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Steve'라는 제목을 단 책이 5월 3일 발간됐습니다. (아마존 링크)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최근 뉴욕타임스로 옮긴 Tech 전문기자 트립 미클(Tripp Mickle)이 썼는데요. 애플 임직원을 포함한 200여명의 인터뷰를 통해 집필했다는 이 책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스티브 잡스와 단짝이었던 조니 아이브가 애플을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와 같은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세한 얘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클레이 셔키 NYU교수가 쓴 NYT 리뷰Mac Rumor 기사 등을 토대로 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납니다. 이후 애플은 조니 아이브(Jony Ive)와 팀 쿡(Tim Cook)의 손에 맡겨집니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조니 아이브에 대해 '정신적 동지(Spiritual Partner)라고 불렀었죠. 영국 태생의 천재적 디자이너로 디자인 총괄(Chief Design Officer)인 조니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단짝이었고, 운영총괄(COO)에서 이후 CEO가 된 팀 쿡은 앨라배마 출신으로 공급망과 생산비용을 통제하는 데 달인이 되어 있었죠. 두 사람은 여러모로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이 두 사람의 파트너십이 진화한 과정과 종말이 어떠했는지를 추적합니다.

먼저, 두 사람이 스티브 잡스와 긴밀해진 초기 과정을 살펴봅니다. 두 사람은 모두 1990년대에 가라앉고 있던 애플을 일으켜 세우는데 큰 공을 세웁니다. 먼저, 조니 아이브는 애플의 컴퓨터들을 캔디 색상의 투명한 케이스 등 뛰어난 디자인 감각으로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대중을 사로잡았고, 회사를 성장시켰습니다. 1998년 아이맥이 출시됐을 때 스티브 잡스는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다"며 아이브를 한껏 칭찬했습니다.

같은 해 잡스는 애플의 비효율적인 생산 라인을 재정비하기 위해 팀 쿡을 고용합니다. 이전에 컴팩의 공급망을 운영했던 쿡은 까다롭고 세세한 부분까지 중시하는 꼼꼼한 일처리로 유명했습니다. 직원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재고 회전율을 연간 25배에서 100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면 쿡 CEO는 "어떻게 하면 1,000까지 갈 수 있겠느냐"고 담담하게 물었다 하죠. 쿡이 합류할 무렵까지 운영을 담당하던 조 오설리반(Joe O'Sullivan)은 "(그가 온 뒤) 다 큰 남자들이 우는 것을 보게 됐다. 쿡은 디테일을 챙기는데 있어 경이로울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회고합니다.

애플의 성장을 일궈온 주요 리더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폰, 맥북 에어, 아이패드 등을 출시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했던 제품은 아이폰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폰은 확실히 우월적인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화기를 만들어 파는 다른 모든 회사들이 애플의 디자인을 따라하거나 아예 무너지는 등의 항복을 강요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2010년대 애플은 10여년간의 하드웨어 혁신을 탁월하게 이뤄냈습니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죽은 뒤, 'Next Big Thing'이 무엇일까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습니다. 홈오토메이션과 헬스케어 기기, 자율주행차, 텔레비전, 다양한 헤드폰 등이 모두 검토됐고 일부는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이브가 떠나기 전까지 가장 핵심적인 작업은 애플 워치였습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아이브는 핵심인물로서 갖는 강력한 힘을 동원해 애플워치의 개발과 제작에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수익성이 높아진 애플은 아이브의 완벽주의를 뒷받침해줬습니다. 애플워치의 손목밴드를 위한 가죽은 유럽 전역의 제혁소에서 양질로 조달됐고, 맞춤형 와인딩 크라운의 디자인과 제조에도 수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처음부터 초고가 버전을 염두하다보니 일반 금보다 두 배 이상 내구성이 뛰어난 새로운 합금을 구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애플워치가 'Next Big Thing'이 아닐 것 같다는 인식이 늘어났습니다. 아이브가 아이폰 만들때보다 더 많은 통제력을 갖게 되면서, 애플워치는 손목 위의 유용한 디스플레이에서 '패션 오브젝트'로 바뀌게 됩니다. 보그 잡지 에디터 안나 윈투르와 만나고, 파리에서 제품 이벤트를 하고, 1만7,000달러짜리 모델을 제작하는 등의 일련의 움직임은 건강을 추적하고 배터리수명을 늘리는 등에 대한 시장내 기대치를 차츰 낮추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마침내 애플워치가 출시됐지만 판매는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한편 애플 워치가 광범위한 소매 유통을 통해 피트니스 중심의 기기로 변모하면서 Ive도 마음이 식어가기 시작합니다. 회사 내 '운영 리더의 부상'과 '하드웨어보다 서비스에 대한 강조'가 늘어나면서 애정이 줄어들어갔다는 것이죠.

