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커킹에는 없고, 웬디스엔 있던 것

지난 주 월요일(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그 기원이 20세기 초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재 지켜지는 3월 8일은 여권운동이 빠르게 확산되던 1970년대에 UN이 지정한 것이다.
그동안 여성단체들 외에는 특별히 관심이 없었던 이 기념일은 근래에 들어 국내외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투운동의 영향과 함께 팬데믹이 강타한 미국의 노동시장에서 여성 진출이 30년 넘게 후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번 세계 여성의 날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세계적인 패스푸드 체인인 버거킹(Burger King)이 소셜미디어에서 분위기에 맞지 않는 농담을 했다가 큰 비난을 받는 'PR재난'이 발생했다. 문제가 된 건 버거킹 공식 계정에서 올린 다음과 같은 트윗(지금은 삭제되었다)이었다.

여성의 날 때문이 아니더라도 "여자들이 있을 자리는 부엌이다(Women belong in the kitchen)"는 말을 맨 정신에 트윗할 기업은 없다.

그럼 버거킹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소리를 했을까?
그 뒤에 이어진 트윗 스레드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여성이 원할 경우에(If they want to, of course)"라고 하면서 프로페셔널 셰프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한 현실을 고치기 위해 버거킹이 여성 종업원들이 요리사로 성장하기 위해 공부를 할 경우 장학금을 주는 프로그램을 (여성의 날에 맞춰) 론칭한다는 발표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밑에 달린 기업의 의도가 담긴 자세한 설명이 아니었다. 거기까지 가기 전에 이미 화가 났기 때문이다.

버거킹의 트윗이 장학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소개하려는 농담이었던 것을 몰랐던 사람들은 "여자들이 있을 자리는 부엌"이라는 말에 분노했다. 그리고, 그 말이 농담이며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던 사람들은 "이게 재미있다고 적어 놓은 거냐"라며 분노했다.

결국 버거킹은 트윗을 삭제하고 사과해야 했다. 사람들은 버거킹 PR팀의 사고 수준을 의심했고, 완전히 실패한 여성의 날 광고 캠페인이 되었다.

디지털 마케팅의 세 가지 미디어

마케팅의 고전에 해당하는 '디지털 마케팅에서의 미디어의 종류' 구분이 있다. 광고주가 디지털 채널을 통해 광고, 홍보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에는 세 가지의 종류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 처럼 '오운드(owned, 소유한) 미디어', '페이드(paid, 돈 내고 쓰는) 미디어', 그리고 '언드(earned, 노력을 통해 얻어내는) 미디어'가 그것이다.

'오운드 미디어'에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웹사이트나 블로그(기업에 따라 뉴스룸이라 부르기도 한다) 등이 있다. 사람들이 잘 찾는 곳은 아니지만, 뉴스 매체 등에서 자주 들어와 확인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보도자료(press release)나 공식 입장 발표 등에 적절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도 보도자료는 이렇게 '소유한 미디어'를 통해 발표한다.

반면 '페이드 미디어'는 자신들이 소유하지 않은 채널에 광고비를 지불하고 메시지를 내보내는 방식이다. 가장 전형적인 광고 채널로, TV나 라디오, 잡지, 웹사이트에 삽입해서 독자, 시청자가 강제로 보게 만드는 채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소셜미디어도 포함된다. 대부분의 소셜미디어는 돈을 내면 광고를 다른 포스트 사이에 넣어 사용자들의 눈에 띄게 해준다. 하지만 아다시피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에 (돈을 내지 않은) 자신들의 계정을 가지고 운영한다. 이 경우 기업 계정은 페이드 미디어가 아니라, 오운드 미디어에 해당한다. 가령 기업 계정에 콘텐츠를 올리기만 하면 오운드 미디어이지만, 이를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플랫폼에 돈을 지불하면 같은 내용이라도 페이드 미디어를 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소셜미디어를 잘 사용하는 기업은 돈을 내지 않고 스스로를 홍보한다. 대표적인 예가 테슬라로, CEO인 일런 머스크의 경우 트위터에서 큰 인기를 끄는 트윗을 해서 리트윗 될 뿐 아니라, 언론이 이를 받아서 기사화 하면서 한 푼의 돈도 내지 않고 홍보와 광고를 해낸다. 이렇게 '입소문(word of mouth)' 혹은 바이럴을 타고 전해지는 공유, 리트윗, 재포스팅 등이 바로 '언드 미디어'다.

소셜미디어 홍보의 최종 목표: 언드 미디어

언드 미디어는 디지털 홍보, 특히 소셜미디어 홍보의 성배(Holy Grail)에 해당한다.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만 정말로 얻어내기 힘든, 유니콘 같은 지위(status)가 언드 미디어다. 어떻게 하면 이걸 얻을 수 있을까? 말그대로 오랜 노력을 통해 얻어내야(earned) 한다. 사용자들에게 재미를 주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포스팅을 꾸준히 올려서 좋아요와 공유를 많이 받고, 그것을 통해 소셜미디어의 알고리듬이 알아서 멀리 퍼뜨려 주도록 만드는 작업이 그 '노력'에 해당한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이걸 잘하기로 소문난 기업이 웬디스(Wendy's). 지금도 웬디스의 트윗은 종종 화제가 되고 인기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명성을 얻은 것은 2017년에 웬디스 소셜미디어 마케팅 팀이 펼쳤던 일련의 '로스트(roast)' 트윗 덕분이다.

