 제국

팀 쿡은 비디오 스트리밍에서 장기전을 예고했고, 제로섬 게임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넷플릭스, 디즈니와의 정면 대결을 회피하는 인상을 주었다. 애플은 비디오 콘텐츠에서 후발주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팟캐스트는 다르다. 애플은 아이팟을 통해 사실상 팟캐스트 시장을 만들어내다 시피 한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격적으로 팟캐스트 시장을 침투하는 스포티파이에 밀리고 있는 양상이 뚜렷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팟캐스트 시장에서 스포티파이는 2020년에 애플을 추월했다. 미국 성인의 25%가 스포티파이에서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대답한 반면, 애플에서 듣는다는 사람들은 20%에 불과했다.

스포티파이가 팟캐스트를 공략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인기 크리에이터를 확보에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대한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 기반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지난 해 5월 스포티파이는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팟캐스터인 조 로건(Joe Rogan)과 독점 계약에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천 1백 억원에 달하는 돈을 썼다. 전세계 크리에이터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시그널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미 세계 최대의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이점을 통해 사용자들의 취향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청취자가 좋아할 만한 정확한 팟캐스트를 추천하는 것이다. 스포티파이가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사용자의 음악 청취 취향으로 팟캐스트 취향을 맞출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주장하는 데서 볼 수 있듯, 스포티파이의 사용자 데이터 분석에 대한 연구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목소리를 통해 인종과 젠더, 감정 상태까지 맞출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음악을 추천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팀 쿡이 강조하는 애플의 노선은 프라이버시, 즉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쪽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애플은 사용자의 정보를 모아서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법은 사용하기 힘들다. 이는 사용자들의 권익에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콘텐츠 기업으로서는 차, 포를 떼고 장기를 두는 것 만큼이나 불리한 일인 것이 사실이다.

애플의 동반 콘텐츠 전략

따라서 애플이 팟캐스트 시장에서 스포티파이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전략 밖에 없다. 애플이 이런 결론을 내렸음을 보여주는 예가 자체 제작한 팟캐스트 시리즈의 출시다. '더 라인(The Line)'이라는 팟캐스트는 미국의 네이비실 멤버로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되었다가 풀려난 인물에 대한 6부작 다큐멘터리다.

애플은 이제까지 애플 팟캐스트를 애플 모바일 기기와 연계한 콘텐츠 플랫폼으로만 활용해왔고, 이를 통해 많은 팟캐스트 프로그램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제작에 투자하는 등의 직접적인 관여 없이 순전한 플랫폼으로 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팟캐스트를 소개하는 애플의 설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하나 있다. "더 라인은 두 개의 논픽션 시리즈"라는 것이다. 애플은 같은 내용을 6부작의 팟캐스트 시리즈와 4부작의 애플TV+ 용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두 개로 제작하고 있다. 팟캐스트를 통해 관심을 끈 후에 애플TV +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그 반대도 있다. 애플TV +에 등장한 오리지널 시리즈인 '포 올 맨카인드(For All Mankind)'는 영상으로 제작된 시리즈를 다시 팟캐스트로 제작하는 경우다.

더버지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앞으로 극영화나 다큐멘터리 외에도 오프라 윈프리, 존 스튜어트 등의 인기 진행자들의 프로그램을 비디오와 팟캐스트로 함께 소개하는 동반(companion) 콘텐츠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애플의 이런 시도가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팟캐스트, 비디오 스트리밍 모두 애플에게는 오르막길 싸움(uphill battle)이 되었고, 이런 싸움에서 전력투구를 하지 않는 기업은 그 덩치와 상관없이 스타트업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애플이 단순히 좋은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만만하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