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치파티(Watch Party)와 함께 보기 문화

지난 주 미국의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가 와치파티(Watch Party)를 무료계정 사용자들에게 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와치파티는 훌루에 가입한 사용자들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함께 같은 영화, 드라마를 시청하게 해주는 기능이다. 단순히 동시에 영상을 시작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영상의 재생이 싱크되어서 한 사람이 영상을 멈추거나 되돌리기를 하면 함께 보고 있던 사람들의 화면도 함께 멈추거나 뒤로 돌아간다. 더 중요한 건 보는 동안에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챗(chat)이다. 이 기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친구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TV를 보는 경험을 가상의 공간에 구현하는 것.

훌루의 와치파티 설명영상

물론 훌루가 이 기능을 처음 도입한 건 아니다. 오히려 늦게 시작한 편에 속한다. '와치파티'라는 문화를 서비스의 기능으로 먼저 도입한 곳은 페이스북이었다. 2018년 7월에 페이스북에서는 그룹 멤버들 끼리 같은 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이 나왔다. 후에 이 기능은 페이스북의 일반 뉴스피드에도 적용되어서 (그룹이 아닌)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보도록 확대 적용되기도 했다. 좋은 실험이었지만 큰 관심을 끌거나 사용자들의 문화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기능을 중단하기에 앞서 페이스북 내부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짧은 영상이 대부분인 페이스북 영상들을 보기 위해 즉각적으로 친구들을 초대하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 같지는 않았다.

함께 보기 문화

TV 시청문화는 거실에서 탄생했다. 20세기 초만 해도 거실의 소파 사이에 놓인 커다란 라디오가 음악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후 TV가 각 가정에 보급되면서 놓인 곳은 침실이 아니라 거실이었다. TV는 라디오가 차지하던 (물리적인) 자리를 빼앗았고, 라디오는 자동차와 침실 같은 좀 더 작은 공간, 더 나아가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용으로 변화하며 개인적이고 친밀한(intimate) 매체로 발전했다.

그러던 TV도 시간이 지나면서 라디오가 거쳐간 길을 고스란히 따르기 시작했다. 거실에 한 대 놓여서 부모님과 함께 보기 곤란한 장면을 어색한 분위기에서 봐야 하는 시대를 지나 각 방으로 이동했고, PC와 모바일이 영상 플랫폼 역할을 하기 시작한 후에는 영상시청은 완전히 개인적인 행위로 바뀌는 듯 보였다. '나홀로 시청'은 확실한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라디오가 건재하고 영화관이 살아있듯 함께 보기 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한 자리에 모여서 재미있는 영상을 보며 함께 웃고, 울고, 대화하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극장은 여전히 데이트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고 넷플릭스의 스트리밍이 보편화된 후에는 데이트 상대를 자기 집 거실로 초대하기 위한 멘트인 "Netflix and chill?"('넷플릭스를 보면서 쉬지 않을래?' 라는 말은 마치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멘트처럼 은근한 암시를 담고 있다)이 보편화될 만큼 뭔가를 함께 보는 행위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매력을 잃지 않았다.

팬데믹과 게이머

주말 저녁에 연인끼리, 혹은 친구들이 모여서 넷플릭스를 함께 보는 것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기 시작했지만 그건 넷플릭스나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들이 와치파티를 하나의 기능으로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팬데믹과 게이머 문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갇혀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같은 서비스의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들의 엔터테인먼트가 가상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는 일과 관련된 미팅을 대신했을 뿐 아니라 생일파티와 기념일, 심지어 결혼식까지 가상의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일이 끝난 후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해피아워(happy hour)도 줌이 해결해줬다.

하지만 줌을 통해 TV를 함께 시청하는 건 그다지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이 아니었다. 친구들 중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한 한 사람이 줌을 통해 영화를 공유하는 방식은 화질, 음향이 모두 좋지 않았다. 이 상황을 지켜본 스타트업들이 지난 봄, 여름을 지나면서 재빨리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대표주자가 넷플릭스파티(Netflix Party). 이름과 달리 넷플릭스의 서비스가 아니라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서비스였고, 크롬이나 오페라 브라우저에 익스텐션(extention)을 설치해서 시청하는 형태였다.

