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재회'

5월 27일 런던에서 열린 아바의 콘서트가 화제입니다. 연예매거진 빌보드는 아바의 런던 공연 'ABBA Voyage' 소식을 전하면서 '아바가 신기술을 활용해 미래형 가상 라이브쇼를 선보였다'고 평했습니다. 'ABBA-tars Concert'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이번 공연은 모션캡처를 통해 아바타를 만든, 기술 접목이 특색인데요. 어떤 기술을 활용했고 공연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우선, Now This가 전하는 무대 및 관객 등 현장 분위기와 아바 멤버들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을 한번 보시죠.

무대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대략 감은 오시죠?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아바타가 노래와 춤을 선보입니다. 프로덕션 참여인력과 장비 및 기간도 상당했고, 3,000명 규모의 전용극장도 구축해 관객들이 몰입감을 갖도록 준비하는 등 규모가 큰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실제 준비기간만 5년이 넘었고, 총 제작비는 약 1억 4천만 파운드(약 2,210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ABBA] 아바는 스웨덴의 전설적 4인조 혼성 팝 그룹으로, 비요른 울바에우스(77), 베니 안데르손(75), 안니프리드 링스타드(76), 앙네타 펠츠코그(72) 등이 멤버다. 1972년 데뷔한 뒤 'Dancing Queen', 'The Winner Takes It All', 'I have a Dream', 'Chiquititita'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낳았다. 1982년 휴식을 선언하며 실질적인 해체가 됐으나 1999년 영국에서 시작된 뮤지컬 'Mamma Mia'가 미국 브로드웨이를 비롯 전세계를 휩쓸었고 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맘마미아'도 전세계에서 흥행대박을 터뜨리며 아바의 음악은 계속 인기를 누렸다. 2016년부터 아바타를 통한 무대 재현 작업이 준비됐고 2021년 9월에 신곡을 발표하며 40년만에 컴백 선언을 하기도 했다.    

1. 무대 구현을 어떻게 했나?

베니, 비욘, 아그네타, 프리다 등 4명 멤버의 디지털 버전, 즉 아바타를 만들기 위해 조지 루카스의 특수효과 회사인 ILM(Industrial Light & Magic)이 작업했다. 기술진은 5주 동안 스톡홀름의 한 영화 스튜디오에서 4명의 멤버들에게 모션 캡처를 위한 특수 의복을 입히고 공연을 촬영했다. 촬영과정을 BBC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160대의 카메라가 그들의 몸을 스캔하면서 그들의 모든 움직임과 표정을 기록했고, 이를 라이브 쇼에 등장하는 아바타(ABBA-tars)의 기초로 사용했다. 1,000명 이상의 시각효과 아티스트와 10억 시간의 컴퓨팅이 ABBA-tars를 최대한 현실적이고 인간답게 만드는 데 투입되었다.

라이브쇼가 펼쳐지는 동안, 아바타들은 그들의 젊은 시절의 실물 크기 버전으로 6천 5백만 화소의 거대한 스크린에 등장하기도 하고, 댄스 플로어와 좌석 위에 펼쳐진 대형 스크린에 클로즈업된 채 나타나기도 한다.

아울러, 20개의 조명 기구와 500개가 넘는 움직이는 불빛을 활용한 화려한 조명 쇼가 관객들이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도와주며 시각적인 장관을 더한다. 이렇게 몰입감 있는 환경을 위해 제작진은 런던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에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용 콘서트장을 건설했다. 291개의 스피커를 갖춘 이 공연장은 70년대의 우주선 모양을 닮은 미래형 강철 구조물이다.

2. 관객 반응은?

현재 콘서트는 90분간 스물세곡 가량의 노래로 진행이 되고 있다. 팬들이 가장 선호했던 음반인 'The Visitors'을 비롯, ABBA의 유명 히트곡들인 '맘마미아'와 'Thank You For The Music', 'The Winner Takes It All' 등이 포함돼 있다. 공연중에는 관객들이 모두 앉아있지 않고 일어서서 춤추고 박수치며 즐거워하고 피날레에는 전체가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한다고 한다.

위 영상에도 나오듯 관람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은 "환상적이었다. 오늘 죽는다고 해도 행복할 것 같다"(Donna Korkut)처럼 호평 일색이다. 공연 예약은 이미 2023년 5월까지 차 있다고 한다. 공연장이 런던의회와 4년간 임대계약을 체결했기에 그때까지 대략 4백만명 이상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에는 영국을 떠나 미국 등 다른 나라로 공연장이 옮겨가 관객을 만날 것이라고 한다. 워낙에 영화의 흥행으로 인기가 높은 상황이어서 세계 어디서나 몰입형 공연장을 갖추고 얼마든지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평이다.

