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와 셀럽마케팅의 명암

지난 2월 23일 오전 7시 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근교에서 SUV 한 대가 중앙분리대를 넘으며 나무 하나를 쓰러뜨리고 반대편 도로 밖으로 굴러 떨어지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해서 살펴보니 운전자 한 명만 타고 있었다. 경찰은 아마도 그 지점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고 중 하나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운전자가 자신이 타이거 우즈라고 말하면서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다.

(출처: INSIDER)

타이거 우즈는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쳤고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저커버그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정확한 사고의 원인은 아직 조사중이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다른 차와 부딪힌 게 아니었고 날씨도 좋은 아침 시간에 혼자 운전하던 차가 낸 사고였기 때문에 현재 언론에서는 졸음운전이나 운전 부주의 정도의 원인으로 추측하는 분위기다.
(* 저커버그 병원 : 1850년에 설립된 종합병원이지만 현대화, 확장에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부부가 큰 기부를 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사고를 내 사람이 타이거 우즈라는 사실 외에도 그가 타고있던 SUV 차량이 큰 관심을 모았다. 사람들은 유명인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할 때 일반적으로 어떤 차를 타고 있었는지 궁금해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사고를 보도하는 사진마다 자동차 옆에 커다랗게 찍힌 현대 제네시스의 로고가 뚜렷하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모델을 짐작할 수 있는 차량의 앞과 뒤가 크게 부서졌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석 문에 붙어 있는 제네시스 로고와 'GENESIS INVITATIONAL'(제네시스 초청)이라는 문구 때문에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제네시스라는 자동차 회사와 기사에 등장하는 "GV80"라는 모델을 검색하게 되었다. 검색량이 폭증(구글트렌드 링크)한 것은 물론이다.

우즈는 왜 제네시스를 타고 있었나

미국인들은 사고 당시 타이거 우즈가 왜 (다소 생소한 이름의) 제네시스 승용차를 타고 있었는지 궁금해했고,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부터 PGA의 LA 오픈의 스폰서를 하고 있고, 이 경기의 공식명칭은 제네시스 초청(Genesis Invitational)이다. LA오픈은 타이거 우즈가 16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참여했던 PGA 오픈으로 (당시에는 닛산 자동차가 스폰서를 하고 있었다) 현재 타이거 우즈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우즈는 이번 토너먼트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호스트의 자격으로 관여하고 있었다. 그게 우즈가 대회 공식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던 이유다.

엄밀하게 말해 제네시스는 타이거 우즈와 유명인 홍보(celebrity endorsement) 계약을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고 언론과 파파라치의 카메라가 따라다니는 우즈가 타고 있는 차량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아무리 골프가 대중화되었다고 해도 프로 골프 팬들은 평균 소득수준이 높은 편이다. 때문에 제네시스처럼 고급 시장을 노리는 브랜드에게 우즈는 협업을 하고 싶은 셀럽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즈가 제네시스를 직접 운전하는 일은 제네시스 홍보팀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제네시스 차량이 심하게 망가진 사진과 영상이 언론에 도배가 되며, 차에 타고 있던 우즈는 다리를 크게 다쳐 재기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게 된 상황은 홍보재난(PR disaster)에 가까운 사고이다. 그렇다면 제네시스는 이 사고 때문에 미국 진출에 차질이 생겼다고 봐야 할까? 현대가 타이거 우즈라는 브랜드와 협업하기로 한 것은 실수였을까?

셀럽 마케팅의 명암

사실 타이거 우즈는 광고주들이 쉽게 선택하는 "안전한" 브랜드는 아니다. 골프 신동으로 젊은 시절부터 많은 브랜드, 광고주의 사랑을 받았지만 10여 년 전에 그간의 여성편력이 밝혀지고 가정불화와 이혼을 거치는 과정에서 많은 광고주를 잃었다. 특히 개인적인 문제가 터졌을 때 보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는 문제있는 과거도 잘만 활용하면 오히려 자산이 되는 경우가 있다. (마약복용 등으로 연기 생명이 끝나다시피 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재기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우즈의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많은 팬들을 생각하면 그가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PR의 기회가 된다. 따라서 셀러브리티 마케팅에는 동일한 룰이 존재한다기 보다 각각의 경우에 따라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셀렙 마케팅의 홍보 성공사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가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에어조던(Air Jordan)이다. NBA가 미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점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수였던 조던과 손을 잡은 나이키는 스포츠 마케팅의 새로운 장을 썼다고 할 만큼 엄청난 홍보효과와 매출을 끌어냈다.