그런데 아이브가 대형프로젝트를 힘차게 진행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쿡은 수많은 사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세금문제로 의회에 소환됐고, 또 애플 맵의 성능이 떨어지는 데 대해 사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매출은 계속 올랐고 회사는 성장했습니다. 아이폰의 라이벌인 삼성의 갤럭시는 불타는 사건이 종종 생긴 일이나,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이 아이폰 판매에 관심을 나타낸 것은 쿡의 애플호에게 호재가 됐습니다. 2018년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돌파한 애플은 이후 2조달러, 3조달러를 뚫고 올라갑니다.  


저자 미클은 2000년대에 Ive의 성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Apple이 2010년대에 어떻게 Cook의 회사가 되었는지를 촘촘하게 보여줍니다. 기사 작위를 받은 지 오래인 Ive는 박물관 전시와 자선 경매, 몰입형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 등 애플 이외의 기회들에 점점 더 사로잡혀 갑니다. 결국 2015년에는 파트타임 형태를 택하게 됩니다. (파트타임은 100% 헌신하거나 아예 떠나는 것보다 더 안 좋다고 생각한) Cook은 Ive에게 돌아오라고 설득합니다. 하지만 Ive의 마음은 이미 바뀌고 있었고 마침내 2019년 Ive는 이별을 고하게 됩니다. Ive는 현재 'LoveFrom'이란 디자인업체를 창업했고 그의 오랜 직장 Apple은 고객사가 되어 있습니다. 또한 LoveFrom은 페라리를 고객으로 맞아 럭셔리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에필로그에서 미클은 Ive와 Cook의 결별 혹은 Ive가 애플을 떠나게 된 책임에 대해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비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애플이 또 다른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지 못한 것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더 비중을 두고 얘기합니다. 다만 두 사람이 함께 애플의 리더십을 발휘하던 시기, 서로가 많이 다른 유형이었음은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쿡에게 Ive는 '모든 제품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던 아티스트'였고, 아이브에게 쿡은 '냉담하고 알 수 없는, 나쁜 파트너'로 남았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아이폰의 계보를 이어갈 가치있는 새 제품을 만들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그런데, 잡스가 죽은 뒤 애플이 아이폰만큼 중요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애플은 잡스가 죽기 전에도 그렇게 중요한 기기를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책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너무 딱딱하고, 건강을 챙기는 헬쓰케어 제품들은 규제가 너무 심한 상황이고, 텔레비전은 음악과는 다르게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있어 보호막이 많고 복잡하다'는 목소리를 담아냅니다. 아무튼 애플은 아이폰 이후에 이어폰과 워치 등 여러 제품을 만들어냈지만 기술적으로, 그리고 개념적으로 애플의 위대한 전작에 비교할때 지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스티브 사후에 일어난 일을 살피다보면 'Next Big Thing'은 'Last Big Thing'을 기반으로 구축된 아이클라우드와 애플 뮤직, 앱스토어 등의 서비스로 밝혀지게 되고, 쿡은 훌륭하게 적응한 걸로 보입니다. 즉 '애플의 미래'는 '아이브의 과거'에서 비롯됐고, 대부분 '쿡의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책은 말미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사랑받는 기업들 중 하나라도, 가장 재능 있는 직원들을 동시에 성공시킬 수는 없었다'고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