물론 넷플릭스의 브랜드명을 사용한 이름 때문에 문제가 생겨 지금은 텔레파티(Teleparty)로 이름을 바꿨고, 넷플릭스 뿐 아니라 훌루, 디즈니 플러스, HBO맥스 등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다. (텔레파티 설치방법 설명영상 링크, 한글 설명은 아래 디에디트 영상 참조)

디에디트에서 제작한 넷플릭스파티(지금은 텔레파티) 설명영상

와치파티의 핵심은 함께 보는 사람들과의 대화다. 그리고 그 대화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유튜브 라이브방송처럼 화면 속이나 옆에 대화창이 열리는 방식과 음성통화, 그리고 화상통화. 영화를 보면서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산만함(distraction)으로 생각하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세대가 있다. 후자는 아무래도 더 젊은 세대에 속하고 무엇보다 게이머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미디어의 경우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성공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치파티는 젊은 세대가 게임을 하면서, 혹은 다른 사람들의 게임플레이를 보면서 친구들과 떠드는 문화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정착할 수 있었다.

서비스들의 경쟁

텔레파티의 장점은 익스텐션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떤 서비스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줌을 통한 방법과 달리)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스트리밍 계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화는 채팅창을 통한 텍스트로 국한된다. 그런 점에서 시너(Scener) 익스텐션을 사용하지만 화상통화가 가능하다는 차별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스트리밍 계정 외에도 시너 계정을 따로 갖고 있어야 한다.
비슷한 독립(third party) 서비스들 중에는 투쎄븐(TwoSeven), 메타스트림(Metastream) 같은 것들도 있으며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는 비슷한 기능들을 갖고 경쟁하고 있다.

이렇게 독립 서비스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스트리밍 업체들이 팔짱끼고 지켜볼 리 없다. 이들이 가입자가 충분히 확보되면 스트리밍 업체들을 상대로 협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는 한 번에 1백 명 까지 함께 시청할 수 있는 와치파티 기능을 만들어 함께 보면서 채팅을 할 수 있게 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프라임 멤버여야 하고, 호스트만 멈추기, 재생, 되돌아가기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모든 콘텐츠에서 와치파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마존 오리지널 영화, 시리즈로만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독립 서비스들과 달리 따로 익스텐션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훌루의 와치파티도 아마존과 별로 다르지 않다. 화상, 음성통화가 불가능하고 채팅만 가능하고, 별로의 익스텐션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난 주 발표를 통해 (무조건 프라임 멤버여야 하는 아마존의 서비스와 달리) 무료 가입자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디즈니 플러스의 그룹와치(GroupWatch)는 음성통화는 물론 텍스트 채팅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주 제한된 형태이지만 다른 서비스들과 달리 웹브라우저가 아닌 스마트TV에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모든 참여자들이 정지, 재생 등의 조작을 할 수 있다. 디즈니는 사용자들이 대형TV 앞에 앉아서 영상을 보면서 스마트폰 등의 수단으로 대화를 나누는 형태를 이상적인 사용법으로  가정하고 있는 듯 하다.

디즈니 플러스의 그룹와치(GroupWatch) 설명한 영상

와치파티의 미래

같은 영상 콘텐츠를 함께 시청하는 문화는 이제 막 본격적인 확산이 시작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그 확산을 도왔지만, 팬데믹 이전에 이미 싹이 트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나이가 적은 세대일 수로 이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며 영상 감상의 중요한 서브컬처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당장은 각각의 서비스들이 새로운 기능으로 테스트를 하는 단계이고 아직 모범답안(best practice)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당장 스트리밍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가 이 기능을 자체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추세를 지켜보면서 가장 적절한 기능을 설계 중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형태는 디스코드(Discord) 등의 서비스가 만들어낸 "제3의 공간"의 형태가 될 지 모른다. 단지 좋은 콘텐츠만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즐길 수 있는 가상의 거실, 혹은 모임장소를 제공하는 형태의 서비스로 발전하는 것. 물론 그 공간은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노리고 있는 미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