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미국은 지금과 달리 술을 쉽게, 그리고 많이 마시는 사회였다. 흔히 살룬(saloon)이라 불리던 술집들은 저녁 시간 뿐 아니라 대낮에도 술손님을 받기 위한 방법으로  "술을 주문하면 점심이 공짜"라는 미끼를 내걸었다. 사람들은 어차피 점심을 먹어야 하니 반주(飯酒)를 즐기는 셈 치고 술을 주문하고 공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들이 내는 술값에는 식사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배만 부르면 되는 점심식사와 달리 술은 일단 마시기 시작하면 계속 더 주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술집으로서는 이래저래 이윤이 남는 장사였다.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는 유명한 격언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로빈후드 공짜 점심과 'PFOF'

최근 미 의회는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Robinhood)와 시타델 증권, 그리고 소셜미디어 레딧(Reddit)의 경영자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지난 1월에 일어난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사건은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기관투자자들이 공매도(空賣渡)한 (게임스탑을 포함한) 몇 개의 주식을 개미투자자들이 일제히 사들이면서 대형 헤지펀드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대대적인 '작전'을 가리킨다. 펀더멘털이 없는 주식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만큼 가격은 곧 폭락하면서 작전에 참여했던 개미투자자들 역시 많은 피해를 입었다.

2월 18일 열린 게임스탑 청문회 영상

"이렇게 전에 없던 일이 어떻게 가능했느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복잡한 사건인 만큼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수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마치 게임을 하듯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로빈후드를 주범으로 지목한다. 앱에서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액 거래에도 수수료가 붙지 않으니 주머니가 얇은 젊은층이 대거 몰려들었고, 이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전을 모의하면서 월스트리트를 흔드는 대형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아무리 앱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주식거래는 여러 주식 브로커가 개입되는 복잡한 과정이고, 많은 리소스가 들어가는 작업이다. 그런데 로빈후드는 어떻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사업을 하고 있을까?

그 비결은 바로 PFOF(Payment for Order Flow, 주문흐름에 대한 보상)이다. 어려운 개념처럼 보이지만 결국 일종의 리베이트다. 사용자들이 앱에서 주식을 사거나 파는 버튼을 누르면 로빈후드는 이들의 주문을 시타델증권 등의 대형 브로커들에게 넘겨서 처리하게 한다. 이 브로커들은 대개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한 초단타매매를 하기 때문에 매 거래당 아주 적은 이윤을 낸다. 따라서 대량의 거래를 하면서 주문의 흐름을 파악해야 이윤을 키울 수 있고, 거래를 많이 몰아주는 로빈후드 같은 곳에 대가를 지불한다.

하지만 2015년에 앱을 처음 선보인 로빈후드는 자신들이 PFOF를 통해서 돈을 번다는 사실을 숨겨왔다. 궁극적으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대형 브로커들에게 넘겨주고 있는 셈인데, 이게 알려져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를 숨겨온 사실이 드러나 과징금을 물면서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공짜 점심 플랫폼들

실리콘밸리에서는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당신이 상품"이라는 말이 하나의 진리로 통한다. 온라인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사용자가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하는 공짜 서비스들이 넘쳐나는데, 그 경우 결국 기업이 사용자의 정보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다. 즉, 공짜로 보이지만 공짜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내 개인정보가 심각하게 노출되는 게 아니고 단지 광고 타겟팅 용으로만 사용된다면 특별히 나쁠 것도 없지 않나?" 사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면 익명으로 처리된 자신의 정보가 이용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구글이 광고로 돈을 벌지 않고 검색 기능을 유료화할 경우 각 사용자가 일 년에 약 5만 원 가량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계산도 있다.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피해의 개념을 사회나 국가로 확대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광고주가 정확하게 타겟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증폭의 알고리듬'을 가짜뉴스의 확산과 사회의 분열을 노리는 세력들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5년이 넘었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결할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수익모델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애플의 iOS 14가 발단이 되어 작년 말부터 진행 중인 애플과 페이스북 간의 개인정보보호 논쟁이 좋은 예다.(관련기사) 비록 그 배경에 테크기업들 간의 미래 먹거리 경쟁이 있다해도 그 싸움은 페이스북 같은 공짜 플랫폼이 수익원으로 사용자 개인정보를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지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애플의 팀쿡.

이들 기업이 증폭(amplification)의 알고리듬을 고수하는 한 그 대가는 사회가 치를 수 밖에 없다. 광고를 보여줄 사용자/소비자를 정확하게 타게팅하는 알고리듬과 특정 이데올로기와 정보를 필터링해서 보여주는 알고리듬은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할 수 없다. 따라서 당장 개별 사용자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없는 듯 보여도, 사회가 극도로 분열되어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려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면 결국 우리 모두가 그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참고로, 여기에 관해서는 의 저자 쇼사나 주보프가 지난 달에 뉴욕타임스에 기고해서 큰 반향을 일으킨 칼럼 "The Coup We Are Not Talking About(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는 쿠데타)"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글에서 주보프는 인식의 쿠데타가 일어나는 단계를 아주 명쾌하게 설명한다).

우리세대 최악의 해였다는 2020년이 보여준 희망이 있다면 기후위기와 팬데믹 처럼 과학적으로 명백한 문제들에 조차도 동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숨어 있는 점심값'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문제는 공짜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느냐이다. 이것이 테크업계의 비저너리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