하지만 에어 조던의 성공에서 놓치면 안될 것이 있다. 마이클 조던의 꾸준한 성적과 특별한 말썽이 없던 그의 사생활이다. 아무리 많은 홍보인력이 달라붙어서 뛰어난 협업을 만들어내도 스타, 셀럽이 여론을 나쁘게 만드는 범법행위나 실수를 저지를 경우 홍보는 역효과를 내게 된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미국의 유명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 지난 슈퍼볼에서 스프링스틴이 등장한 지프(Jeep)광고는 인기를 끌었다. 워낙 광고에서 보긴 힘든 그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프로젝트였고, 그 작업을 끌어낸 홍보팀의 노력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이 성공은 며칠을 가지 못했다. 이 광고가 나가기 약 석 달 전에 스프링스틴이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 이 사실이 언론에 퍼지기 시작하자 지프는 곧바로 회사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이 광고 영상을 내리고 광고방송도 중단했다.

브랜드의 피해 최소화

엄밀하게 말하면 스프링스틴이 음주운전을 한 것에 지프라는 광고주/기업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하지만 음주운전을 한 가수가 자동차 광고에 등장한다면 지프라는 자동차에 대한 인식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달아나던 O.J. 심슨이 포드 브롱코를 몰았다는 이유로 이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과 다르지 않다).

소비자들은 지프를 볼 때 마다 스프링스틴의 음주운전이 떠오르는 연상작용(association)을 경험할 것이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셀렙을 제품 홍보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연상작용을 노린 것인데, 그렇게 두 개의 '기표'가 연결된 후에는 긍정적 함의도, 부정적 함의도 함께 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프링스틴의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지프가 광고를 중단한 것은 그런 연상작용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부정적 연상작용을 차단하려는 노력은 실패한 PR의 대응으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패션 브랜드인 애버크롬비&피치는 저질 하위문화로 비판을 받던 미국 MTV의 리얼리티쇼 <저지쇼어Jersey Shore>에 등장하던 마이크 소렌티노가 자신들의 옷을 입는 것을 보고 상당량의 대가를 지불할 테니 방송에서는 우리 상표의 옷을 입지 말아달라고 협상하기도 했다.

MTV의 리얼리티쇼 <저지쇼어>의 스타 마이크 소렌티노("The Situation")

타이거 우즈의 사고는 우즈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의 부상은 제네시스라는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에 관심을 끌어온다는 점에서 홍보팀에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하지만 돈을 내고 산 미디어(paid media)인 광고와 달리, 뉴스와 소셜에서 퍼져나가는 소식은 광고주가 연상작용을 끊을 방법이 없다.

여론의 향방: 내러티브

우즈의 부상이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제네시스가 안전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자동차가 저토록 처참하게 부서졌는데 운전자의 목숨에 전혀 지장이 없었던 것은 그만큼 자동차가 안전하다는 얘기도 된다. 결국 제네시스의 홍보팀은 여론이 이 두 가지 내러티브 중 어느 쪽으로 흐르느냐를 지켜보고 드러나지 않는 노력을 통해 유리한 쪽으로 방향을 틀게 만드는 것이 답이다.

제네시스 홍보팀에게는 다행히도 우즈 사고를 둘러싼 여론이 유리하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뉴스 매체들이 "죽을 뻔한 대형사고였지만 자동차의 안전장치 때문에 부상으로 그쳤다"는 기사를 내놓으면서 제네시스는 우즈를 다치게 한 자동차가 아니라 오히려 그를 구한 차라는 이미지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더 나아가서 "타이거 우즈는 사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제네시스 GV80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링크)도 나온다.

하지만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번 사고와 관련한 제네시스 홍보팀의 대응은 아주 적절했다.

사고 보도가 나오자 제네시스의 북미지역 대변인은 언론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오늘 아침에 타이거 우즈가 GV80를 탄 채 사고를 당했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면서 "타이거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기도한다"는 짧은 메시지를 발표한 것이다.

현대는 아직 조사 중인 사고에 대해서 자동차의 안전도를 옹호하거나 방어함으로써 불필요한 관심을 자동차로 가져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이나 기업의 이미지가 아닌, 사고를 당한 피해자와 가족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기업 스스로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관심을 자동차에서 타이거 우즈로 조용히 옮기는 아주 적절한 대응이었다. 즉, 유명인의 사고와 자동차를 대중의 연상작용에서 분리할 수 없다면 무게와 관심을 사람에게로 옮기고, 불필요한 말과 발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대중의 안전도에 대한 의심, 혹은 관심을 최소화 한 것이다.

제네시스 GV80 검색량의 폭증을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

홍보 전문가들은 이 사고가 단기적으로는 제네시스에게 불리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의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했음이 밝혀지면 자동차의 안전도에 대한 의구심은 곧 해소될 것이고, 오히려 이를 통해서 많은 미국인들이 제네시스라는 자동차의 존재에 대해서 인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장기적인 홍보이익을 누리기 위해서는 경험 많은 홍보팀의 조심스런 작업을 통한 여론의 내러티브 관리가 필수적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기업의 메시지는 잘 진행되던 홍보의 물길을 단번에 돌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