사람들 앞에서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그러나 악의 없이 놀리는 로스트는 '(불에) 굽다'라는 의미처럼 상대방에게 철저하게 망신을 주어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지극히 미국적인 코미디의 한 장르다. 세계적인 체인이기는 해도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브랜드에 비하면 훨씬 작은 웬디스는 트위터에서 자신보다 급수가 높은 브랜드의 어설픈 소셜 홍보를 리트윗하거나 멘션을 하면서 망신을 주곤 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트윗이다.
2017년 3월, 맥도널드가 2018년 중반부터는 대부분의 매장에서 냉동하지 않은 신선한 쇠고기 패티를 사용한다며 트윗으로 발표하자 웬디스는 그 트윗을 가지고 이렇게 놀렸다.

"그럼 그 때까지는 모든 맥도널들 식당에서 대부분의 버거를 냉동 쇠고기로 만든다는 거지? 친구가 묻길래 물어보는 거임."

웬디스는 맥도널드와 버거킹의 트윗을 스토킹하는 수준으로 따라다니며 어설픈 홍보가 나올 때 마다 로스트를 하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수많은 리트윗과 멘션을 끌어내면서 언드 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르쳐줬다.

아래의 트윗은 맥도널드가 블랙프라이데이 특별 상품군을 발표하면서 여기에 문구와 링크를 넣을 것이라는 준비 문구를 넣은 것을 두고 "(맥도널드의) 트윗은 그 매장 아이스크림 기계처럼 고장이 잘 나는구나"라고 조롱해서 인기를 끈 장면이다.

웬디스의 트윗이 큰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은 재미있다면서 끊임없이 버거킹과 맥도널드의 트윗을 가져와 웬디스에게 멘션을 날리면서 더 많은 로스트를 끌어냈다. 웬디스의 소셜미디어팀은 그런 챌린지에 응하면서 전설적인 트윗들을 만들어냈다. 한 사람이 웬디스에게 멘션을 날리며 "@Wendys 가장 가까운 맥도널드가 어디야?"라고 묻자 아무런 말도 없이 쓰레기통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웬디스가 자신들을 로스트하면서 인기를 끌자 대형 브랜드도 웬디스에게 포문을 열었지만,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아래의 내용을 보면 웬디스가 4개 메뉴에 4달러를 하는 홍보를 하자 버거킹이 "우리는 4달러에 다섯개 메뉴가 있다. 4보다는 5가 낫지"라고 트윗을 했다. 거기에 아무 답을 하지 않자, 한 사용자가 "@Wendys 어떻게 대답할래(what are you firing back, 반격으로 뭘 쏠래)?"라고 물었다. 웬디스는 "먹을 수 있는 음식(edible food)"이라는 두 단어로  버거킹의 음식이 먹을 게 못된다는 암시를 해서 버거킹 트윗의 열 배에 가까운 반응을 끌어낸다.

그렇다고 웬디스 트위터 계정이 하루종일 이런 로스트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 보이는 "4개 메뉴에 4달러"처럼 기업 홍보계정 답게 광고도 열심히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장사를 하기 위한 트윗이 도달이 되기 위해서는 평소에 꾸준히 재미있는 트윗으로 다른 사용자들의 사랑과 좋아요, 공유를 받아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해도 광고 메시지는 좋아요와 도달이 떨어지지만, 그 정도라도 도달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언드 미디어의 언드(earned)에 해당한다.

버거킹 트윗의 실패 원인

다시 버거킹의 여성의 날 트윗으로 돌아가보자.
사람들은 왜 버거킹의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우선 그 농담은 진부(stale)했다.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말을 해서 관심을 끈 후에 "사실은 그게 아니라..."라며 설명을 하는 방법은 사람들이 아직 미디어가 사용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던, 순진하던 시절에나 통할 농담이었다. 진부한 농담은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말하는 사람의 수준을 떨어져 보이게 만든다.

농담의 소재가 되는 대상도 중요하다. 웬디스는 자신보다 큰 브랜드를 상대를 로스트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버거킹은 여전히 남성중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로 남아있는 여성들이 항상 들었던 "여자는 부엌에 있어야지"라는 말을 사용했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여달라고 하기 전에 그게 농담으로 들리는지 스스로 먼저 물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농담을 할 '자격'을 버거킹이 얻었느냐(earned)는 것이다. 물론 농담을 하는 데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농담이라고 해도 인기없는 사람이 하면 아무도 웃지 않는 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하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배꼽을 잡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거다.
평소에 항상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 사람은 도를 살짝 넘는 농담을 (웬만해서는 하지 않지만) 해도 재미있게 웃어준다. 웬디스의 트위터 계정은 그렇게 몇 년에 걸쳐 재치있는 트윗으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왔고, 지금도 사랑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버거킹 트위터 계정은 남성의 목소리로 들린다. 과거 코미디언은 대개 남성이었고, 지금도 코미디를 쓰는 사람들 중에는 남성 작가들이 더 많다.

그런데 그들이 그동안 써온 코미디나 농담들 중에는 지금 듣기에 거북한 내용, 즉 차별적이거나 여성혐오적인 내용들이 많이 있다. 기업 소셜계정을 반드시 여성이 운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자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더 민감하게 느끼고 파악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웬디스의 전설적인 트윗을 쓴 담당자는 에이미 브라운이라는 여성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