3. 새로운, 미래형 공연포맷의 등장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아바타를 통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이번 ABBA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다양한 뮤지션과 여러 제작진이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휘트니 휴스턴과 엘비스 프레슬리 등의 홀로그램 공연 사례도 있고, 미국 Fox TV가 선보인 아바타 노래경연 방송 'Alter Ego'도 있다. (Fox TV는 한국의 복면가왕 포맷을 구매해 'The Masked Singer'로 흥행에 성공한 뒤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아바타 예능까지 시도한 것이다. 씨로켓에서 종전에 썼던 글 참조)

‘아바타 예능’, 한계를 뛰어넘는다.
‘복면가왕‘에서 출발!‘복면가왕‘이 시작이었다. 미국 Fox TV가 한국 MBC의 ‘복면가왕’ 포맷을 사 간 뒤, 2019년 1월 ‘The Masked Singer’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인 바 있다. 한국 방송에서 얼굴만 가렸던 ‘복면‘과는 다르게, 전신을 확 뒤집어 쓴 거대한 복면전쟁으로 화제를 모으며 롱런중이다. The Masked Singer (Fox) YouTube 채널2. ‘아바타 예능’의 출현! 그리고, 올해

그런데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공연은 확실히 미래형 포맷으로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 Fox TV의 아바타 예능에서도 호불호가 엇갈리고 '새로운 시도'에 점수는 주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불어 휘트니 휴스턴의 홀로그램 공연 사례를 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이 공연은 라스베가스에서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데, 'I will always love you' 전곡을 담은 유튜브 영상(5'50")도 있다. 그런데 댓글이 좋지 않다. "나는 휘트니의 광팬이지만, 단지 돈에 눈먼 그 가족의 팬은 아니어서 이 공연은 가지 않는다."(Iaams)는 댓글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상하고 기괴하다. 난 그냥 유튜브에서 진짜 휘트니까 노래하는 걸 반복해서 보겠다"(Haute)는 반응도 있다. 물론 일부는 "홀로그램 라이브가 좋았다. 어차피 무대위의 휘트니가 진짜가 아닌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몰입감의 한계를 엿보게 한다.

4. 앞으로의 가능성은?

코로나 국면에서 BTS와 슈퍼주니어 등 아이돌 그룹들의 '비대면' 공연 사례도 제법 이뤄진 바 있다. 이 공연들에선 AR기술을 접목해 커다란 호랑이가 무대에 등장하는 등 크리에이티브를 살린 새로운 시도를 펼치기도 했다. 이렇게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제 아바타 공연이 충분히 몰입감과 만족감을 주는 게 정말 가능해지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앞으로 공연의 생산 및 소비 방식이 바뀌고 그 문화와 시장 판도까지 바뀌는 것일까? 궁금증이 더해진다.

사실 지금까지는 부정적 반응이 더 많았던 것으로 이해된다. BTS공연이 흥행했다고 하지만 이는 코로나 국면에서 단절된 상황을 보완적으로 해결하는 차원이었다. '아바타 공연'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연결의 문제가 아니라 '현존'의 여부를 초월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없이 무대가 이뤄지고, 그게 실제 공연 못지 않게 몰입감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를테면 BTS가 군대를 가더라도 공연은 끊기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아바 사례에 주목하는 것은 그런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공연을 앞두고 가디언에 '아바는 디지털 버전의 무대로 40여년만의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Jude Rogers는 결국 함께 노래를 즐기는 관객들이 얼마나 만족하는가에 공연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한다. 문화 평론가 케이트 솔로몬은 공연을 본 뒤 inews에 기고한 리뷰에서 실감나는 평가를 확인할 수 있다. 리뷰 제목은 "독특했던 공연, 결점없고 위대했기에 기다릴만 했다"였다. 그는 "(비록 디지털 버전이지만)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을 실제로 보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한 경험이었다"라면서 "다만 처음엔 마치 첨단의 디지털 전시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살짝 들었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아바타의 부족함 중 일부는 라이트 쇼로 보충이 됐고 노래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면서 "아바가 돌아온 게 너무 기뻤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평했다.

[update] 뉴욕타임스도 리뷰를 통해 콘서트에 대해 '마법과 같은 기술력의 결합체'로 평하면서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네요.

Abba Voyage Review: No Ordinary Abba Night at the Club
With a concert spectacle mixing wizardry and technical skill, the band makes a case for its continued relevance.

이렇게 오랜 기간 공들인 준비와 전용극장 덕분인지 현재까지는 (부분적인 제약과 한계가 있더라도) 전반적인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생존해 있는 70대의 아바 멤버들 스스로도 무척 들뜬 표정으로 고무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현장 프리미어에 참석한 멤버 비욘은 "(우리는 죽더라도) 아바타들은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라며 아바타 공연의 의미를 부여했다. 말했다.

아직 해결할 과제는 많다. 하지만 요즘 다들 주목하는 메타버스 시대의 아바타 네트워킹을 생각한다면, 이번 ABBA의 사례는 아바타 콘서트의 원형을 제시하는 아이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